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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 | 2019년 06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38건 | 판매지수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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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02g | 128*188*20mm
ISBN13 9791158160968
ISBN10 1158160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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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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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흉이 생기고 인생이 바뀐 건 사실이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니까. 이러저러한 일들. 그건 삶의 축약이자, 시간의 외투가 될 수 있는 말이다. 시간은 웬만하면 외투를 벗고 싶어하지 않는다. 외투를 벗으면 많은 것들이 함부로 쏟아져나올 수 있으므로.
--- p.12

쓰는 사람은 결코 목표를 향해 돌진하듯 써내려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쓰고 싶은 대상 앞에서 망설이고, 자주 기다립니다. 매일 겪어온 아침을 처음 겪는 아침인 듯 다시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을 질문합니다. 많은 것이 적은 것이 될 때까지, 긴 것이 짧은 것이 될 때까지 두리번거립니다. 쉬운 길을 찾는 대신 다른 길을 만들어봅니다. 느린 속도로. 불편함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모든 좋은 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든요.

당신이 한밤중에 깨어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믿으세요. 자신이 얼마나 시간을 느리게 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삶의 결을 꼼꼼히 그리고 만져볼 수 있게 만드는지, 자신을 믿기 바랍니다.
--- p.40

‘절대로’란 말을 남발하는 시기는 축복받은 시기다. 때가 되면 온다.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시기가. ‘절대로’ 뒤에 이러저러한 마음을 세워보고 몸서리치던 어린 나를, 한 치의 의심 없이 코끝을 높게 올리고 무슨 맹세처럼, 혼자 중얼거리던 내 어린 마음을 가련하게 여기는 때가 온다. 때가 되면 안다.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얼마나 쉬이 변하는지, 변할 수밖에 없는지. 이제 나는 ‘절대로’ 뒤에 어떤 말도, 어떤 마음도 함부로 세우지 못한다.
--- p.49~50

그냥 나다운 상태로 꾸준하고 소소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몸에 마음을 가져다 댈 때 그 ‘꼭 맞음’의 느낌으로. 허리가 구부러질 때 마음이 허리에 가 같이 구부러지고,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땐 마음도 손에 가서 얼른 잡히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 않는 상태로 지내면 좋겠다.
--- p.53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다. 선물(마음)을 주고 싶어하는 상대의 ‘자세’다. 네가 좋아하는 것, 그거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데! 이런 말. 말이 전부다. 그게 선물의 시작이다. ‘말이면 다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어기더라도, 우선 다정한 말을 건네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내겐 말이 다다. 쏘아붙이거나 소리치지 않고,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 말로 사람을 우선 끌어안는 것, 그게 다정함이다.
--- p.159

일주일에 세 번, 발레교습소에 나가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오전에는 발레를 배우고, 오후에는 공책을 펼쳐 시를 쓰는 할머니. 공책을 새것으로 바꿀 때마다 맨 앞에 적어놓는 문구를, 할머니가 되어서도 적어놓을 것이다.
“춤추지 않으면 무용수들은 길을 잃는다.” - 피나 바우쉬
시를 쓰는 내 정체성과 무용수의 정체성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는 ‘언어가 추는 춤’이라 믿는 까닭이다. 길을 잃어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p.176

언젠가는 닥칠 것이다.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선물처럼 두 팔에 끌어안은 채 태어나니까. 내가 태어날 때 내 죽음도 함께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죽음은 우리 곁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기 때문에 사는 동안 볼 수 없다. 내 죽음을 정작 나는 보지 못할 테니 억울하다.
--- p.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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