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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구

: 나는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아무튼, OO-022이동
김규림 | 위고 | 2019년 07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4 리뷰 25건 | 판매지수 3,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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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뮤지컬 미니 에디션 1월호
작은 출판사 응원 프로젝트 <중쇄를 찍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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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80g | 110*178*13mm
ISBN13 9791186602485
ISBN10 118660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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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상 위 이상하게 좋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아무튼, 문구』

『뉴욕규림일기』에서 슥슥 쓰고 그린 귀여운 손글씨와 그림으로 여행의 매력을 기록했던 김규림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소문난 문구 덕후이다. 학창 시절부터 아이돌 대신 문방구를 덕질했던 ‘뼛속 깊이 문구인’인 김규림은 자신의 잊을 수 없는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들은 모두 문구와 얽혀 있으며 그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문방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검정 플러스펜 하나로 족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세계, 문구. 평생을 문방구와 함께하고 싶은 문구인 김규림이 이 이상하고 아름답고 무궁무진한 세계를 함께 탐험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문구 소비에는 ‘실용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문구인 여러분!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듣는 일
일요일 저녁엔 문구점에 가요
이상하게 좋은 것들
가성비를 따집니다
나는 꾸준히 쓰고 있다
검정 마블 패턴만 봐도 아직까지 두근두근한 마음을 보면
만년필에는 ‘굳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죠
“스티커 많이 주세요”
종이, 이 친구의 매력은 상당했다
형광펜 공개수배
오늘은 또 어떤 문구점에 가볼까나?
꼭 필요해야만 사나요?
행동하는 문방구
역시 좋은 이름이다
이것도 문구입니까?
#다꾸 #손글씨 릴레이
작은 문구들의 힘
조만간 사라질 것들에 대하여
취향입니다, 문방구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문구인이라는 세 글자엔 나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문구류를 너무나 좋아해서 매일 문방구를 내 집처럼 드나들던 어린 시절, 집 안 곳곳에 널려 있는 수만 개의 문구류, 회사에서 실험하고 배우며 만들고 있는 문구들, 그리고 죽기 전에 문구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단한 문구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포부. 이 모든 것에 어울리는 수식어가 문구인 말고 또 있을까?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꿈까지 모두를 관통하는 한 단어. 그래, 나는 결국 문구인이었다.
--- 「문구인 여러분!」 중에서

가만 보면 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사는 것 같다. 클래식하고 심플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아기자기한 총천연색의 귀여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책상 위에도 묵직하고 우아한 디자인의 오브제들과 함께 오색찬란 화려한 색상의 팬시 문구들이 늘 함께 어울려 있다. 본능적으로 끌리기도 하겠지만 그런 언밸런스를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귀엽고 가벼운 것들이 즉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명랑한 친구들이라면, 클래식한 오브제들은 말수는 별로 없지만 늘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속 깊은 친구 같다. 이 친구들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일에 나는 시간을 과감하게 쓰고 있다. 집에서 대체 뭘 그렇게 하느냐는 말에 나는 퍽 억울하다. 책상 위에도 나름대로의 분주한 시간들이 있단 말이다.
--- 「이상하게 좋은 것들」 중에서

만년필에는 ‘길들인다’는 표현을 쓴다. 내가 만년필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 표현을 중학생 시절 처음 만년필을 선물 받았을 때 들었는데,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오랜 시간 써서 나에게 꼭 맞는 형태로 만드는 것.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만들어나가는 것. 일방적으로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맞춰나가는 상대로서의 필기구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내가 도구를 길들이기도 하지만, 실은 내가 도구에 길들여지기도 한다.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 오래된 편한 친구들 앞에서 자연스러운 내 본모습이 나오듯이, 오래 쓴 만년필을 잡으면 중고등학생 시절의 내 반가운 글씨들이 튀어나온다. 오랜만에 만나도 늘 반갑고 좋은 기억만 남기는 사람들이 있듯, 만년필은 내게 그런 존재다.
--- 「만년필에는 ‘굳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죠」 중에서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의 힘을 믿는다. 생필품들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상상해보라. 책상 위에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만 덜렁 놓여 있다면 참으로 팍팍할 것이다. 그 옆에 예쁜 다이어리, 형형색색의 펜, 그 펜들을 담을 펜 트레이, 이렇게 저렇게 꾸밀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 어여쁜 스탬프와 엽서들이 놓여야 비로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책상이 된다.
--- 「꼭 필요해야만 사나요?」 중에서

글씨체에 무척 관심이 많다. 한번 본 글씨는 웬만하면 기억한다. 남의 글씨체도 곧잘 알아봐서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지인의 물건을 주우면 글씨를 보고 바로 주인을 찾아준다. 일부러 외우는 것도 아닌데 사람과 글씨체의 매칭이 유독 잘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가 글씨를 사람의 개성 중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삐뚤빼뚤 귀염성 있는 글씨, 멋들어지게 잘 쓴 글씨, 절도 있고 힘 있는 글씨, 맥없이 휘적거리는 글씨 등 뭐 하나 비슷한 구석 없이 전부 다르다. 사람의 생김새나 성격, 목소리처럼 글씨도 각양각색인 게 얼마나 흥미로운지!
--- 「#다꾸 #손글씨 릴레이」 중에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문구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체 어디까지를 문구라고 해야 할까? 한편 문구와 소품의 경계는 어디일까? 어디까지가 문구고, 어디까지가 오브제와 소품일까? 이에 대한 내 대답은 간단하다. ‘내가 문구라고 부르면 문구인 거지요.’ (…) 누구에게는 문방구가 아닌 것이 누군가에게는 문방구일 수 있다. 그러니 어떤 오브제를 문방구로 쓰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는 그냥 문방구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예 책상 위에 어울리는 것이라면 그냥 문방구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렴 어떤가. 문구의 범위는 언제나 활짝 열어두도록 하자.
--- 「이것도 문구입니까?」 중에서

돌이켜보니 문구는 나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사고방식, 취미, 특기와 직업에 이르기까지 나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쳐왔다. 문구를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문구와 함께하는 활동(쓰기와 그리기, 만들기 같은 것들)을 좋아하게 됐고, 이것이 나의 성격에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책상에 앉아 조용히 쓰고 생각하는 나의 성향은 문구를 사랑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취향입니다, 문방구’ 선언은 단순히 문구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도 조금씩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 「취향입니다, 문방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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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엔 문구점에 가요

일요일 저녁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꼭 하는 의식 같은 것이 있으니, 바로 문구점에 가는 일이다. 일주일의 끝을 산뜻하게 마무리하는 데 문구점 방문만큼 좋은 것은 없다. 특별히 살 것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슬렁거리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문구점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공기, 가지런히 놓인 여러 색깔의 펜, 각 잡힌 지류들을 보면 어딘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심지어 집보다 더 편안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자전거 바구니에 문구들을 한껏 사 담아 돌아오면서 ‘다음 한 주도 잘 살아보자!’ 하는 두둑한 마음까지 함께 안고 돌아온다.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문구 소비에는 언제나 좋은 기운과 아이디어가 함께 따라온다고 믿는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문구를 사서 써봄으로써 돌파구 혹은 해결책을 얻은 적이 많다. 좋은 아이템이 장착되면 잘 싸우는 게임 캐릭터처럼 새 문구를 살 때마다 일주일치 에너지가 솟아나기도 하고, 열정이 끓어올라 새 취미를 만들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사인펜을 발견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예쁜 노트를 매일 가지고 다니려고 일기를 써왔다. 그러니까 문방구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불씨가 되기도 하고, 작업의 훌륭한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취향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학창 시절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쓰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또래 친구들보다 많았던 것도, 숨 막히는 학창 시절에 조금은 숨 돌리며 취미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문구 덕분이다. 나는 생각보다 작은 문구들에게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문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쓰거나 만드는 건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만큼 나의 감정과 생각에도 곁을 내주고 있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우선은 책상에 앉게 된다. 머릿속의 생각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스친 아이디어를 놓칠세라, 혹은 새로 산 펜을 어서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쓰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그저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마음이 해소되고 위로를 얻는다. 때로는 지나간 기록 속에 담긴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위로를 해오기도 한다. 문구를 사용하면서 생겨나는 차분하고 고요한 순간들이 참 좋다.


문구인 여러분, 우리는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문구 소비에는 ‘실용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문구를 사면서 실용성을 잣대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굳이 실용적인 핑계를 찾아 소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는 문구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문구의 진짜 가치는 실용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예뻐서, 귀여워서, 써보고 싶어서, 그냥 사고 싶어서, 저걸 사면 오늘 하루가 더 나아질 것 같아서. 문구를 사고 싶은 이유는 실용적이라는 이유 말고도 너무나 많으니, 문구인 여러분, 우리는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회원리뷰 (25건) 리뷰 총점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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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힘을) 믿는 (문구)인간에 대하여 - [아무튼, 문구]를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흙******에 | 2021.12.14 | 추천17 | 댓글8 리뷰제목
(문구의 힘을) 믿는 (문구)인간에 대하여 <아무튼, 문구>를 읽고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답하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할 듯하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쉬는 시간(가끔은 수업 시간)마다 친구들과 지우개 따먹기에 열중했고,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교과서와 문제집에 중요한 (대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내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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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힘을) 믿는 (문구)인간에 대하여

<아무튼, 문구>를 읽고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답하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할 듯하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쉬는 시간(가끔은 수업 시간)마다 친구들과 지우개 따먹기에 열중했고,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교과서와 문제집에 중요한 (대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내용에다가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댔고, 직장생활자가 되고부터는 크고 작은 포스트잇을 전투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70억 지구인 속에서 문구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기록한 <아무튼, 문구>의 저자는 같은 질문에 '미도리 노트'를 으뜸으로 꼽는데, 그 이유가 제법 구체적이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잉크가 번지지 않는 종이 재질과 낱장을 넘길 때 나는 경쾌한 소리가 마음에 들 뿐만 아니라 가죽 커버까지 씌울 수 있어서 지금까지 스무 권 가량의 일기장으로 써오고 있으며, 심지어 지금 다니는 회사 면접에서 합격하는 데 부적과도 같은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만의 책상에서 일기장을 펴고 펜을 들어 글을 써내려가거나 혹은 그림을 그리면서 생기는 차분하고 고요한 순간들을 즐긴다고 한다. 머릿속을 채운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을 밖으로 꺼내 보내는 일은 문구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의 시간들 속으로 스며드는 것과 같으리라. 이처럼 노트 하나에 대한 진심만 봐도 다른 문구들을 어떠한 마음과 철학을 갖고 대하는지 쉬이 짐작이 되어 눈길을 거두려는 찰나, 신나게 어딘가로 가는 문구인의 모습이 보여 함께 따라가본다.

 

지치고 힘든 어떤 날 예전에 쓴 일기들을 읽으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위로를 해온다. 나름대로의 걱정과 고민을 짊어지고 있었던 그때의 내가 말한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다 지나갈 걸라고, 결국엔 다 가벼워질 것들이라고.(21쪽)

 

  문구인답게 문구세권(문구+역세권)에 사는 저자는 일요일 저녁이 되면 집에서 10분 거리에 문구점들을 탐방하는 루틴을 갖고 있다. 오래된 문구점에서부터 대형 문구점까지 문구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저마다의 특색 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대형마트와 골목시장의 관계처럼 대형 문구점에 비해 물건 가짓수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동네 문방구에 대한 걱정에 공감이 갔다.

  또한 문구인으로서 언젠가 자신만의 문구점을 여는 게 꿈이라는 저자가 학창시절 부모님이 문방구 사장님인 친구가 가장 부러웠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초등학생이던 내게도 부모님이 문구점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서 새로운 완구류가 나올 때면 최신 정보를 입수해 학교가 파하자마자 달려가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졸랐던 기억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이밖에도 동묘, 서점, 공구상, 옷가게 등 문구점 아닌 문구점 소개를 통해 문구가 문구점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 (문구)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한 외국 문구점의 특징과 차이점도 퍽 흥미로웠다.

 

 

책상 위에 부지런히 사물들을 들여놓고 사용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결국 나의 삶을 가꾸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살뜰히 가꿔야겠다. 책상도, 나의 삶도.(38쪽)

 

  한 때 인스타그램에서 '왓츠온마이데스크(#whatsonmydesk) 릴레이'가 유행했던 것에 착안하여 저자는 '왓츠인마이백(#whatsinmybag) 릴레이'를 제안한다. 작업실이나 서재의 책상 위 소품(문구)들을 공개하는 일은 가방에 넣고 다니는 소지품을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전해주지 않을까 싶다. 솔선수범의 자세로 저자부터 문구인의 보금자리이자 안식처인 책상을 공개한다.

  먼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상 위 문구는 도쿄의 한 편집숍에서 데려온 '황동 캘린더'와 방콕의 한 마켓에서 산 '태엽 시계'이다. 매일 일자와 요일을 한 칸씩 돌려서 쓰는 만년 캘린더와 매일 태엽을 감으면 우렁찬 초침소리를 들려주는 시계를 최애하는 까닭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물성은 물론, 자동화되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매일 수고롭지만 작은 성실을 요하는 매력이라고 덧붙인다.

  다음으로 문구계의 바늘과 실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필기구와 종이를 들 수 있다. 오랜 기간 그야말로 바늘에 실 가듯이 만년필을 사용해온 그는 일방적으로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맞춰나가는 상대로서 만년필을 대한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처럼 그가 도구를 길들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가 도구에 길들여지며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글씨를 쓰거나 내용을 받아적는 필기(筆記)에 관한 새로운 시선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펜이나 연필 등 '무엇으로' 쓸까에만 초점을 맞추며 정작 노트나 종이 같이 '어디에' 쓸까라는 점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필기라는 행위가 이뤄질 수 있음에도 말이다. 저자 역시 이 점을 깨닫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볼펜, 사인펜, 만년필을 다양하게 테스트해본 것처럼 여러 종류의 종이에다가 번짐, 필기감, 색깔 구현, 비침 등을 테스트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가지 종이를 사서 그려보고 써보고 인쇄해보며 자기와 궁합이 맞는 종이를 찾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이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다니, 좀 멋진 일 아닌가. "저는 백색보다 미색 용지, 도공지보단 비도공지, 중량은 100그램 이상의 두터운 용지를 선호합니다"라고 괜히 있어 보이는 말도 해볼 수 있고 말이다. 아는 것이 늘어갈수록 일상은 한층 더 풍성해진다. 매일 이렇게 무언가를 새로 알아갈 수 있어서 즐겁다.(78쪽)

 

  누군가는 문구인에게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라는 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당당하게 말한다. 자기를 만들고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문구를 소비하고 있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흔히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와 펜,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나 칼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지만,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많은 문구점에서 각양각색으로 진열된 문구류만 놓고봐도 문구 소비에는 '실용성'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생필품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만 달랑 놓여 있는 팍팍한 느낌의 책상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쓸데없는 것의 힘을 믿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그 어려운 것을 일력이 해내게 한다는 점에 참으로 대단한 문구다(라고 쓰고 올려다보니 나의 일력이 일주일 전에 멈춰 있다. 어서 뜯어야겠다).(104쪽)

 

  (교과서와 문제집 외에는 그 어떠한 책에도 밑줄을 긋지 않는 내가 감히 그럴 수만 있다면) 형광편과 빨간펜으로 밑줄을 몇 번씩이나 긋고 싶을 만큼, 문구인과의 만남에서 가장 놀라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조금 더 행동력이 필요할 때 이른바 '행동하는 문구'들을 일상에 들인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365일 다이어리, 플래너나 스케줄러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침에 뜯을 때마다 차라락 하는 얇은 종이 재질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일력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 마음에 드는 사인펜을 발견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예쁜 노트를 매일 가지고 다니려고 일기를 써왔다는 이야기에서도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지금껏 필요로 구매했던 (피동적인) 문구가 오히려 (능동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문구 소비에는 언제나 좋은 기운과 아이디어가 함께 따라온다고 믿느다. 문구의 가치는 자주 저평가되곤 하지만 사소하고 작은 문방구일지라도 그것이 가져다줄지 모를 효과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는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문구를 사서 써봄으로써 돌파구 혹은 해결책을 얻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132~133쪽)

 

  문구인과 함께 문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동안 아날로그 감성이 짙은 문구의 세계를 조금씩 알면 알수록 '디지털 기기인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어떤 면에서는 문구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저자 역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도 문구인지에 대해 '인간의 기록을 얼마만큼 이끌어낼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문구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데, 궁금한 독자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면 좋을 듯하다.

  문구의 세계에서 돌아오니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사무실 책상 위와 아이의 책상 위(보다는 아래에 더 널브러져 있는) 문구들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작은 문구에게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색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이 아이의 색감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포스트잇 한 장과 계산기 한 대가 업무와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만들어주고 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매일 소소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훗날 아이와 내가 오늘보다 더 풍요롭고 단단한 내일을 맞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댓글 8 1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7
내일은 집근처의 문방구를 가기로 해요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티* | 2021.09.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의 22번째 책.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요즘 세상에서도 문구류를 활용해 손으로 직접 쓰고 붙이고 만드는 걸 제일 좋아하는' 문구인 저자의 일상과 추억에서 함께해온 문구 예찬. 한 두개의 선별된 문구를 가지고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가 수준의 문구탐방기가 아니고 생활 속에서 문구를 사;
리뷰제목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의 22번째 책.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요즘 세상에서도 문구류를 활용해 손으로 직접
쓰고 붙이고 만드는 걸 제일 좋아하는' 문구인 저자의 일상과 추억에서 함께해온
문구 예찬.
한 두개의 선별된 문구를 가지고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가 수준의 문구탐방기가
아니고 생활 속에서 문구를 사용하면서 깨닫게 된 문구에 대한 애정을 다양한
문구류를 소개하며 펼쳐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애착했던 필기구나 노트 들이 있었을터이니, 짧은 에피소드에
소개된 이런 저런 문구 이름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들춰내기도 하리라. 나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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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문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책***상 | 2021.05.3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최근  아무큰  시리즈를 읽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위고,체철소,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 냅니다 세개의 출판사에서 출간되며 각기 다른 주제, 다른 작가들이 쓰고 있어  시리즈이지만  모두 별도의 이야기로 느껴지;
리뷰제목

최근  아무큰  시리즈를 읽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위고,체철소,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 냅니다

세개의 출판사에서 출간되며 각기 다른 주제, 다른 작가들이 쓰고 있어  시리즈이지만 

모두 별도의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두껍지 않은 분량이기에  휴대하며 수시로 꺼내 읽기 좋은 시리즈이다 

(110 * 170 사이즈로 크기도 작다  )

 

꽤 다양한 주제로  책이 출간되어 있는데  이번에 읽은 것문  '문구' 이다 

'아무튼, 문구'는  문구를 사랑하는 문구 덕후 김규림 작가가  개인적 문구 사랑과  문구에 대한 철학을 재미나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에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충분히 즐거운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을 펼치고   첫장의 '문구인'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문구를 좋아하지만 그건  그저 취향일 뿐  취미도 무엇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오던 나에게 

이 문구인이라는 단어는 알수없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안겨다 주는 단어였다 

시작부터 이렇게 나를 매혹시킨 이 책은  끝까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종이의 질감과 두께까지 따져가며 쓴다거나  동묘와 공구상 같은 곳까지  문구점 아닌 문구점이라 소개하는 작가를 보면  스스로 문구를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하는 내가 보기에도 이 사람의 문구 사랑은  '진짜' 구나라는 생각 밖에 할 수 없다 작가의 문구 예찬을 보면서  탄성과 공감,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는 묘한 위안까지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나는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가로막혀  늘 마음에 드는 문구를 앞에 두고도  돌아서야만 했다 어쩌다  포기하지 못하고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문구를 사들고 온 날이면 행복하면서도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의 힘을 믿는다 생필품들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 95

 

 

굳이 실용적인 핑계를 찾아 소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는 문구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문구의 진짜 가치는 실용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그러니 나도 더 이상 핑계대지 않으려 한다  예뻐서, 귀여워서, 써보고 싶어서, 그냥 사고 싶어서, 저걸 사면 오늘 하루가 더 나아질 것 같아서. 문구를 사고 싶은 이유는 실용적이라는 이유 말고도 너무나 많으니, 우리는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 96

 

거기에  책상위에 문구를 들이고 사용하고 기록하는 행위를  나의 삶을 가꾸는 일이라 말해주고 

문구 사들이는 취미는 가산탕진에 이를일 없는  가성비가 너무도 좋은 취미라 말해주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을 넘어 욕심이 아닐까 싶던 나의 문구사들이기는 정당성을 부여 받을 수 있었다 

내 스스로가 묶고 있던 갑갑한 줄 하나가 풀어진 느낌과 함께 

나는 비로소 '필요'라는 단어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이다 

 

혹시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를 나와 같은 '필요'의 굴레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문구인들과 

문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해방의 기쁨과  동질감을 통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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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3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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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흥미로워요. 영감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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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 2022.01.14
평점5점
흥미로워요. 영감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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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 2022.01.14
구매 평점4점
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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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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