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으면서 또 다른 우리의 고민, 우리끼리 나누자!
귀 큰 토끼를 찾아온 동물들의 고민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행동이 굼뜨고 느려서,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등 모두들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걱정들이다. 작가는 우리가 하는 고민 대부분이 어찌 보면 당연하고 평범하다는 사실과 고민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분명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전한다.
더불어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 속 캐릭터들은 어른들의 조언이나 충고를 통해서가 아니라 또래 친구와 고민을 나누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간다.
“밤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 // “나는 밤에 잠이 안 와.(...)”
(...)고양이의 말을 듣고 귀 큰 토끼는 가만 생각에 잠겼어. 그러다 손뼉을 치며 말했지.
“이야기를 써 보면 어때?(...) 고양이 네가 밤에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로 쓰는 거지.”
“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대신 이야기 더미를 만들라는 거구나?” _본문 중에서
귀 큰 토끼의 경청은 고민을 안고 자신을 찾아온 동물들이 생각의 초점과 마음의 방향을 자연스레 전환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귀 큰 토끼는 동물들 각각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어루만져 주는 이상적인 상담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고민을 들어 주는 것만큼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중요해 _함께 소통하기의 중요성
귀 큰 토끼가 고민 상담소를 연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바로 ‘친구를 사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귀 큰 토끼는 자신의 특징이자 가장 큰 개성인 큰 귀를 이용해 숲속 동물들의 고민을 들어 준다. 자기 나름의 소통 방식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자기 고민을 털어놓은 뒤, 귀 큰 토끼의 말은 듣지 않은 채 떠나 버린다.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할 수 없었던 귀 큰 토끼의 귀는 점점 커지고,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된다. 그런 자신을 도와주러 찾아온 동물들에게 귀 큰 토끼는 그제야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렇듯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는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인 의사소통은 나 자신과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과 다른 이의 고민을 열심히 들어 주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고민을 믿을 만한 이에게 털어놓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 단순과 반복의 미덕, 그리고 착한 결말이 주는 해피 바이러스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이야기의 단순성은 이제 막 읽기책에 입문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작품의 상징과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또한, 문장과 이야기 전체 구조에서 느낄 수 있는 반복은 작품만의 묘한 리듬감을 만들고, 독자들로 하여금 읽는 ‘맛’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따뜻하고 착한 결말이 주는 행복감은 독자들에게 쉬이 사라지지 않을 해피 바이러스를 흩뿌린다.
· 작가 김유의 포근한 문장과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개성만점 삽화의 컬래버레이션
작가 김유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난 누구 편도 아니야. 그저 네 마음이 편안해지면 좋겠어.”, “넌 네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는 것 같아. 앙증맞은 눈으로 웃을 때도 엉덩이를 뒤뚱거릴 때도 무지 사랑스러워.” 등 귀 큰 토끼가 동물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다정과 온기가 한껏 묻어난다. 빗방울의 모양과 소리가 제각기 다르다는 거북이의 말 등으로 표현된 작가의 귀여운 상상력 역시 이야기를 빛낸다.
또한,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개성 있는 그림체와 산뜻한 색감으로 표현된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의 삽화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같은 공간, 같은 시점을 표현하되 귀 큰 토끼의 변화를 조금씩 조금씩 보여 주는 디테일을 찾아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