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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리뷰 총점8.4 리뷰 22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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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7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73g | 135*190*20mm
ISBN13 9788950981969
ISBN10 8950981963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집사람, 남성 아내, 시시한 일상을 살아내는 시민…
삶을 반짝이게 하는 남성 페미니스트 연대기

과제와 책임을 떠맡아
열렬히 응답하는 두 번째 페미니스트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간 남성 페미니스트의 고백록

『두 번째 페미니스트』는 저자 서한영교가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페미니즘을 어떻게 실현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물으며, 삶의 작은 단위부터 구체적으로 가꾸고 돌보는 일에 대해 풀어간 책이다. 시적 언어에 경도된 문학지망생이 눈이 멀어가는 애인의 곁에 머무르기로 하고, 100일간 아기를 품에서 키우며 돌봄을 도맡는 ‘남성 아내’로 변화하기까지, 그는 자기 안의 여성성을 발견하고 키워나갔다.

너무나 확실했던 남성의 세계가 점점 불확실해져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을 비하하는 남성들의 언어에 자주 불끈거리게 되면서, 편하게 살았던 세계를 뒤집고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간 저자의 고백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동시에 여성과 두루두루 우정을 나누며 언어의 미세한 오류들을 점검하기 시작한 남성 페미니스트의 성장기가 담겨 있고, 수유하는 애인의 곁에서 애간장을 태우며 한철을 보낸 사랑의 기록, 속싸개 위에 아이를 눕히고 최상의 섬세함을 다해 자장가를 불러준 육아 일기가 시인의 섬세한 언어로 그려져 있다.

저자는 그의 어머니, 이모, 친구와 동료 중 절반인 여성들과 훌륭하게 살아가기 위해, 남성적 동일성을 위해 억압해야만 했던 자신의 여성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나는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오류를 끌어안은 채, 정체성으로서의 격렬한 페미니스트라기보다 과제와 책임을 떠맡아 열렬히 응답하는 ‘두 번째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애썼다. 첫 번째 사람을 지키고 선 두 번째 사람으로서.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우와, 의 세계 008

1부 감히, 우리라고 말하기 위해

나의 페미니스트 연대기 013
여인, 미인, 연인 그리고 애인 026
애인은 시각장/애인이에요 037
감히, 우리라고 말하기 위해 045
불안의 떨림에서 설렘의 떨림으로 049

2부 집사람

처음 심장 055
너로 인해 우리는 마법에 걸렸단다 057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기 059
저는 잔액 부족 하우스의 집사람입니다 065
지구에서 첫 번째 밤을 보내게 될 너를 위해 068
술과 담배를 끊었다 070
어떤 파괴 - 독박육아 072
곁에 있어 076
만삭 079
해달 081
초유 083
분홍의 시간 085
언어의 경계에서 덜컹거리며 말하기 091
처음 해본 연습 094
야만의 육아법 096
육아휴직 102
남편 104

3부 아버지

이응 107
수유 109
울음과 노래가 있어 112
새끼들, 생명의 질감 114
새벽 쪽잠 116
쮸쮸 연결고리 119
어머니와 어머니들 120
100일, 호랑이와 곰의 시간에 관하여 123
엄마라는 어마어마한 126
가사노동 분할의 어려움 128
토요일 밤의 집사람 회의 134
짐승처럼 사랑하기 138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140
아버지는 어땠을까? 143
위대한 유산 148
남편, 그 인간, 이 새끼 151
어떤 싸움의 기록 153
엄마에게 젖이 있다면 아빠에게는 품이 있다 156
언어의 기원전, 옹알이 159
‘돌보다’의 지층 161
아이가 퀴어라면 164
은근히 미지근하고 조심스러운 연민의 시선들 167
동반자 1인 170
문턱에 걸린 유아차와 휠체어 173
어린이집 신청 176
우리 서로 처음 생일 179

4부 순간일지 영원일지 181

5부 남성 아내

나의 자주색 원피스 215
이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218
애인은 헐벗고 다닌다 220
공공 수유 223
아빠는 페미니스트 226
살림과 비트 228
농부님이 길러주셨지요 231
담요 농사 234
걸레질하는 무릎 236
삶을 반짝이게 하는 일 238
돈 벌어야지에서 돌봐야지로 240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아빠 242
나 차상위계층 247
또 이사 249
빨간모자 해병대 할아버지 253
맘충이라고 했다 256
지옥에서 온 날씨 260
한계를 다루는 기예, 육아 요가 264
슬로 슬로 ㅋㅋ 268
나에게 들려주려 했지 271
마이너스 엄마들 274
낱말 연습 277
완모파티 280

6부 바다를 건너려는 나비들처럼

두 번째 페미니스트 285
자본주의 비무장지대 293
시민과 시인으로서의 시시한 일상 300
감은 눈 위로 내리는 사랑을 위하여 305

에필로그 감히, 의 세계 307
추천사 ‘자본주의 비무장지대’를 만들고 있는 시인의 기도 309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잊지 않기 위해 기록했다. 출산 후 침대에 누워 회복하고 있는 아내의 눈빛을 잊지 않기 위해, 젖을 먹다 잠에 든 아가의 귀밑머리를 잊지 않기 위해, 썼다. 기도가 아니면 안 되는 순간들을 위해 썼다. 몸에 열이 펄펄 끓는 아가 머리맡에서, 먹은 걸 모두 게우고 있는 아내를 화장실 문밖에서 기다리면서 썼다. 이 기록의 혈관 속에 기억의 혈액이 떠돌고, 기도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의 세계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남성으로 살아왔던 계절이 저물어가고 있음을 예감했다. 금이 한번 가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 p.16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운명이란 끊임없이 실패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평생 거듭”해야만 하는 실패 속에 있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4

우리는 서로에게 ‘집사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집을 근거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집을 길들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 바로 집사람. --- p.66

일요일 저녁을 먹고 거실 소파에서 앉아 바느질을 할 참이면, 너무 평화로워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지경이 되고 만다. 이 반복의 파토스, 한 땀 또 한 땀의 에로스. 산모 팬티에, 배냇저고리에 아이의 이름을 바늘로 적고 나니 입에 바늘구멍이 났는지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 p.85

젖이 도는 기분은 어떤가요. 젖이 차는 느낌은 어떤가요. 정말 핑핑 하고 도는 느낌이 있나요. 당신이 느끼고 있는 그 느낌의 세계에 초대받고 싶습니다. --- p.84

매일매일 미역국을 끓이다 보니 어느새 나는 미역국 장인이 될 기세다. 미역국 끓는 소리. 들깨미역국, 홍합미역국, 쇠고기미역국, 북어미역국, 꽃게미역국, 닭고기미역국. 분명 나는 미역국 장인이 될 태세를 완벽히 갖추었다. --- p.110

나도 이렇게 아버지의 품에 안겨 긴 새벽을 소낙소낙 건넌 적 있겠지. 나도 이렇게 어머니의 품에 안겨 아침 모양으로 가랑가랑 잠든 적 있겠지. 나도 이렇게 품을 키워가며 아버지가 되어가는 거겠지? --- p.117

집밥을 매일같이 차려낸 어머니를 요즘 자주 떠올린다. 나는 어머니의 수고만으로 차려지는 집밥을 이제 그리워하지 않겠다, 고 마음먹었다. 어머니를 겪고 있는 탓이다. --- p.121

반복되는 집안 살림과 하루 세끼 밥상 차림은 굉장한 체력을 필요로 했다. 허리가 나갈 것 같고, 손목이 쑤셨다. 저녁에 잠자리에 누우면 열을 세기도 전에 곯아떨어졌다. 100일 쯤 익히고 나니 본격적으로 집사람,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갖추어나갔다. --- p.124

품에서 젖이 도는 것처럼 가슴이 따뜻하다. 사랑한다, 행복하다는 말을 가장 나중에 쓰고야 마는 나 같은 사람이 요즘은 나도 모르게 사랑해, 행복해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품의 세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 p.158

돌봄이 “사회생활의 필수 원리”로 받아들여져 “돌봄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공동체적 삶을 기획”하기 시작할 때, 돌봄은 ‘돌아보다’, ‘보다’, ‘돌아버리다’를 포함한 천 가지 지층을 가진 두꺼운 낱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 낱말을 끝끝내 아끼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 p.163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돌아본 그 자리에 아가의 비릿한 똥냄새가 있다. 아기의 침과 음식물이 얼룩져 있는 옷가지가 있다. 코고는 소리와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가 있다. 젖 맛을 풍기는 아내의 브래지어가 있다. 하루에도 열두 번 더 빠는 걸레가 있다. 내 사랑하는 집사람들이 있다. --- p.179

분홍색 티셔츠를 하나 사서 자주 입고 다닌다. 자주색 원피스를 자주 입고 다닌다. 아이에게도 젠더 규범에 맞추어 옷을 입히지 않는다. 빨간색 베레모를 씌워주고, 모로코에서 선물받은 원피스를 입힌다. 누군가에게 놀림받으면, 남의 외모평가 하는 거 아냐! 라고 대답하라고 슬쩍 일러준다. --- p.226

남자니까, 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남자답게, 라는 말은 지워버리기로 한다. 남자라 해야 하는 일과 여자라 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해준다. --- p.226

집안일은 비트다. 반복되고, 동일한 시간에 거의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 이것이 내 삶에 음악성을 부여하는 근간이 된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가 아침밥을 차리고, 빨래를 갠다. 7시에 아침밥을 먹이고 8시까지 설거지, 청소, 걸레질, 정리/정돈을 끝낸다.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집을 두드리며 하루의 비트를 만든다. --- p.228

아기가 나오니 정말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보다는, 마음을 다해서 아이와 아내를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가능하면 육아휴직을 써. 1년 동안 쓰는 게 어려우면 최소한 100일이라도 써야 해. 아이는 물론 아내에게도 100일 동안은 전폭적인(!) 돌봄이 필요하더라. 딱 100일 만이라도! 나는 그 100일 동안 정말 대단한 경험을 했지. 고민 너무 많이 하지 말자. --- p.241

차상위계층 신청하러 주민센터에 갔다. 배우자는 시각장애인, 나는 실업자, 아이 한 명. 이렇게 쓰고 나니까 조금, 우울해졌다. 국가는 나를 기분 상하게 했다. 서류를 쓰라고 해서 쓰기 시작했다. 자동차 없음. 부동산 없음. 유산 없음. 생각보다 없는 게 많았다. 없는 게 많은 나에게 국가는 1년에 8만 원씩 문화활동비를 주겠다고 했다. 정부미를 할인해서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통신비, 전기세를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사회보장 서비스를 먼저 이용하게 해준다고 했다. --- p.247

저는 애인의 젖 앞에서는 언제나 두 번째 사람이었습니다. 젖을 무는 느낌, 젖이 나가는 느낌, 젖이 차는 느낌을 저는 늘 궁금했지만 언제나 간접적으로, 비유적으로만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두 번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인간의 힘으로서의 안간힘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p.281

내가 실존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이 지긋지긋한 가부장(남성, 국가, 자본) 세계에서 하나의 반항 행위가 되는 ‘시민과 시인으로서의 시시한 일상’을 떠올려본다. --- p.303

위대한 사랑은 그 자신이 사랑할 대상을 먼저 창조하듯, 우리가 사랑할 세계를, 우리가 사랑할 공동체를, 우리가 사랑할 사랑이라는 관념을 재창안해나갈 것이다. 사유하는 사랑은 분명, 무모하고 감히, 아름다울 것이다.
--- p.30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육아를 함께하기 위한
집사람들의 크고 작은 생활의 실험들

저자는 고등학생 때까지 운동도 곧잘 했고, 적당히 욕을 섞어 말할 줄도 알았고,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별 어려움 없이 지냈다. 그의 세계가 크게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열아홉 살이던 2001년부터였다. 온갖 욕설이 난무했던 박남철 시인이 쓴 ‘욕시’를 보고 나서는 며칠간 온몸이 쿵쾅거리는 상태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페미니즘이 저자에게 “들이닥친” 이후부터 당연하고 마땅하게 여겼던 이 세계의 추악함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 불편하고 이상한 세계에서 너무도 편하게 지냈다는 사실이, 여성은 이상한 세계 속에서 계속 상해가고 있는데 남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 징그러웠고 매스꺼웠다.

그 이후로 나는 대체로 불편해졌다. 축구경기가 시작되고 축구팀을 이끌던 한 작가가 능숙하게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경기에 처음 참가한 나를 두고 “빨리 안 뛰어? 뭐 하는 거야 새꺄!” 나는 대개 불편해졌다. 그런 수컷들의 살기 어린 승부욕이 불편해졌다. 나는 대체로 불쾌해졌다. 속옷이 비치는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을 두고 하는 말이. “아예 벗고 다니지. 왜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입어. 저런 애들이 진짜 밝히는 애들이야.” 짧은 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성을 두고 하는 말이. “아예 나 먹어주세요, 광고를 하는구나.” 친구의 솟구친 말이 불쾌해졌다. 왜 집안일은 엄마가 다 하는 걸까. 부인들은 남편 아침밥은 꼭 챙겨야 한다는 세상의 말을 당연히 여기며 왜 아침부터 한 상 차려내야 하는 걸까. _17쪽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나의 삶을 바꾸지 않겠다는 변명으로 삼지 않고”, 저자가 정의하는 집사람들(집을 근거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애인, 아이)과 리듬을 맞추기 위해 집사람 회의를 하고, 시간과 역할을 분담해 가사노동을 함께한다. 아이도 집사람으로서 가사노동의 몫을 다할 수 있게, 밥을 다 먹고 나면 같이 설거지를 하고, 아침 청소 시간에는 물걸레를 쥐여주고 빨랫감은 세탁기에 넣게 한다.

자본주의 아래 명랑함을 잃지 않기 위해 ‘자본주의 비무장지대’라는 문패를 집에 걸어두었다. 선물, 공유, 생산이 저자와 집사람들을 떠받치는 세 가지 경제원칙이고, “지구에 돈만 벌러 오지 않았다.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겠다. 시를 살아내겠다.”가 집사람들의 받침 문장이다. 한 달에 77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임금 노동을 하며,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만들어 쓴다. 텃밭을 꾸리고 실을 잣고 천을 짠다.

이러한 집사람들의 크고 작은 생활의 실험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식은, 최소생계에 대한 불안을 덜어내고 적당한 임금노동 속에서 육아를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작은 아르바이트들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일해서 한 달에 77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는 번역, 광고 카피라이팅, 기업의 스토리텔링, 속기, 잡지사 보조 에디터 일들을 돌아가며 했다. 일감은 무조건 일주일에 하루만 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었다. 그다음 조건은 재택근무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말이 좋아 재택근무지 사실 계속해서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해 일한다는 조건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 아이가 이제 막 걸어다니기 시작했기에 집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_242쪽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수많은 타자들(LGBTQ,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게 도와준 것이 페미니즘이다!

여러 가지 실험과 모험을 겪어나가면서도 여전히 저자는 흔들린다. 그러나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아래 남성으로서 “다시 한 번 더” 실패할 것임을 예견하고, 두 번째 페미니스트로서 “평생 거듭”해야 하는 실패 속에 있어야 할 운명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페미니즘은 구체적이지 않고서는 관통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관계의 정치학이자 자유의 형이상학이며 사랑의 변증법인 것이다.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수많은 타자들(여성, LGBTQ,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게 도와준 것도 페미니즘이고, 아이를 돌보며 생명의 질감을 새롭게 배우게 한 것도 페미니즘이었다. 살림을 돌보고 일상을 돌보면서 작고 시시한 것들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를 깨닫게 한 것도 페미니즘이었다.

그래서 그는 ‘구체적으로’ 삶의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의심한다. 혼인 의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임신/출산/육아/가사노동을 둘러싼 젠더 질서를 어떻게 뒤집을 것인가? 습관적으로 쓰는 젠더 용어 중에 반드시 고쳐야 할 낱말은 무엇인가?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생활용품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소비를 덜할 수 있는 생활의 목록들을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볼 수 있을까? 등등.

그에게 페미니즘은 작고 구체적이어서 더욱 반짝이는 스케일로 확장한다. 씨앗을 심고 흙을 가꾸는 일, 실을 잣고 천을 짜는 일, 방바닥을 반짝반짝하게 닦는 일, 100일간 아기를 품에서 키워내는 일, 임신한 애인의 변화를 좇으며 아버지로의 근력을 다지는 일, 팽목항과 광화문에서 울부짖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 청소년들, 탈학교 청소년들과 함께 글을 읽고 써내려가는 일, 어머니가 기록해둔 가계부 속에 스며 있는 생활의 혼잣말을 기록해두는 일……

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들은 날마다 반복했을 때에만, 그 반짝거림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 반짝거림은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박수소리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감히, 우리라고 말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지향하고, 남성의 젠더 규범을 파격하며 “감히, 살아내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가볍게, 춤추듯, 반복하며, 실패하며, 조금씩, 앞으로, 한발씩, 그렇게. 페미니즘은 언젠가 도달해야 할 세계의 이름이 아니다. 물음과 시도와 행위 속에서 늘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페미니스트 생활사’가 존재하는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예시가 될 것이다.”
- 김현 (시인)

“서한영교 시인은 눈이 멀어가는 애인의 곁에 머무르기로 했고 돌봄을 도맡는 ‘남성 아내’가 되기로 했다. 강함이 아니라 (취)약함을 선택한 그는 남성적 동일성을 위해 억압했던 자신의 여성성을 찾았고, ‘여성스러움과 게이스러움과 장애인스러움을 긍정’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다.”
- 조한혜정 (교수)

회원리뷰 (22건) 리뷰 총점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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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콩* | 2020.01.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며칠 전에 친한 언니네 집에 놀러갔다가, 그 언니가 요즘 즐겨 본다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줬다.미니멀 유목민 박작가라는 유튜버. 내가 신문기사에서 보고 책으로도 읽었던 작가였다. 그런데, 그 언니가 재밌다고 보여준 동영상에는 게스트로 박작가의 매형이 나왔는데, 나는 오히려 매형에 눈이 꽂혔다. 왠지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었던;
리뷰제목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

며칠 전에 친한 언니네 집에 놀러갔다가, 그 언니가 요즘 즐겨 본다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줬다.

미니멀 유목민 박작가라는 유튜버. 내가 신문기사에서 보고 책으로도 읽었던 작가였다. 그런데, 그 언니가 재밌다고 보여준 동영상에는 게스트로 박작가의 매형이 나왔는데, 나는 오히려 매형에 눈이 꽂혔다. 왠지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었던 듯. 그 때 내가 느꼈던 매력이란, 우선 자유로워 보였고, 얼굴에 천진난만한 즐거움이 가득했으며, 그러면서도 멋졌다. 말하는 것에서 뭔가 편견이나 아집 같은 게 없어보였다. 아무튼, 이 사람이 눈에 확 들어와서, 작가라길래 이름을 알아두었다가 검색해 보았더니, 이 책이 나왔다. 그래서 얼른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게 되었다. 역시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박작가의 책에서 자기 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었는데, 그 분의 남편인 것. 아무튼 책 내용은 스포일 수 있으니(리뷰를 쓰면서 스포를 걱정하다니... 나도 웃김. ㅋㅋ) 일단 패스하고,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일단 나는 다시 삶에 대한 의욕을 어느정도 느끼게 되었다.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시 올 한 해 해야할 일들 때문에 우울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위로가 된 것 같다. 삶을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덮자마자 운동하러 나갔다. ㅎㅎ

 

그리고, 인문학 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샘솟듯 생겨났다. 이 분이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지 여러 작가들과 책을 인용하는데, 그 가운데 읽고 싶은 책들이 생겼고, 그것들을 찾아보다가 다른 책들도 줄줄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독서에 대한 의욕을 불러 일으켰으니 좋은 책이라 하겠다.

 

지구에 돈만 벌러 오지 않았다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겠다

시를 살아내겠다.

 

는 작가의 말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역시 삶은 다르게 살기로 한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법이다.

 

또 한 가지, 집에서 육아를 하면서 우울증이 왔는데 너무 힘들어 자기를 도와주는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더니, '휴식하라'고 했다고... 무엇보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그를 위해 산책하기, 여행하기, 땀흘리기를 처방하셨다. 그런데, 다른 건 당시 다 불가능해서 달리기를 했단다. 땀 흘리기 위해. 시간만 나면 나가서 달리기를 했다고... 이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핑~~.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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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람, 愛쓰는 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싱* | 2019.10.07 | 추천1 | 댓글1 리뷰제목
사랑은... 존재론적 결단이다. (42) 다른 세상은 없다...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자크 메스린     저자의 네 글자 이름을 보고 여성 페미니스트라고 단정지었다. 내 머릿속에 이름 네 글자는 여성(의 평등 의식)으로 박혀 있고 앎이 그 수준이었는데 서한영교님을 통해 수정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 차례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과;
리뷰제목

사랑은... 존재론적 결단이다. (42)

 

다른 세상은 없다...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자크 메스린

 

   저자의 네 글자 이름을 보고 여성 페미니스트라고 단정지었다. 내 머릿속에 이름 네 글자는 여성(의 평등 의식)으로 박혀 있고 앎이 그 수준이었는데 서한영교님을 통해 수정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 차례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과 잘못된 지식을 내려놓아야 했다. 또한 실천하지 않는 앎의 무력함과 쓸모없음을 다시금 되새겼다

 

   예상과 다른 그의 성별에 솔직히 읽는 내내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무줄의 관성대로 나는 원래 내 생각 패턴과 질서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여자들이 감수하는 출산과 육아 노동을 넘보며 마치 훔치는 것처럼 경계했다. 아무리 엄마의 자리에 있으려 해도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읽어 나갔다. 그의 말이 많아질수록 애인의 입장과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의 말에 가려진 진짜 말이 따로 있을 거라는 미심쩍음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과 상관없이 그의 글은 충분히 훌륭했다. 시인을 꿈꾼다는 그가 어쩐지 동시나 동화로 다시 말 걸어올 것 같다. 어느 순간 차분하고 단아한 어투와 문체와 글썽거림이 어린이 정서를 담는데 어울리겠다는 확신이 든다. 사실 나는 이전에 없던 말로 현상을 정확히 구체적으로 포획하는 낱말을 사랑한다. 관성적으로 써온 익숙한 말을 뒤집어보고 새롭게 단장하는 손길을 애정한다. 요새 나는 갓 지은 듯한 모국어의 말맛과 생생한 어감에 사로잡혀있다. 그런 나의 욕구를 세심히 충족시키는 책이다.

 

   늦은 밤 그날(이해치 초과)을 소화 시키지 못해 체증에 시달릴 때면 티브이를 기웃거린다. 나에게 벗어나 다른 이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만났다가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짧은 여정이 되어준다. 어제는 남성 파트너와 춤을 추는데 마음과 몸이 열리지 않는 사연이 소개되었다. 전문가는 여성이 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장면을 보는데 나는 어떤지 ()보게 되었다. ‘너는 낯선 복장으로 모르는 남자와 접촉이 있는 춤을 기꺼이 출 수 있니?’ 아니 그렇게 춤춰볼 생각이나 해봤니? 지극히 이차원적인 삶.

 

   삶은 거듭 나아짐, 즉 일상의 감각을 되살리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의 몫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그런 생각 중에 모험하고 결심을 실천하려 애쓰는 자를 목격한 것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애인과 살며 자식을 원하는 애인의 뜻대로 살아보는, 기꺼이 반응하는 사람은 문장력을 넘어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에너지와 흔들리며 다시 자신을 추스르는 성찰이 좋았다. 자꾸 이것저것 재며 물러서고 포기하고 변명하며 생생한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나에게 없는 점이 그에게 가득했다.

 

   기존의 가장의 역할에서 벗어나 집사람으로서 다른 집사람(가족)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려는 최선의 몸짓이 진정한 ()성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사회적 품을 넓히며 성장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차곡차곡 쌓인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고 변호하며 자기 스타일을 확보해나가는 모습이 일정 부분, 성인 같다. 한쪽으로 기운 한국사회의 편중됨과 위험요소들을 바로잡으려는 응시와 사유와 실천이 무모하도록 아름답다.

 

   왜 그렇게 그가 무모하고 아름답기를 원하는지 리뷰를 쓰는 지금 알겠다. 그렇다면 그는 그가 그리는 세계를 응축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실화)하고 있다는 소리일 게다. 갑자기 그가 너무 부럽다. 자신의 이상과 삶과 그 간격을 남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받는다는 게 쉽지 않다. 그와 나는 언어로만 만났기에 그 과정이 더 투명했어야 할 텐데 그는 진정 듣고 싶은 인정을 받은 셈이다. 대단히 잘 살고live 있으니 힘내요~ 그리고 기회 되면 오늘날의 당신을 있게 한 애인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주세요

  

 

#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운명이란 끊임없이 실패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평생 거듭해야만 하는 실패 속에 있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24)

 

# 아가, 너에게 들려주기 위해 요즘 나는 세상의 반짝이는 것들을 발견하려고 몸을 쫑긋 세우며 지내고 있단다. (58)

 

# 언어를 돌보기 위해 혀를 멈추면서, 내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르게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오늘도 탐색해본다. (92)

 

# 삶에 리듬이 실리면 슬픔도 견딜 만해지고, 분노도 견딜만해진다. (113)

 

# 인식은 시선을 만든다. 시선은 태도를 만든다. 태도는 가치를 만든다. (168)

 

# 내 삶의 국면에 따라 세계의 문제를 사유하는 강도와 온도는 달라진다. (174)

 

# 서로서로 잘 지내자는 말 같다. 부부. (207)

 

# 자기성찰 모드로 진입하여 잡초 솎듯 내 안에서 자란 못난 남자(사람) 하나를 뽑아낸다. 얼마쯤 뽑아내야 할까. 아마 죽기 전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길고 긴 여정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222)

 

# 육아를 하면서 나는 나를 더 이상 고집하지 않는다. 대신 이전의 나를 찢고 나올 나를 기다린다. 나를 강제하는 파시즘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본연의 나라는 거짓말에서 벗어나 나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는 타자인 아이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나는, 집사람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에게 오고 있다. (270)

 

 

[오탈자 205] 체셔 토끼 - 체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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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엄**끼 | 2019.09.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표지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잘 봐준다 하더라도 하트를 느낌표나 물음표처럼 묘하게 비틀어놓은 듯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또다른 집사람이 잘 구분할 수 있도록 강렬한 대비를 의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한 해석일지라도 틀리지 않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는 '애인'과 같이 '살기' 시작했고 아이를 낳았다. 둘 모두 집사람;
리뷰제목

표지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잘 봐준다 하더라도 하트를 느낌표나 물음표처럼 묘하게 비틀어놓은 듯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또다른 집사람이 잘 구분할 수 있도록 강렬한 대비를 의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한 해석일지라도 틀리지 않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는 '애인'과 같이 '살기' 시작했고 아이를 낳았다. 둘 모두 집사람으로서 살림을 했고 생명을 길렀다. 그 시간들을 글로 적었지만 저자는 스스로를 '두 번째 페미니스트'라 말한다.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과 폭력을 온전히 겪을 수 없는 남성이라서다.

 

저자는 문단에서의 한 사건 이후 남성으로 살아왔던 세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그 이상한 세계에서 너무도 편히 지냈다는 사실이 불편했고, 여성들은 그 세계 속에서 계속 상해가고 있는데 남성인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 이상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자신의 미세한 언어들을 점검했으며, 여성들과 두루두루 우정을 나누며 자신의 세계를 몇 번씩 반복해 뒤집어나갔다고 했다.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이자 직접적인 성차별의 수혜자의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페미니즘 공부를 통해 '나에게 부과된 남성, 학생, 노동자 같은 사회적 이름에 대한 이해가 곧 나에 대한 이해와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개인의 정체성은 그를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 여성 혐오가 기본으로 깔린 세상에서 서로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발버둥쳐야 한다는 것. 공부를 했다고 하면서도 남성으로서 내 여자를 지켜야(=단속해야) 한다는 몹쓸 가부장적 무의식이 있었다고 하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싶다.

 

그는 10년 간 만나고 헤어졌던 '미인'과 '연인'의 관계를 맺었고 '애인'으로 정착시켰다. '위대한 사랑은 그 자신이 사랑할 자까지 창조한다'는 니체의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할 만큼 연인을 통해서 구원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스스로를 극복하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면서 '혼인'을 했다. 다시는 입지 않을 웨딩드레스 대신 관 속에 누울 때도 입을 수 있는 '기억의 옷'을 입은 채로, 감정의 질서를 넘어선 존재의 결단이었다. 남성-공적 영역/여성-사적 영역으로 성 역할을 분배하는 공간 배치를 거부하고 서로를 '집사람'이라 불렀다. 집을 근거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집을 길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합리적으로 예측된 확률보다 불확실한 우연을 맞이하는 사랑의 기적'은 아이를 품고 세상에 내보내는 일로 이어졌다. 말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자장가를 두고 '삶에 숨어 있는 영원한 BGM'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런데 부모 역할을 준비하면서 사회의 이상한 기준과 비난을 새로이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에 대한 합리적 관리(행복, 건강, 경쟁력)를 하는 것이 마땅히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을 정확하게 잘 수행하려는 사람들에게 헬리콥터맘, 몬스터 패런츠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육아와 가사노동은 엄마들에게 모조리 맡겨놓고 그런 엄마들에게 맘충이라고 하는 것을 가증스럽게 느꼈다. 저자는 말한다. '부모 노릇을 점점 어렵게 만들어 과도하게 안전/질병/실패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사회 자체에 오히려 헬리콥터 사회, 몬스터 사회라고 이름 붙여야 하지 않나. 그리고 이런 몹쓸 이름들은 왜 꼭 여성들에게만 붙나(p.62).'

가사노동과 정서노동을 분담한 만큼 출산도 함께 준비했다. 그러나 육아 경험담을 검색하더라도 자기 키워드 밖의 정보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어서 부분적이고 파편적이었다고 했다.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각자의 바다만 있었다(p.97).' 전문과와 의사의 소견에 모든 결정을 맡기지 않고 차라리 주변의 조언과 오래된 지혜에 귀를 기울였다. 스승과 동료와 지지 집단을 만들었다. '이렇게 곁이 두꺼울수록 크게 넘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곁의 두께를 충분히 확보하면 무엇을 하건 안정감이 든다(p.77-78).' 적어도 100일은 충분히 애인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회사는 그의 요청에 퇴사라는 답변을 돌려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남성 주부의 본격적인 돌봄.                      

 

'수술실에 들어간 당신을 기다리며 벼락 모양으로 혼자 병실에 앉아 남편이라는 이름으로는 죄짓지 않겠다고 다짐'한 저자는 수술을 마친 애인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려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이를 마주하면서 생각으로는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질감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자주 깨닫게 되었고, 그 돌봄의 세계감을 통해 함부로 취급되고 있는 생물들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했다. 사사로운 문제가 발생하면서 서로에 대해 여유가 없어졌음을 감지하기도 했고, '그 여유라는 것은 상대방을 헤아리고 있을 때에나 나오는 것이어서 이는 곧 서로를 보살피고 있지 못하다는 말과도 같았다'는 것을 직면하기도 했다.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집사람 회의를 열게 된 계기였다.                     

 

구체적인 돌봄을 몸으로 살아내면서 1만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인류의 모국어 '밥 먹자'를 생각했고, '어머니의 수고만으로 차려지는 집밥을 이제 그리워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돌봄은 돌아보는 것이고, 보는 것이고, 돌아버리는 것임을 경험했다. '발바닥의 세계를 혓바닥으로 탐구'하는 아기와 함께 4대문(현관문, 창문, 베란다 문, 냉장고 문) 안에 갇혀서 퇴화되는 기분을 느꼈고, 아이를 그리워하고 싶어했다. 아이와 전혀 분리되지 못했으므로 '아이를 그리워하고 싶다'고 쓴 부분에서는 지난 시간이 떠올라 울컥했다. 육아가 삶의 한계를 다루는 기예임을 요가를 하면서 깨달았고, 육아는 나를 위하지 않고 나의 이름을 지우며 나로 수렴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리고 저자는 고백한다. '시를 쓰는 대신 시를 살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이 모든 과정을 아름답게만 포장하고 싶지 않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살아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것이지, 한 사람의 희생이 담보로 되는 돌봄은 거부하고 싶다.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이 성장하고 싶어서다. 한편 최근의 소설과 에세이에서 날카로워진 말과 행동을 '마음이 뾰족해졌다'고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식상하게 느껴졌는데, 이 책에서 모서리에 대해 공감되는 문장을 만나 반가웠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애인은 나를 격렬히 앓고 있는 중이었다. 왜 나는 항상 누군가 찔려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나를 알아차리는 걸까. 내 모서리는 왜 항상 뾰족하기만 한 것인지. 달라져야 했다.' 투명하게 자기를 되돌아보는 태도, 자기를 박박 긁어낸 시간들 때문에 가능한 문장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글을 써준 두 번째 페미니스트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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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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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동지애를 느끼게 하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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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7 | 2019.07.22
평점5점
시대를 읽기 위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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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 |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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