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수학 이야기를 할게요. 전 수학자가 아니지만, 이건 알아요. 0과 1 사이에는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습니다. 0.1도 있고 0.12도 있고 0.112도 있고 그 외에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죠. 물론 0과 2 사이라든지 0과 백만 사이에는 더 ‘큰’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무한대는 다른 무한대보다 더 커요. 저희가 예전에 좋아했던 작가가 이걸 가르쳐줬죠. 제가 가진 무한대의 나날의 크기에 화를 내는 날도 꽤 많이 있습니다. 전 제가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숫자를 원하고, 아, 어거스터스 워터스에게도 그가 가졌던 것보다 더 많은 숫자가 있었기를 바라요. 하지만, 내 사랑 거스, 우리의 작은 무한대에 대해 내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로 다할 수가 없어. 난 이걸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거야. 넌 나한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줬고, 난 거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 ---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중에서
난 널 사랑해. 사랑이라는 게 그저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거나 다름없다는 것도 알고, 결국에는 잊히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우리 모두 파멸을 맞이하게 될 거고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날이 오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아. 태양이 우리가 발 딛고 산 유일한 지구를 집어삼킬 거라는 것도 알고. 그래도 어쨌든 너를 사랑해." ---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중에서
“또 뭐가 있지? 그 애는 정말 아름다워요. 그 애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그 애가 나보다 더 똑똑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더 똑똑하다는 걸 이미 아니까. 그 애는 남을 헐뜯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어요. 난 그 애를 사랑해요. 그 애를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정말로 행운아예요, 반 호텐.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말기 암 환자인 열여섯 소녀 헤이즐은 종양이 폐에 전이된 후 늘 산소공급기를 상비해야 하는 처지다. 헤이즐은 엄마의 권유로 암 환자들이 서로 아픔을 나누고 격려하는 취지의 환우 모임에 참가하고 있지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유일하게 대화가 통하는 상대는 아이작이란 이름의 소년. 아이작은 안암으로 한쪽 눈을 적출했고, 곧 수술을 받고 나면 다른 눈까지 잃게 될 상황이다. 어느 날 아이작은 골육종을 앓고 있는 친구 어거스터스를 모임에 데려온다. 그는 헤이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헤이즐 역시 호리호리한 몸매에 파란 눈을 가진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어거스터스는 촉망받는 농구 선수였지만 어느 날 골육종 진단을 받고 일주일 만에 다리 한쪽을 잘라내야 했다. 서로에게서 아주 특별한 느낌을 감지한 두 사람은 가장 좋아하는 책을 바꿔 읽기로 합의하고,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만나기로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