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07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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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376g | 128*188*30mm |
ISBN13 | 9788936437978 |
ISBN10 | 8936437976 |
사은품 : 여권 케이스 (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19년 07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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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376g | 128*188*30mm |
ISBN13 | 9788936437978 |
ISBN10 | 8936437976 |
여름밤, 나의 아름다운 도시, 어쩌면 너 때문에 젊은 소설의 첨단, 박상영 신작 소설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고, 한권의 소설집(『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이 일약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한 박상영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출간되었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을 비롯해 발표와 동시에 화제가 됐던 4편의 중단편을 모은 연작소설이자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으로, 청춘의 사랑과 이별의 행로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경쾌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밀도 높게 성찰하는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책을 묶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개작을 거친바, “모두 같은 존재인 동시에 모두 다른 존재”(‘작가의 말’)인 30대 초반의 작가 ‘영’이 좌충우돌하며 삶과 사랑을 배워 나가는 과정이 놀랍도록 흥미롭고 깊이 있게 펼쳐진다. 여름의 도시 풍경과 한데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읽다 마는 일을 결코 할 수 없는’(김하나 추천사) 빼어난 소설이다. 그것을 방증하듯 출간 전에 이미 영국 Tilted Axis Press와 번역 출간 계약이 이루어졌다.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한강 작가와 함께 2016년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의 큰 관심으로, 한국소설로는 이례적인 일을 맞았다. |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해설_강지희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
박상영 작가의 소설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콘텐츠 '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를 읽은 후 글을 재미있게 쓰는 귀여운 성격의 작가로구나, 생각하고 별생각 없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블로그 이웃 온님의 추천도 있었다) 다소 충격을 받았다. 적나라하게 솔직하고 강렬하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기 힘들 만큼. (광어라니... 우럭이라니...아래 대화 참고!)
한국 소설가 중 최연소로 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대도시의 사랑법>을 시작으로 첫 장편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지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 다다랐다.
박상영 작가는 퀴어와 청소년 등 소수자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사실 퀴어 문학을 제대로 접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의 글은 퀴어라는 소재에 한정해 버리기에는 너무 넓다. 읽다 보면 '퀴어'라는 소재가 아니라 인간의 방황과 좌절에 방점을 찍으며 읽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괄호를 많이 활용하는 재미있는 문장에서 (우리가 모두 지나쳐 온) 청춘의 방황과 우울을 자신만의 유머로 승화시키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라는 어쩌면 고리타분한 평가가 결코 뻔한 칭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빠르고 가벼워 보인다. 그러나 빠르다고 해서 남지 않는 것이 아니고, 가볍다고 해서 진짜가 아닌 것도 아니다. 당신은 현란한 게이스러움에 혀를 내두를 수도 있고 그에 따르는 경박함에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결코 할 수 없을 한 가지는 이 이야기들을 읽다 마는 것이다. 그저 너무 재미있어서, 또는 이것들이 어찌 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어 가다 보면 아, 마지막에는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게 된다.
김하나 작가
내가 박상영의 소설을 사랑한 이유는 자명하다. 그가 '유머'와 '자멸'이 사실은 같은 반 절친한 짝꿍임을 알고 있는, 흔치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유머리스트와 마조히스트가 어깨동무를 한 채 어두운 밤거리를, 작은 점이 될 때까지 걸어가는 이야기이다. 거기에는 결핍이나 금지 따위는 없다. 통제니 절제니 설득이니 하는 것들도 없다. 오로지 직진할 뿐.
이기호 작가
쉽지만 깊고, 재미있지만 슬프다.
송석주 기자.
하도 호들갑을 떨어 암이 아니라 복권에라도 당첨된 줄 알았다. 그녀는 보름 전 배 속에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꿈을 꾼 후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아’ 건강검진을 받았고 자궁암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인맥 관리 차원에서 교회 사람들에게 들어놓은 여러 개의 암 보험에서 진단비만 2억이 넘게 나온다고 했다. 그 돈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잠실 아파트의 남은 대출금을 얼추 다 갚을 수 있었다. … 엄마는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차장에게 퇴사 후 글을 쓸 거라고 해버렸다. 평생 꿈꿔왔던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꿈 그거 좋지. 그러나 이거 하나는 기억하게. 기회는 기차와도 같아.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지.
기차는 매일 매시간 돌아오는데 도대체 무슨 개 같은 소리일까 생각하며, 그렇게 나의 첫 번째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명희가 네 책 재밌다더라. 지금까지 나온 건 죄다 사 봤대. 걔가 우리 중에서 제일 똑똑하잖니. 숙대도 나오고. 네 글 보더니 애가 아주 착하게 큰 것 같대.
지난 3년 동안 쓴 소설이라고 해봤자 술 먹고 물건을 훔치고, 군대에서 계간을 하고, 성매매를 하고, 바람피우는 사람들 얘기가 전부였는데 도대체 뭘 보고 착하다는 건지. 두 번만 착했다간 사람도 죽이겠네. 아무튼 교회 아줌마들의 립 서비스는 알아줘야 했다.
도대체 뭐가 신선하다는 건지. 박근혜가 옛날 사람인 건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왜 나이 든 꼰대들은 자기보다 어린 사람만 만나면 자기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백 명쯤 불러대고,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어젠다를 천 개쯤 대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걸까. 알아서 뭐 하게. 알면 뭐가 달라져. 비슷한 것을 알고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면 나이 차이가 줄어들기라도 해? 다른 생각을 하면 어쩌게. 역시 애 같은 생각을 하는군, 내가 살아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군, 여기며 엉망진창 된 얼굴이며 몸 같은 것들을 자위질하려고? …나는 그의 선배라는 족속들을 호수에 떠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저도 좋아해요. 꽁치 맛있죠.
-꽁치 말고. 당신이라는 우주를요.
용암을 뒤집어쓴 폼페이의 연인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주 뜨거운 것이 나를 덮쳤고 순식간에 세상이 멈춰버렸다. 스피노자가 구별했던 감정의 종류는 마흔여덟 가지. 그중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욕망일까, 기쁨일까, 경탄일까, 당황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종류의 것일까.
-더 투명한 쪽이 광어입니다.
-네?
-둘 중에 살점이 더 투명한 쪽이 광어다, 생각하면 구별하기 쉬울 거예요. 더 쫄깃쫄깃한 쪽이 우럭.
-그럼 오늘부터 저를 우럭이라고 부르세요. 쫄깃하게.
술 취한 나는 인간도 아니다. 방금 무슨 말을 내뱉은 거야, 정말 돌았군, 하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남자가 또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요, 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속이 다 보이거든요.
#박상영 #대도시의사랑법 #한국소설추천 #박상영작가 #1차원이되고싶어
언제고 한번 읽어야지 했던 소설인데 이번 부커상 후보에 올랐대서 더 미루지 않고 구입했다. 오늘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어 탄 SRT에서 완독. 일단, 무엇보다 재밌다.
소설도 구체적인 장르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먼저 장르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는 도입 문장을 비롯해 초반부를 유심히 읽는다. 초반부가 재미 없는 소설은 끝이다. 더 이상 읽을 필요를 못 느끼는데 정상적인 소설가라면 당연히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보통 어지간한 소설들은 다 초반부는 제법 흥미롭다. 그 다음부터가 개인적인 부분인데, 일단 그렇게 초반부를 통과한 소설의 경우, 나는 중간 부분 아무 데나 펼쳐서 한번 읽어본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다시 그 후반부의 초반 어느 정도를 읽어본다. 그래서 단 한 문장이라도 뭔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으면 수작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초반부에서 열과 성을 다한 소설가는 중반부 즈음에서 힘이 좀 빠지기 마련이므로 밋밋해지다가 다시 후반부에서 특히 끝자락에서 에너지 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반부와 후반부의 초반부가 처음의 그 초반부만큼 재미와 의미를 그대로 유지하긴 쉽지 않기에 그 부분을 내 나름으로는 일종의 리트머스지로 삼는 것. 이 소설도 그렇게 재봤는데 내 기준으로는 '흥, 그 정도야' 하는 느낌으로 보란 듯이 통과했다.
주저리 말이 길어졌는데 읽으면서 마음을 툭 친 문장 둘을 옮겨본다.
"10분 단위의 토사곽란을 겪으며 삶이란 이 병실에서 저 병실로 옮겨가는 일에 불과한 것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었고, 틀린 말이 아닌 소리듯이 그러하듯 서로에게 꽤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으며 결국 큰 싸움으로 번졌다"
특히 두 번째 문장은 정말 맞는 말이라 생각되어 한 동안 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언저리를 맴돌았다.
이번 부커상에 아쉽게도 최종 후보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지만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탁월한 문장력이라는 기본기가 받쳐주면 알아봐줄 독자들은 분명 있기 마련이겠다는 법칙 아닌 법칙을 새삼 다시 느꼈다. 영화로 치자면, 아, 맞다 <왕의 남자>를 처음 보고 났을 때의 느낌과 매우 흡사했다. 말 나온 김에 오랜만에 다시 그 영화나 주말에 봐야겠다.
《대도시의 사랑법》의 저자인 박상영은 현재 <방구석 1열: 확장판>의 진행자 중 한 명으로 출연 중이다. 나는 내내 박상영과 김봉곤으로 착각한 채로 프로그램을 보았다. 사실 나는 확장되기 이전의 방구석 1열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바뀐 다음부터는 눈길이 잘 가지 않는다. 박상영과 김봉곤 양쪽 모두가 남성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 그간 전무하였던 국내 퀴어 문학의 선발 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리뷰를 쓰면서 카일리 미노그를 (소설 속의 내가 좋아한다) 오랜만에 듣는 중이다.
「재희」
“따지고 보면 웃긴 일이다. 재희는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내 정체성이 밝혀지는 데 별 거리낌이 없는 편이었다. 술만 들어가면 길바닥에서 남자와 키스를 하는 주제에 소문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웃긴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의 비밀이 재희와 그 남자의 관계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누구든 떠들어대도 괜찮지만, 그 누구가 재희라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얘기해도 재희만은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 (p.52) 이 문장 다음에 나는 덧붙인다 ‘재희니까’라고. 대학 시절의 찬란한 한 때, 서로를 가장 진지하게 이해하면서 가장 진지하지 않은 뉘앙스로 젊은 시절을 보낸 나와 재희의 파란만장한 한 때를 기록하는 소설이다. 여하튼 시간이 흘러 재희의 결혼식에서 나는 핑클 노래를 불렀고, 나의 공대생 K3는 K3를 몰다 사고로 죽었다. K3는 내게 이런 마지막 문자를 남겼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엄마 암이래! 자궁암! 할렐루야다... 하도 호들갑을 떨어 암이 아니라 복권에라도 당첨된 줄 알았다. 그녀는 보름 전 뱃속에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꿈을 꾼 후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아’ 건강검진을 받았고 자궁암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인맥 관리 차원에서 교회 사람들에게 들어놓은 여러 개의 암보험에서 진단비만 이 억이 넘게 나온다고 했다...” (p.77~78) 우리 소설에서 보기 드문 엄마 캐릭터가 나온다. 물론 현실에서는 드물지 않게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소설의 말미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존재가, 실은 커다란 미지의 존재일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 대상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나의 상대였던 그이기도 할 것이다.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데, 여타의 소설과 결이 다른 엄마 캐릭터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사랑이라는 소재의 소수성이 대상 결정에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본다. 어떤 문장들 그리고 문장의 연결에서는 유치함이 느껴져서 곤혹스러웠다.
「대도시의 사랑법」
“자잘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만 크나큰 고난 앞에서는 꽤나 초연한 성격인 나임에도, 카일리와 맞닥뜨린 후 처음 두어달은 정신이 없었어. 의병제대를 하고 방 안에 앉아 있는데, 이게 내 일이 맞나 싶고, 얘가 내 것이 맞나 싶고. 근데 뭐, 별거 있나. 약이 있으니. 죽을 때까지 아침마다 비타민 한알씩 먹는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섹스야 콘돔 끼고 하면 그만인 거고. 다들 교양 차원에서 그 정도는 하고 살잖아? 남들 2년 동안 군대에서 썩을 걸 6개월 만에 끝냈으니까 인생 편해졌다 생각하자, 그러고 말았어...” (p.224) 나는 군대에 있는 동안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병에 카일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사귀고 있는 규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규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와 상관없이 우리의 사랑은 여느 다른 사랑과 마찬가지로 여러 난관을 겪으며 진행된다. 하지만 중국행을 가로막는 나의 카일리로 인해 규호 혼자 중국으로 떠나며 이 사랑은 아마도 막을 내리게 될 것 같다. 소설의 전반부의 문장들이 갖는 리드미킬함이 독특하였다. 어떻게 이걸 만들었지, 의아해하며 읽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그 리듬감이 무너진다.
「늦은 우기의 바캉스」
“... 내 소설 속 가상의 규호는 몇번이고 죽고 다치며 온전한 사랑의 방식으로 남아 있지만 현실의 규호는 숨을 쉬며 자꾸만 자신의 삶을 걸어나간다. 그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모든 것들을 견디기가 힘들어진다. 지난 시간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써왔지만 결국 나의 몸과 나의 마음과 내 일상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더 여실히 깨달을 따름이다. 공허하고 의미 없는 낱말들이 다 흩어져 오직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만이 남는다. 어깨를 잔뜩 구부린 채 미간에 짙은 주름을 짓고 있는 내가 나 자신의 호흡만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세상.” (pp.307~308)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은 연작 소설이다. 네 편의 소설은 주인공인 나를 공유한다. 네 번째 소설의 나는 태국에서 하비비라는 남자와 함께 하지만 끊임없이 세 번째 소설의 규호를 소환한다. 그렇게 연작소설집이 완성된다. 그렇다면 사랑은?
박상영 / 대도시의 사랑법 / 창비 / 341쪽 / 2019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