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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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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선1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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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58g | 104*182*19mm
ISBN13 9788972751359
ISBN10 897275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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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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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8개월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막냇동생은 정상에 올랐다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시간이었다고 그 애가 말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 애는 얼떨떨해 보였다. 한 남자가 죽자 사자 그 애를 쫓아다니고 직장 앞에까지 찾아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꽃다발을 내밀며 사랑한다고 고백한 날로부터 정확히 3년 반 만이었다.
--- p.27

“작은언니, 왜 참아? 그냥 말해. 그냥 화내.”
둘째가 남편과 내 얼굴을 번갈아 봤다.
“얘 술 주지 마, 응? 형부든 언니든 얘 술 더 주는 사람 난 안 봐.”
(……)
“작은언니 뭐랬어? 아무것도 없을 거랬지? 허허벌판이랬지?”
막내가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있었다고, 리조트. 정말 있었다고. 팸플릿에서 본 그 리조트가 거기 있었다고.”
--- p.58-59

모임의 반은 아는 사람이었고 반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다음 날이면 모르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 되고 그들이 또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타나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비율은 늘 비슷했다. 나도 그렇게 그런 자리에 나가 김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연락이 된 옛 직장 동료들 따라갔다 김과 어울리게 되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의 경우도 나와 비슷했다. 얼마 뒤 그 동료는 발길을 끊었고 내가 내 친구를 데리고 그 자리에 나갔다. 차수가 이어지고 모임이 끝날 때쯤이면 친화력이 뛰어난 김은 거의 모든 사람을 자신의 형 동생으로 삼곤 했다.
--- p.71

거짓말이 아니었다. 작은 연못의 바위에는 거북이들이 달라붙어 있다. 울긋불긋한 나뭇잎들
사이로 휘리릭 움직이는 것은 카멜레온이다.
“황량한 그곳까지 누가 올까 싶겠지만요, 동화 같은 리조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비생태박물관이 있어요.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지요.”
거긴 황량한 벌판뿐인데, 나비생태박물관은커녕 나비박물관도 없는데, 살아 날아다니는 나비는 물론이고 나비 표본도 없는데. 모두모두 김과 최의 거짓말인데, 둘이 작당해서 나이 든 남자의 돈을 빼앗으려는 속셈인데, 그런데도 나는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 작은 무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춤을 추던 그때처럼, 엉덩이를 밀면서 무대 안으로 들어가려 애를 쓰고 있었다.
--- p.81-82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던 서은순이 무심하게 물었다.
“한유정, 너 김진호 아니?”
김진호가 누구인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김진호? 김진호가 왜?”
“아는구나, 역시 너라면 알 줄 알았지.”
그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이제 와서 김진호가 누구냐고 잘 모른다고 할 수도 없었다. 김진호가
누구인가. 잘 모르는데 모른다고 말할 수 없었다.
잠깐 사이를 두고 은순이가 말했다.
“김진호가 죽었다.”
(……)
김진호가 죽었다고 말할 때처럼 서은순이 전했다.
“김진호는 한유정 너를 좋아했다. 여름캠프에서 너랑 말을 했다면서 기뻐했다. 너는 몰랐을 거다. 김진호는 누굴 좋아하면서도 끝내 말 못 하는 애다. 한유정, 김진호는 그런 애다.”
--- p.125-128

그 뒤로 한참 동안 우리에게는 2017년의 크리스마스 전야 같은 날이 일어나지 않았다. 단출하다면 단출한 그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러나 그날 우리는 그런 밤이 가까운 시기에 또 오리라 생각했다.
막내의 이야기는 그날 밤 식탁에 둘러앉은 우리 모두를 숨죽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막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빙 크로스비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렀다.
꿈에서 깬 듯 남편이 우리의 잔에 와인을 따랐고 우리는 잔을 들어 부딪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렇게 말한 게 둘째였는지 막내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 p.1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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