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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요리책

할머니의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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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top20 3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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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84g | 148*210*13mm
ISBN13 9791190305389
ISBN10 119030538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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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불 앞에서 뜨거운 국을 요리한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곰국을 만들 때면 삼사일 동안 몇 번이고 푹 고아야 하기 때문에 부엌의 열기는 정말 굉장했다.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가족들 곰국 먹고 힘내라는 할머니의 마음은 무엇보다 따뜻했다.
--- p.30~31

“할머니, 된장찌개 어떻게 만들어?”라는 질문에 “쉬워.
된장 넣고 두부 넣고 보골보골 끓이면 되지.”라고 할머니는 참 쉽게 대답하셨다.
우리 동네는 오후 4시쯤 ‘댕~댕~.’ 하고 뜨뜻한 두부가 실린 트럭이 왔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할머니가 5층에서 내려가는 사이에 두부 아저씨가 그냥 떠날까 봐 나는 책상 위로 올라가 창문을 열고 “두부 아저씨 기다려 주세요!” 라고 소리치고는 했다.
--- p.36

생선을 먹을 때 할머니는 생선의 뼈만 쏙 엄청나게 잘 발라내셨다.
손으로 생선의 가시를 발라서 살코기만 내 숟가락 위에 얹어 주셨다.
그러고는 끝까지 ‘까시’ 조심해서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시력이 좋지 않았음에도 작은 가시들까지 발라내는 생선 기름 묻은 할머니의 손끝이 생생하다.
할머니 없이 갈치조림을 먹을 때면 내가 아무리 가시를 잘 발라내도, 꼭 가시 하나씩 목에 걸리곤 했다.
--- p.66

바람이 살랑, 봄바람이 불어올 때쯤 밖에 나가면 초록색 싹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이게 쑥이라고 알려 주시면 엄청 신났다.
먹을 것이 사방 천지에 널려 있다니! 그러면 비슷하게 생긴 초록색들을 마구 뜯었다.
힘껏 힘주다가 뿌리까지 뽑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봉지 하나 가득 뜯어서 집에 갖고 가면 할머니는 신문지를 깔고 먹을 수 있는 쑥을 골라내셨다.
그리고 잘 씻어서 말려 놓았다가 방앗간에 갖고 가셨다.
쌀가루와 초록색 가루로 변한 것을 집에 갖고 오시면 나는 신나게 반죽을 했다.
개떡은 맛보다도 개처럼 뛰어놀았던 즐거운 기억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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