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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몬 베유

나, 시몬 베유

: 여성, 유럽, 기억을 위한 삶

리뷰 총점8.8 리뷰 8건 | 판매지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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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534g | 145*215*20mm
ISBN13 9791187038474
ISBN10 1187038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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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이 무척이나 두려웠는데, 일종의 직감은 때 이르고 정확했다.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한 전조였을까? 밀루 언니는 몇 년 뒤 나에 대해 회상할 때 이렇게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제일 걱정하고 명료하게 느끼던 건 너였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만 감지할 수 있었지.” --- p.28

우리는 어머니가 우리에게 여러 번 주의를 주던 것을 유념해 들었다. 절대 잊히지 않는 교훈이 담긴 충고였다. ‘일을 해야 할 뿐 아니라 번듯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 때문에 시간이 흘러 남편이 내게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을 때, 나는 그 제안을 단호히 거부했다. --- p.34

수용소의 지휘자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가방은 차 안에 넣어 두고 줄을 서 앞으로 가시오.” 몇 초 간 머뭇거린 뒤 모두가 그대로 따랐다. … 갑작스럽게,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몇 살이야” 열여섯 살 반이라는 내 대답에, 목소리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열여덟 살이라고 해.” 나중에 나와 같은 나이의 또래들에게 물어보니, 그들 역시 귓가에 똑같은 조언을 중얼거렸던 이들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 p.51

삶의 조건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실로 끔찍했다. 행정적 기틀, 음식, 최소한의 의료 조치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심지어 수로 대부분이 터져 물도 부족했다. 음식을 찾아 배회하는 뼈만 남은 유령들로는 부족했던지 티푸스마저 돌았다. 기근에 더해서 질병 때문에 사망률이 심각하게 높아졌다. 시체를 처리하는 일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니 죽은 자와 산 자가 섞여 있게 되었다. 마지막 몇 주 동안에는 심지어 식인 행위까지 나타났다. --- p.69

나는 투쟁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비록 국가가 교정 제도를 개선할 자금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할지라도, 제도의 기능과 역기능을 알아내고자 하는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할당된 예산은 아주 적었기에 다른 방도를 찾아야만 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나던 길에, 나는 님의 감옥을 살피기 위해 이 지역을 거쳐갔다. …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그곳에서 몇 시간이나 머무는 데 항의했지만, 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 pp.118~119

당시 나는 남자들이 임신중단보다 피임에 더 적대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피임은 여성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이전까지는 남성의 손에 쥐어져 있던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도로 여성에게 가져온다. 그러므로 피임이란 이전부터 내려져오던 관념을 문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신중단은 여성을 남성의 전권으로부터 면하게 해주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여성을 멍들게 하는 것이었다. --- p.152

그럼에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은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했다. 그는 내가 살아온 경로를 고려하여 나의 입후보를 프랑스와 독일 간의 화합의 상징으로 보고자 했다. 그에게 있어 나의 의장 취임은 세계대전의 막을 확실하게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그는 이것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지스카르는 매번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을 좋아했다.… 한때 유대인 수감자였던 이가 새 유럽의회의 초대 의장을 맡는다면 미래를 위한 좋은 시작이 될 터였다. --- p.168

나이가 들면서 나는 점점 더 여성의 대의를 위해 투쟁하게 되었다. 내가 점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살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얻은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항상 선생님들의 예쁨을 받는 학생이었다. 아우슈비츠에서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한 여성이 일이 덜 고된 작업반으로 나를 지정해서 나를 보호해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삶이었지만 나를 지켜준 사람들을 만나왔다. 이 모든 것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내 입장이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 p.239

이런 기획들로 충격을 받았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영화가 보이고자 하는 가짜 진실의 한계는 명확했다. 나는 이미 프랑스가 강제수용된 유대인의 수가 4분의 1로 가장 적으며, 아동이 거의 수감되지 않았던 독보적인 나라임을 알고 있었다. … 그들은 수감자들이 어떤 운명에 처해 있는지 몰랐지만, 독일인들이 자신들을 체포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군입을 먹이기 위해 굶어야 했다. 대부분은 신분이 알려지지 않았고, 훈장, 메달, 연금 중 무엇도 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 국영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국이 텔레비전으로 그런 영화를 대대적으로 내보낸다는 데 의인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다. 청소년 시절 나를 맞아주었던 빌르루아 가족과 같은 이들이 사회가 자신들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 pp.25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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