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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

소네치카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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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71쪽 | 548g | 140*210*30mm
ISBN13 9788994343761
ISBN10 8994343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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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박종소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어문학부에서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시: 미학적?도덕적 이상의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레프 톨스토이, 생애와 문학의 현재적 의의」, 「러시아 문학의 종말론적 신화양상Ⅰ?Ⅱ?Ⅲ」, 옮긴 책으로 바실리 로자노프의 『고독』, 미하일 바흐친의 『말의 미학』(공저), 블라디미르 솔로비오프의 『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 레프 톨스토이의 『무도회가 끝난 뒤』(공역),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아저씨의 꿈』,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등이 있다.
역자 : 최종술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러시아 학술원 러시아문학 연구소에서 「알렉산드르 블로크와 19세기 러시아 낭만주의 시인들-기억과 암시의 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상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파우스트적 세계지각과 반(反)휴머니즘」, 「인텔리겐치아와 그리스도」, 「시와 러시아정신-자유, 그리고 애수에 관하여」, 옮긴 책으로 리디야 긴즈부르크의 『서정시에 관하여』(공역), 알렉산드르 블로크의 『블로크 시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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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네치카는 고상하고 신성한 경험의 부재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가 그녀에게 흘려주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그 모든 고상하고 중요한 것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공동의 삶 속으로 끌어들였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그의 과거는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었고,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현자의 돌을 만지기라도 한 것처럼 늦은 밤 아내와의 대화는 과거를 지우는 마법이었다. ---p.20

노화의 쓴맛은 아무리 콧대 높은 미녀라도 독이 되는 법이지만 소네치카의 삶에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변함없이 나이가 많은 남편 덕분에 그녀는 항상 자신의 시들지 않는 젊음을 느낄 수 있었고, 로베르트의 꺼지지 않는 아내 사랑이 이것을 더욱 확실히 느끼게 만들었다. 매일 아침은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선명한, 과분하기까지 한 여자로서의 행복의 빛깔로 덮였다. 동시에 영혼 깊은 곳에서 소네치카는 누군가의 실수 혹은 부주의로 자기에게 우연히 주어진 이 모든 행복을 언제라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비밀스럽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 사랑스런 딸 타냐도 소네치카에게는 우연찮게 받은 선물 같았다. 당시 산부인과의사는 소냐의 자궁이 소녀의 것처럼 아직 성숙하지 못해 출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타네치카 이후 소냐는 더 임신을 하지 못한 게 서러워 울기까지 했다. 그녀는 아이를 더 많이 낳지 않으면 남편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p.35

복 받은 대가족이었다. 유전적 기질의 분포에 관심이 있는 유전학자가 훌륭한 연구대상으로 삼음직했다. 가족 중에는 유전학자가 없었지만, 탁자 위에 놓인 찻잔부터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정돈하려는 성격을 타고난 메데야가 재미 삼아 머리카락이 붉은 정도에 따라 형제자매들의 등급을 매겨 정리해본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물론 상상이었다. 가족이 다 모였던 때에 대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늘 오빠들 중 누군가는 빠져 있었다. 어머니의 구릿빛 머리카락은 모두에게 나타났다. 하지만 메데야 자신과 형제 중 막내인 디미트리만은 머리카락이 극단적으로 붉었다. 집에서는‘산드로치카’라고 부르는 알렉산드라는 머리카락이 복잡한 마호가니색이었다. 눈부시기까지 했다. ---p.90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아이가 없던 메데야는 수많은 조카들과 그들의 자식들을 크림에 있는 자기 집에 불러 모으곤 했고, 조용히 그들을 관찰하곤 했다. 그들 모두를 아주 사랑하는 것 같았다. 자식을 낳지 못한 여자가 품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는 유추하기 어렵지만, 메데야는 아이들에게 활발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관심은 노년에 접어들며 더 짙어지기까지 했다. ---p.91

긴 생애를 살며 그들은 죽음에 익숙해졌다. 죽음과 친해졌다. 거울들에 커튼을 치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법을 배웠다. 시편을 중얼대는 목소리에 맞춰, 촛불이 몸을 떨며 건네는 말에 맞춰, 이틀 밤낮을 죽은 몸 곁에서 조용하고 엄정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병들지 않은, 그리고 수치스럽지 않은, 평화로운 죽음에 대해 알았다. 젊은 사람들이 부모들보다 먼저 죽었을 때의 강도 같은, 무법적인 죽음의 침입에 대해서도 알았다. ---p.409

스스로 기억하는 바로, 안나 표도로브나는 평생 동안 어머니와 만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곤 했다. 어렸을 때는 물속으로 다이빙을 앞둔 수영선수마냥 어머니의 문 앞에서 얼어 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최강의 상대와 대면을 앞두고 승리가 아닌 응당한 패배를 기다리는 복서와 같은 마음가짐이었다. ---p.420

이리하여 아버지 없는 삶은 그들 가정에서 뿌리 깊게 계승되었고, 세 세대 동안 단단히 굳어졌다. 안나 표도로브나의, 카차의, 심지어는 성년이 되어가는 레노치카의 머릿속에도 완전히 무르에게 종속된 이 집안으로 가장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남자조차 데려올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자 자손들을 향한 훌륭한 경멸로 가득 차 있는 무르는 그들에게 그러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다. 안나 표도로브나와 카차는 아버지 없는 삶의 정신, 여자의 고독과 전적으로 타협했고, 증조할머니의 재능이 위대하게 발현되었던 바로 그 분야를 미숙한 레노치카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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