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공부’ 이임숙의
10대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
베스트셀러 『엄마의 말 공부』를 통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작지만 큰 말의 힘을 이야기한 이임숙 소장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대화법을 정리했다. 저자는 강연과 상담에서 만난 사춘기 부모들의 절박함과 안타까움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다고 말한다. 영유아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음에도 끝까지 남아 사춘기 아이에 대해 묻는 부모들,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부모들을 보며, 영유아기, 아동기와는 다른 시각, 다른 접근이 필요한 사춘기 대화법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잘 자라오던 아이도, 무언가 마음속에 상처가 있었지만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도, 사춘기가 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급격한 신체 변화와 심리 변화 때문에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이 시기 아이들은 부모의 섣부른 공감이나 단호한 훈육이 통하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없는 소소한 잔소리에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화를 내자니 아이가 더 반항할까 봐 겁이 나고, 그대로 두자니 아이가 엇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저자는 10대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와 대화법은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함을 강조한다. 이 시기 부모는 아이가 하는 일을 지지하고 격려함과 동시에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상담해 줄 수 있는 ‘상담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 자신이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그동안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 아이에게 부모로서 ‘해고’된 상태라면 부모의 상담자 역할은 요원하다.
까칠하고 예민한 말과 행동에 숨어 있는
우리 아이들의 상처와 진심
저자는 “내가 만약 열다섯 살로 돌아간다면, 나는 나의 부모님께 어떤 도움을 청하고 싶을까?”라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부모 세대의 청소년기와 요즘 세대는 무척이나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진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든든하게 잡아 주고 힘 있게 끌어 줄 그런 어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0대가 되어 방문을 닫고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조차 아주 간절하게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열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따뜻한 충고에 마음이 든든해지는 그런 부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中)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춘기 아이들의 상처는 대부분 부모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점점 엄마 잔소리가 심해져서 요새는 제가 저를 때려요. (…) 그러면 엄마가 겨우 멈춰요.”(172면)라고 말하는 아이, 미친 듯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지만 자신이 모은 돈으로 상담을 받을 테니 부모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는 아이,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엄마가 버린 것에 충격을 받아 자해를 한 아이…….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말수가 줄고, 웃음을 잃어버린 것을 부모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말투가 좀더 퉁명스러워지고 태도가 반항적이 되면 부모는 “사춘기가 무슨 벼슬이라고.” 하면서 별거 아닌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이런 말과 행동은, 자신이 아프다는, 도와달라는 신호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이런 소리 없는 외침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초연한 척하는 것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고,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차라리 아무래도 상관없는 척하는 것뿐이다. 이런 문제 행동들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부모는 아이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문제이면서 동시에 도와 달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132~133면)
아이가 달라지려면 부모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저자는 아이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아이의 진심을 믿을 때 변화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춘기 아이의 방문을 두드리기 전,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청소년 심리
사춘기 아이들의 충동적이고 공격적이고 감정적인 말과 행동이 두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많이들 알고 있다. 전두엽은 각종 정보를 통합하고 감정, 욕구, 충동을 조절하며 자기를 인식하는 기관이고, 편도체는 감각 기관이 받아들인 정보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기관이다. 청소년의 뇌에서 전두엽은 아직 미성숙한데 반해 편도체의 발달은 더 빠르고 이것이 사춘기의 여러 심리적 특성의 원인이 된다.
청소년은 아이이면서 어른이고, 철부지면서 성숙한 존재이다. 아직 덜 컸지만 다 컸다고 생각하고, 미숙하면서 완벽하다고 자만하기도 한다. 지금 자신이 겪는 작은 세상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저자는 부모들이 사춘기 아이들의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흥분과 쾌락을 추구하는 뇌를 가진 사춘기 아이에게 효과적인 피드백은 보상으로 작용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올바르고 효과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하면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한다. 또한 ‘상상 속의 관중’이 항상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 부모가 현실의 바람직한 관중이 될 수 있다. 자신을 따뜻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는 현실의 관중이 있다는 걸 아는 아이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누구보다 특별하지만, 이러한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는 ‘개인적 우화’의 특징을 가진 이 시기의 아이에게 ‘간접 칭찬’은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이다. 간접 칭찬은 아이가 자신의 강점이나 자원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여,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고 앞으로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힘을 얻게 한다.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따뜻하고 힘 있는 실전 대화법 5단계
그렇다면 어떻게 사춘기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임숙 소장은 그 어떤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사춘기 아이에게 말을 건다는 건, 부모의 진실하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 주는 일이다. 어르거나 달래거나 포장하는 것은 잘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진심이 아닌 것을 가장 싫어한다. (…) 그건 어쩌면 아이 앞에서 부모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을 거는 것은 마음을 거는 것이고, 그건 상대도 나에게 마음을 열고 말을 걸어 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158~159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청소년과의 특별한 대화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화법과는 다르다. 대화의 스킬이 아니라, 말로만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온 마음을 걸고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대화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춘기 아이와 진심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일단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거는 부모의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집에 돌아온 아이가 피곤하고 힘든 상태인지 살피지도 않고 학원 숙제는 다 했는지, 시험공부 계획은 다 짰는지 물어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잘 아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다. 아이가 편안할 때를 맞춰 즐거운 대화를 나눈 경험이 한 번 두 번 쌓여야 아이도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한다.
대화 상대로서 아이를 존중하고 부모 스스로 변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면, 이제 저자가 제안하는 청소년과의 특별한 대화법을 시작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멈추기’이다. 저자는 아이를 아프게 했던 모든 것들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부모의 잔소리와 간섭에서 벗어난 아이는 마음을 진정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다음으로는 함께 웃기, 믿어 주고 인정하고 감사하기, 아이의 긍정적 의도 알아주기, 인지적 재미 키워 주기와 같은 대화법이 현실적인 상담 사례와 함께 차례로 제시된다.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를 통해 우리 아이의 마음의 문에 꼭 맞는 대화법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큰아이가 막 사춘기에 접어든 요즘, 그동안 이임숙 선생님께 배운 대화법의 효과를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잔소리를 멈추고, 함께 웃고, 믿어 주고 지지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행동이 좋게 변화하고 성장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시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어 너무 반갑고, 사춘기 자녀를 둔 주변의 부모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 김지연)
'아이들과 부모 상담을 하신 이임숙 선생님의 새 책을 보면서도 선생님이 청소년을 이해하는 폭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중2 딸의 엄마로서, 상담사로서 알고 있었던 익숙함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것들이 이 책에 들어 있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아이와 눈을 마주보고 활짝 웃어본 기억이 없다면, 오늘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내 아이가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드린다.' (중학교 2학년 아이의 엄마 김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