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저는 박정희 대통령을 뽑은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는 당시의 매우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였던 ‘조국 근대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조국 근대화는 분단국가로서 앞서나가던 북한의 경제발전에 대한 안보와도 연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아주 절실한 문제였지요.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근대화를 이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였고, 결국 군부 쿠데타에 의해 근대화 주도 세력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우리 사회에는 다른 선진국처럼 기업가 집단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시민사회가 형성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군부, 그리고 군부가 동원한 관료가 주도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이끄는 방식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지요. 이런 동원 방식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고 시민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원이 발생했기 때문에 반발 세력에 대해서는 국가 폭력이 동원됐지요. 여기에 박정희라는 지도자의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겁니다. 빛은 조국 근대화를 효과적으로 달성했던 혁신의 기수이자 영웅이었다는 측면입니다. 대신 그 주체의 한계와 동원 방식으로 사용된 유신 헌법이 그림자라고 할 수 있지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인권을 유린당했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당시는 아주 무자비한 국가 폭력이 동원된 압제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박정희에게는 빛과 그늘이 함께 있고 이를 동시에 평가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근대화를 이룩한 공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자, 하지만 앞으로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보편화되었으니 민주주의를 희생시켜 발전을 이룩하는 전체주의적인 방식은 이제 안녕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정희는 우리가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대상이지 과거 자체를 통째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는 역사에 대한 현실성과 연속성을 무시한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렵나요? ---「박정희, 지워지지 않는 빛과 그림자」 중에서
윤여준: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창업의 과정만 성공하면 수성은 잘할 수 있다는 잘못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원 의원이 말한 대로, 12월 19일에 영웅이 탄생했다가 다음 날부터 욕을 먹는 이유도 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 이전에 도대체 5년간 자신이 다스릴 국가라는 게 무엇인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이 없다는 거예요. 아무리 다른 능력이 뛰어나도 내가 다스릴 국가라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내 것인지 공공의 것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게 돼요. 민주주의를 모르면 민주주의 과정을 무시하게 되고 결국 비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고 많은 문제를 양산한다는 것이지요. (중략) 미국의 경우는, 대통령이 되기까지 상당한 수준의 민주주의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만 훈련을 받는 게 아니라 사회가 전체적으로 훈련을 받지 않습니까? 또한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올라갈 때까지 상당한 경쟁 과정을 거칩니다. 유럽 같은 데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우리는 불행하게도 중간 과정 없이 휙 날아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지요. 왜 김영삼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이면서 통치방식은 비민주의적일 수밖에 없었는가? 그 분들도 민주주의 훈련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기를 일본 식민지배 시기에 태어났고, 성장하고 교육받은 시기도 철저하게 그런 시기였고, 이후에 민주화 투쟁을 할 때도 권위주의 시기였기 때문에 민주주의 훈련을 받은 기간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런 요인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퇴임할 때 좋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대통령 역사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나오지 못한 이유」 중에서
박영선: 저는 12번째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조항과 헌법 제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을 진정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느냐의 측면에서 봤을 때,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이 지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에요. 저도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CEO로 있던 시절에는 참 친했습니다. 제가 경제부 기자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분은 평생 기업의 이윤, 그러니까 무엇이 가장 효율적이고 무엇이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느냐 생각하는 데 시간을 보낸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주변에도 전부 그런 사람들만 모이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그게 부패로 연결되면서 지난 4년 동안 국민들이 정신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이 평생 동안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민주공화국과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대통령을 꿈꾸며」 중에서
노회찬: 저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가)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율 또는 총선 예측 결과를 가지고 봤을 때 어느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보고요. 어떤 후보가 어떤 프로그램과 비전을 가지고 나서느냐에 따라서 또,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것이냐에 따라서 국민들의 마음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위 말하는 반反MB 프레임은 끝났다고 봅니다. 이제 박근혜 후보까지도 반MB 후보 아닙니까? 따라서 반MB로는 차별성이 없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 이유는 박근혜가 박정희 노선을 견지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그런 점에서 박정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자신의 정책과 관련해서 반성한 지점들을 제대로 살피는 것이 박정희 사후에 이어져왔던 박정희 노선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모두가 경제 문제 때문에 애를 끓이고 있는데, 1퍼센트만 성장해도 일자리 30만 개를 만들어냈던 박정희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8만 개밖에 못 만들어내거든요. 박정희식 성장 혹은 수출의 낙수 효과가 사라져버린 지금, 전 산업이 활황이었던 당시 일군 100만 불이라는 수치에 아직도 우리 국민 대부분이 집착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그 성장, 그 수출, 그 대기업 가지고는 더 이상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대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길 수 있습니다.
---「다시, 개혁과 안정의 기로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