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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다

Lik-it(라이킷)-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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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10g | 128*200*15mm
ISBN13 9791189982225
ISBN10 118998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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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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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꺽꺽거리는 숨에 함께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다가 한동안 숨이 멈출 때면 이대로 계속 멈출까 봐, 아니 다시 꺽꺽거리며 괴로워할까 봐, 둘 다 두려워 어쩔 수 없는 마음에 또 울음이 터져 나오는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 p.82

오늘이 아빠가 없는 세상의 1일이고 우리는 그 땅에 발 딛고 서 있다는 것을 서서히 확인하며, 한편으론 도대체 인간은 얼마나 오래 울 수 있는지 궁금해하게 된다.
--- p.83

죽음이란 이 애물단지 같은 몸뚱이에서 벗어나는 고통의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재가 된 할머니를 보니, 이젠 볼 수 없다는 아득한 슬픔이 죽음의 실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 p.84

서로 다른 삶들이 병원에 오면 병록 번호, 병동 및 호실, 병명, DNR 여부 등에 의해 구분된다. 애써왔고 지켜왔고 즐겨온 삶과 단절되어 죽음을 향해 일렬로 행진한다. 그 낯섦에 대해 기록해두고 싶었다. 병원에서의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죽음의 낯섦을 기억해두고 싶었다. 결국은 누구나 다 재가 되지만, 그 재도 서로 다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를 이루고 있었던 것임을.
--- p.85

병원에서 슬픔을 공부할 기회는 언제나 있지만, 그것을 일상에서 건져 올리기는 쉽지 않다. 이것부터 시작하자. 죽음을 안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타인의 슬픔의 깊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저리 너머 저 심연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
--- p.86

내일 외래진료실에서 만나야 할 환자 리스트가 컴퓨터 화면에서 깜빡인다. 3시간 동안 40명. 모든 이의 슬픔을 마주하고 최선을 다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긴 치료의 여정 중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진심으로 그들의 슬픔을 공부할 기회가 있기를 기도한다.
--- p.86~87

그 누구도 엄마에게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고맙다고,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아픈 남편을 돌보는 삶 그 자체를 걱정했고, 남편 없이 살아갈 날들을 걱정해주었지만, 엄마의 삶을 긍정하고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엄마는 이에 죄책감과 회피라는 방어기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p.91

죽어가는 환자와의 대화 원칙 중 가장 어렵고,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은 ‘사실을 말하면서도 희망을 주는’ 것이다.
--- p.138

‘죽음’ 아니면 ‘완전한 삶’만을 원하는 그에게 남은 수 주를 어떻게 채우라고 할 것인가. 아직도 나는 고민하고 있고,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고르고 있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가끔은 나 역시 이 답답한 상황에서 도망치고만 싶다. 그러나 나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하고, 그의 삶을 끝까지 존중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에게 해줄 것은 있는 것이다. 내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한.
--- p.139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길 여유가 없다. 비행기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어른이 먼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아이에게 씌우라는 안전 지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도우려면 먼저 자신이 온전해야 한다.
--- p.145

죽음이 앗아갈 것을 떠올리며 두려워하자고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끝까지 꽉 찬 삶을 살 수 있기를, 마지막까지 소중한 것을 놓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글을 써본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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