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7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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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44g | 130*205*20mm |
ISBN13 | 9791130623016 |
ISBN10 | 1130623017 |
발행일 | 2019년 07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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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44g | 130*205*20mm |
ISBN13 | 9791130623016 |
ISBN10 | 1130623017 |
차례 장류진 · 새벽의 방문자들 하유지 · 룰루와 랄라 정지향 · 베이비 그루피 박민정 · 예의 바른 악당 김 현 · 유미의 기분 김현진 · 누구세요? 발문_장은영 · 침묵과 초능력은 사양합니다 |
"만약 그런 경험이 있는 지인이 "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라고 인사를 건넨다면 '오잉? 어떻게 생강빵이 말을 하지?' 같은 느낌으로 인사를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가고 싶다."
새벽의 방문자들. 제목만 듣고는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서정적인 감성에 사로잡히는 주인공의 새벽 3시 46분'을 상상했고,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엔 주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줄로만 알았다. 말 그대로 새벽에 방문하는 작중 인물들 덕에 읽는 나까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와 그것에서 비롯된 여성 1인가구의 공포를 그려낸 《새벽의 방문자들》을 필두로 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려내는 본 단편소설집은 약자의 일상 속 공포(恐怖)를 공포(公布)한다. 여러 명의 작가가 모여 펴낸 책인 만큼 젠더 권력을 조명하는 방식과 태도는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수직처럼 기울어져 있는가를.
그동안 독서모임에서 한 작가의 단편 모음집은 읽었어도 여러 작가의 단편집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단편보단 장편을 선호하지만 여러 작가의 단편집이 좋은 점은 내 취향의 작가를 만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장류진 작가의 새벽의 방문자들이 가장 내 취향이었다. 시원시원한 문장과 전개 덕분인지 현실적이지만 주인공의 위험을 덜 느꼈다.
다른 것보다 작가노트가 좋았다. 새벽의 방문자는 통쾌했고 베이비 그루피는 읽으면서 왜 팬과 유명인이라는 권력관계를 통해, 팬들을 착취하는 유명인에 대한 단어는 없을까 생각했는데 작가노트에 자신이 '그루피'였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된 사람의 인터뷰가 나온다. 가해자는 지워진 채 피해자만을 지칭하는 단어는 예방도 뭣도 되지 못한다. 사실 피해자를 말하는 단어도 아니다. 사생팬에 더 가깝다고 알고 있다. 왜 '그루피'가 생기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명칭이다.
전체적으로 단편이라 다행이었다. 장편으로 읽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현실과 가까운 창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은 픽션이니 우리에게 아직 오지 못 한 미래를 그리는 걸 더 많이 보고싶다.
장류진 외, [새벽의 방문자들], 다산책방, 2019.
1. 페미니즘 테마소설이다. 장류진, 하유지, 정지향, 박민정, 김현, 김현진 등 여섯 명의 작가는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단편 모음은 한 권으로 여러 작가를 만나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글솜씨의 편차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무 말 잔치로 허무맹랑한 글이 있다. 전적으로 내 주관적인 견해이다.
새벽의 방문자들
룰루와 랄라
베이비 그루피
예의 바른 악당
유미의 기분
누구세요
2. 제목으로 뽑힌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여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관계사에서 댓글을 모니터링하는 클린센터에서 일한다. 지워도 지워도 끝없는 성인 광고는 일상마저 지치게 한다. 새벽 3시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 1204호의 초인종이 울리고, 문밖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다... IT업계에서 7년을 근무한 작가는 현실의 문제를 반영,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풀어낸다. 마치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읽는 기분이 드는데, 섬뜩하고 반전의 매력이 있다. 여성주의든 뭐든 간에 재미가 있으니 작가의 말이 또렷이 들린다.
... 이른바 '클린센터'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자의 기분은 '클린'보다는 '더티'에 가까워져 갔다.(p.11)
여자의 성을 사는 남자는 파렴치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성을 파는 여자는? 페미니즘은 왜 구매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판매자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인지... 나는 불량식품을 사는 사람보다 판매자가 더 나쁘다는 생각이다.
3. 김현의 '유미의 기분'은 개인적으로 몇 가지를 반성하게 한다. 교사인 형석은 유미의 당돌한 지적에 당황한다.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학교 2층 복도 한쪽 벽면에는 수십 장의 포스트잇으로 가득 채워진다. 여자를 비하하는 말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사과의 방법을 말하며 화해를 시도하는데,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 선생님, 그 말씀 책임질 수 있으세요
- 무슨 말
- 한은세가 먼저 꼬리 쳤다는 얘기요.
- 어
- 여자는 꼬리가 아홉이라서 꼬리를 잘 친다는 얘기요.
- 아, 그건, 다 같이 웃자고 한 얘기지.
- 저는 안 웃었는데요.(p.198)
웃자고 한 말에 핏대를 세우는 상황... 이제 해학과 풍자 그리고 야한 농담은 19금 코미디 클럽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세상이 도래했다.
4. 김현진의 '누구세요?'는 이게 과연 페미니즘 소설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데이트 통장을 만들고, 혼수는 반반을 주장하는 남친 재영은 우스꽝스럽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회사를 그만둔 지윤은 재영에게 도움을 기대하지만, 곧 둘의 관계는 파탄 난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을 끝내며 어쩐지 자꾸 변명을 주워섬기는 것 같아 좀 그랬지만 그의 연인다운 태도를 내심 기대했다. 이재영! 기사도를 자랑해달라! 곧 이렇게 말하겠지! 그 새끼 어디 사는 누구냐, 아주 아작을 내버리겠다, 하고 분노해줘 달링! 파이팅! 모욕당한 자기 여자를 지키는 기사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살며시 누르며 그의 믿음직한 모습을 기대했다.(p.242)
아, 뭐라 할 말이 없다!
5. 페미니즘을 테마로 하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대결 구도인 것이 아쉽다. 현실에서는 고부간의 관계에서 여자와 여자의 갈등이 있고, 남자 중심의 사회에서 틀을 깨고 성장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 자체의 이야기가 있었더라면... 무엇보다 혐오가 아닌 화해의 메시지가 있었더라면... 독자는 모두 여자인 것을 가정하고 쓴 글이 많아 공감이나 감동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