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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 모라

카리 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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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86g | 140*210*20mm
ISBN13 9791158511470
ISBN10 115851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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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3년 만의 신작] 스릴러의 거장 토머스 해리스의 반가운 신작. 액화 화장 기계로 시체마저 녹여버리는 '괴물' 한스 피터와 그에 맞서 자기 자신과 저택에 숨겨진 금을 지키는 카리 모라.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오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은 어디까지,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을까. - 소설MD 김도훈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 아가씨가 바로 관리인이에요. 저 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자잘한 고장은 수리도 할 수 있습니다. 저 아가씨에게서 집에 대한 정보를 빼낸 후에, 봐선 안 될 걸 보기 전에 얼른 잘라버리겠습니다. 저 아가씨 덕분에 시간이 좀 절약될 겁니다.”
--- p.10~11

한스 피터는 렌즈로 카리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봤다. 그녀는 이제 까치발로 서서 새 모이통에 모이를 채우고 있었다. 여자의 시체를 그냥 버리는 건 낭비다. 몸에 흥미로운 흉터들도 있으니 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는데. 아마 누악쇼트에 있는 아크로토 그로토 그룹에 팔면 미화 10만 달러, 모리타니의 화폐 단위로는 35,433,184우기야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신이 없는 팔다리를 다 합친 가격이 그 정도다. 한가할 때 고객 입맛에 맞게 작업을 좀 더 해서 팔면 최고가를 받을지도 모르지. 한 15만 달러 정도. 그래봐야 푼돈이지만. 저 집에는 2,5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정도가 있으니까.
--- p.12

수의사들은 카리를 신뢰하게 됐다. 그녀는 손재주가 비상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새를 다루었으며, 오늘은 블랑코 박사가 지켜보는 동안 낚싯바늘에 걸려서 다친 흰색 펠리컨의 부리 밑에 있는 목 주머니를 꿰맸다. 이 일은 아주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으로, 새가 마취 가스를 맡고 마취돼 있는 동안 몇 겹의 살을 따로따로 꿰매야 한다.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조용히 빠져들게 되는, 아주 평화로운 작업이었다. 어렸을 때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상처를 서둘러 꿰매거나 지혈대를 대거나 피가 줄줄 흐르는 가슴의 상처를 판초로 누르거나 한 손으로 상처를 누르고 압박하면서 이빨로 압박붕대 포장지를 찢어 열던 경험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 p.14~15

이 집 주인은 파블로 에스코바르였지만 여기서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가족이 쓰게 하려고 이 집을 샀다고 생각했다.
에스코바르가 죽은 후 이 집은 여러 번 법적인 문제에 휘말렸다. 그동안 돈 많은 한량들, 바보들, 부동산 투기꾼들이 이 집을 소유했다. 무모한 투기꾼들은 경매에 나온 이 집을 사서 자신의 행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붙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집은 그들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짓들의 결과물로 가득 차 있었다. 영화 소품들, 금방이라도 달려들거나 움켜쥐려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괴물 마네킹들. 패션 마네킹들, 영화나 연극 포스터들, 주크박스들, 공포영화 소품들, 섹스용 가구들도 있었다. 거실에는 싱싱 교도소에서 초기에 쓰던 전기의자도 있었다. 그 의자에서 사형당한 죄수는 딱 세 명이었는데 그 의자의 전류 세기를 마지막으로 조정한 사람이 토머스 에디슨이었다.
--- p.17~18

한스 피터는 자신의 액화 화장 기계를 아주 뿌듯하게 여기고 있었다. 요즘 일반 화장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싶어 안달인 생태학 마니아들 사이에서 액화 화장이 대단히 인기를 끌다 보니 웃돈을 얹어주고 이 기계를 장만했다. 이 액화 화장 기계는 탄소 발자국은 물론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장사하느라 데리고 있던 여자를 더 이상 팔아먹을 수 없게 되면 그녀를 이 기계에 넣어 녹여버리고 여기서 나온 액체는 화장실 변기에 쏟아버리면 된다. 지하수에는 어떤 해로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가 작업할 때 부르는 짧은 노래가 있었다. “한스 피터를 불러주세요, 바로 이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러면 모든 골칫거리는 배수구로 흘러가버린답니다-한스 피터!”
--- p.20

괴물들은 자신의 정체가 발각됐을 때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말이 많아 지겨운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한스 피터는 자신의 행동으로 정체가 노출될 때 사람들이 보이는 혐오감과 공포 반응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람들은 아주 고통스런 순간이 닥치면 어서 빨리 죽여달라고 애걸하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한편, 그의 정체를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들도 있다.
카리는 말없이 한스 피터를 빤히 바라봤다.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서 영민함이 엿보였다. 한스 피터는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실망스럽게도 보이지 않았다. 아, 정말 끝내주는 미인이야! 게다가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 p.28

바닷물이 방파제 밑으로 들어와 콘크리트 테라스 밑에서 거의 집까지 연결돼 있는 동굴을 침식시켰다. 나무뿌리들이 마치 비뚤어진 샹들리에처럼 동굴 속에 축 늘어져 있었다. 따개비가 혹처럼 여기저기 달라붙은 말뚝들이 그 위에 있는 테라스를 받치고 있었다. 사진에 찍혔을 당시 조수의 수위 때문에 물과 천장 사이에는 약 4피트 정도 공간이 남아 있었다. 침식 작용 때문에 테라스 밑에 가라앉은 자갈을 실은 강철 바지선의 절반과, 매립 쓰레기 일부와 마이애미 해변을 지으면서 파낸 흙이 일부 드러나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의 희미한 불빛에 찍힌 검은 동굴 바닥은 해변 쪽으로 경사가 져 있었다. 거기에는 냉장고보다 크고 반짝거리는 정육면체가 하나 있었는데, 저택의 토대와 거의 맞닿아 있었다. 펠릭스는 아이패드에 대고 손가락을 좍 펴서 사진을 확대했다. 정육면체 옆 물가 가장자리에 인간의 해골 하나와 절반으로 토막난 개의 하체가 있었다.
--- p.52

그때 죽은 아이들의 손목이 얼마나 작아 보이던지. 그 작은 손목에서 삐져나온 하얀 플라스틱 끈은 또 얼마나 길어 보이던지.카리는 그때부터 “끔찍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 장면만 떠올랐다.
그 플라스틱 끈은 사방에 있었다. 한동안 게릴라 군과 그들의 적인 준군사조직 양쪽 모두에 그걸 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들은 언제라도 포로를 잡으면 쉽게 묶을 수 있도록 벨트에 그 끈을 차고 다녔다. 그 끈은 썩지도 않았고 정글 바닥에 떨어지면 해골보다도 더 하얗게 반짝였다. 덤불 속에 있는 시체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카리의 속을 뒤집히게 만든 건 썩어가는 얼굴이나, 시체를 실컷 쪼아 먹고 배가 불러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독수리들이 아니라 시체의 손목을 묶은 그 하얀 플라스틱 끈이었다.
--- p.73

재스민 향기가 사라지면서 카리는 그녀의 약혼자가 신랑 들러리들과 함께 도로에서 죽어 있는 모습을 봤다. 그들은 모두 차 속에 있었고 그 차는 총을 든 남자들이 지른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웃 사람들이 그녀가 재스민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교회로 왔다. 그들이 그녀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그녀는 약혼자에게 달려갔다. 그 빨간 머리 소년은 하얀 레이스가 달린 구아이아베라 셔츠를 입고 핸들 뒤에 앉아 있었다. 그는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차 속에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창문들은 무수한 총알 때문에 벌집이 돼 있었다. 그녀는 길가에서 돌멩이 하나를 가져와 창문을 깨고 그를 끄집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깨진 창문 속으로 팔을 집어넣어 그를 껴안고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군중 사이에 있던 용감한 사람들이 그녀를 떼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그를 꽉 붙잡고 매달렸다. 그들이 그녀를 억지로 끌어당기는 와중에 그녀의 두 팔이 깨진 유리에 긁혔고 길게 골이 파였다. 그때 연료 탱크가 폭발하면서 그녀는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그녀가 입고 있던 웨딩드레스에 묻은 피는 갈색으로 말라붙었다.
--- p.99

“이 야영지도 마찬가지야, 카리. 이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계라고. 카리, 넌 머리가 좋고 독창적으로 사고하는아이지. 그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마라. 너의 인생에서 몇 분을 훔쳐내 누군가와 숲속에서 잠깐 같이 있는 게 전부인 식으로는 살지 마. 너 스스로를 위해 네 날개를 써야 하는 거야.”
카리는 이 대화가 부대에서 가장 철저하게 금지하는 체제 전복적인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렸다. 원래 임무대로라면 사령관에게이 대화를 보고해야 했다. 그러면 상을 받을 것이다. 아마 남자들과 같이 목욕하는 대신 그녀가 생리를 시작하면 일찍 일어나 혼자서 목욕할 수 있게 허락할지도 모른다. 사령관의 여자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그녀는 상을 받을 것이다. 카리는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준 게릴라 그룹, 그들이 자신에게 보여준 애정과 동료애를 생각했다. 그녀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가족 같은 느낌. 그들은 그녀가 파티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허락해주는 가족이었다.
--- p.11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한스 피터를 불러주세요, 바로 이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러면 모든 골칫거리는 배수구로 흘러가버린답니다. 한스-피터!”


마이애미 해변의 한적한 비스케인 만에, 어느 대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소유로 알려진 이 저택 어딘가에 어마어마한 금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파블로는 단 한 번도 살았던 적 없는 이 저택에 침입해 엄청난 재산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비스케인 만을 주시하곤 했는데, 이들 중에도 한스 피터 슈나이더는 눈에 띄는 인물이다.

한스 피터 슈나이더(이하 한스 피터)는 전 세계의 거물급 권력자와 부자들에게 장기를 밀매하거나 여자를 공급하며 살아간다. 그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장기나 성(性)을 사는 게 아니라, 부자들의 광기 서린 환상을 충족시켜주며 자신의 변태적인 욕망도 채우곤 했다. 한스 피터는 비스케인 만 근처에 창고 하나를 지었는데, 그 창고는 너무나 평범하고 특징이 없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이었다. 한스 피터는 이곳에 시신을 완벽하게 녹이는 기계를 설치해두고, 쓸모가 없어진 여자들을 집어넣어 그들의 몸이 녹아 사라지는 걸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한편, 비밀스러운 대저택을 관리하는 이는 스물다섯의 가녀린 여성 카리 모라(이하 카리)이다. 콜롬비아 출신인 그녀는 열한 살 때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에게 납치되어 소년병이 되었다가, 마이애미로 건너온 이민자이다. 미국이민세관집행국의 규정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카리는 지금 임시 보호 상태로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다. 언제 고향으로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항상 시달리는 그녀는 마이애미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직장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관리하는 저택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저택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고 이 저택에 뭔가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보트에서 망원경으로 저택을 살피던 한스 피터는 마침 발코니에 나와 새에게 모이를 주는 카리 모라를 발견하고 눈을 떼지 못한다. 구릿빛 피부와 탐스러운 머리카락, 깊고 검은 눈동자를 가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카리를 어떻게 작업해서 부자들에게 비싸게 팔지, 한스 피터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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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해리스의 작품을 읽으면 차가운 비단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것 같다. 대중소설과 문학의 경계를 용감하고 교묘하게 허무는 소설이 얼마나 귀한지 그를 통해 배운다.
- 스티븐 킹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리하고 강인한 카리 모라는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카리에게 새겨진 모든 요소는 수많은 괴물 사이에서 그녀를 더욱 돋보이고 가치 있게 만든다.
- 뉴욕타임스
토머스 해리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게 하고, 결코 외면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깊은 어둠을 해리스만큼 철저하게 조명하는 작가는 없다.
- 워싱턴 포스트
19세기의 지난 20년 동안, 대중 소설은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가 지배했다. 이번 세기에 서스펜스 문학은 토머스 해리스가 지배했다.
- 가디언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진짜 스릴러의 귀환!
- 월 스트리트 저널
이 책은 한마디로 토머스 해리스, 그 자체다.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우아하게 뒤틀린 작가 특유의 필력으로 완성했다. 상쾌하고 즐겁고 오싹하다!
- 커커스 리뷰
『양들의 침묵』에서 클라리스 스탈링을 탄생시킨 토머스 해리스가 또 하나의 인상적인 스릴러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이보다 더 넷플릭스 드라마 같을 순 없는 강렬한 캐릭터. 빠르고 시원하다!
- 이다혜 (〈씨네21〉기자, 『아무튼 스릴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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