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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문학동네시인선-028이동
리뷰 총점9.4 리뷰 9건 | 판매지수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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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382g | 132*225*20mm
ISBN13 9788954619219
ISBN10 8954619215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법한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앞에서, 이것을 시인 자신의 이야기라고 섣부른 추측을 해도 될지, 독자들은 잠시 망설여질 것이다. 하지만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어나가면서 담담하게 흐르는, 그러나 감출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나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독자들은 시인의 내밀한 삶을 함께 느끼게 되고 만다. 그것은 폭넓은 독서를 위한 사전 지식과 관계가 없으며, 시에서 오롯이 느껴지는 울림의 진폭이 크기 때문일 테다. 그 울림은 시인이 살아온 시간에 켜켜이 쌓인 진한 슬픔으로부터 비롯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시인의 말

1부 실은 너무 많이 해서 눈 감고도 하는 일
뒤집어진 게가 있는 정물
환청
눈감고, 푸르뎅뎅한 1분
빨간 구름
수화(手話)
그늘
보라색 자물쇠
뱀이 된 아버지
그러다 고인 빛
몰라요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걸어다닌다면
가벼운 역사
위험한 기류
빙하기
물빛, 정오
나무의 약력

2부 창백한 잠
이게 다예요
일요일
창백한 잠
사과의 고단함
환절기
소혹성 B612호에 혼자 남은 꽃
겨울의 고도(高度)
웅크리다
봄, 우아한 게임
겨울의 중심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서른
빈센트
기억은 청동빛으로 굳는다
봄비가 차마, 귀[耳]가 되어 내리는

3부 푸른 증발
가장 맑은 늪
푸른 멍이 흰 잠이 되기까지
하품
융단, 모르핀, 매니큐어에게
노란 꼭대기
한 송이 사자가 시들었다, 질주하듯이

유난히 파란
꽃집
두 마리 물고기
돌아보면 뒤가 파란
예감
마음 얼레를 푸는 밤
산책
긴 잠
연애의 그늘

4부 소문들
꽃띠 아버지
나무
캐러멜의 말
가벼운 숲
앰뷸런스
아네모네
매스미디어
사라진 얼굴
마지막 페이지
가느다랗게 붉은
여름의 끝
새끼 고양이
잠든 호리병
바지를 벗다가
마음 이사

해설|이런 사랑의 노래
|신형철(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명)

회원리뷰 (9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이런 보랏빛 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t****************s | 2022.08.2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당신은 보랏빛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이제 나는 박연준의 두 번째 시집을 떠올린다. 표지 색상이 보라색이어서가 아니고 그 반대다. 보랏빛의 시에 보라색 표지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보랏빛의 시'인가. 이 시집이 유난히 선명한 보랏빛을 띄는 것은 '멍' 때문이다. 멍든 시인의 멍든 시들이라고, 그러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온몸에 푸르뎅뎅한 멍이 들고 그 낭자한;
리뷰제목

당신은 보랏빛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이제 나는 박연준의 두 번째 시집을 떠올린다. 표지 색상이 보라색이어서가 아니고 그 반대다. 보랏빛의 시에 보라색 표지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보랏빛의 시'인가. 이 시집이 유난히 선명한 보랏빛을 띄는 것은 '멍' 때문이다. 멍든 시인의 멍든 시들이라고, 그러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온몸에 푸르뎅뎅한 멍이 들고 그 낭자한 보랏빛을 스스로도 감당할 바 없어 각혈하듯 뱉어낸 말들이 저 시가 되었다고, 그녀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어도 나 홀로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쓸 내용은 이 시집에서 내가 찾은 그녀의 멍 자국들이다.

 

봄은 스무 개의 발이 달린 다족류의 몸으로 걸어다닌다

투명하게 찍힌 봄의 발자국

유리창에 이마를 기댄 햇빛

 

아버지는 쓰러지길 기다리는 볼링 핀처럼

봄의 길목에 서 있었다

거대하게 몸을 부풀린 색색의 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오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빛깔을 향해,

 

(...)

 

아버지의 몸 곳곳에 멍이 퍼졌다

무늬를 흉내 내며 살랑거리는 저 어둠,

도망가는 뱀처럼 기다랗게 번지고

커다란 접시 같은 몸이 보랏빛을 떠받들고 있었다

보랏빛은 줄을 서지 않는다

보랏빛은 발걸음이 가볍다

보랏빛은 침착한 표정으로 번진다 웃으면서

보라, 보라, 보랏빛!

 

종이비행기처럼 납작하게 접힌 아버지

하늘로 날아가신다

 

-44~45면, 「봄, 우아한 게임」 부분

 

박연준의 첫 번째 시집을 읽은 우리는, 그녀에게 아버지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그녀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바쳐질 이 시에서 "보랏빛"의 정체가 나타난다. 봄, 꽃이 피고 동면에 들어갔던 동물들이 일제히 깨어나는 이 시기에, 그녀의 아버지는 "뱀처럼 기다랗게 번지"는 멍투성이가 되어 돌아가셨다. 그 보랏빛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생생한 충격이었을지, 보랏빛이 몸 위로 떠오른 게 아니라 몸이 보랏빛을 "떠받들고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병든 아버지의 몸은 그저 보랏빛을 담은 일종의 "접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저 살아 숨 쉬는 듯한 보랏빛의 횡포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아버지의 상태와 지나치게 비교된다. 딸과 처제도 구분하지 못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쓰러지길 기다리는 볼링 핀"으로 묘사될 때 보랏빛은 "발걸음이 가볍"고 "침착한 표정으로" 웃기도 하는 존재로 그려지는데, 차라리 아버지보다 그의 몸 위의 멍이 더 살아 있는 듯하지 않은가. 어쩌면 멍은, 하루 종일 병상에 죽은 듯 누워만 있었을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시인이 유일하게 생동감을 발견했던 곳이 아니었을까. 유일한 생명의 흔적이 고통을 통해서만 확인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릴 적 넘어지곤 해서 생기는 멍은 그저 잠시 찾아왔다가 곧 사라지는 것에 불과했지만, 생의 어느 기점을 통과하고 나서부터는 한번 생기면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멍도 있는 걸까. 우리의 시인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그렇듯이 말이다. "문장을 끝내면 마침표를 찍고 싶은 욕구처럼/생각의 끝엔 항상 당신이 찍힌다"(「푸른 멍이 흰 잠이 되기까지」 중). 모든 생각의 끝에 아팠던 아버지가 따라온다는 저 말이 진실이라면, 이제 아버지의 멍은 시인의 멍이 되어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지울 수도 없고 모른 척할 수도 없어서, 영원히 간직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저 생동한 멍. 시인은 그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여름의 끝」 중). 어떤 고통을 영원히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제 나는 이 슬픈 보랏빛의 시 앞에 문학이란 절망의 형식이라던 신형철 평론가의 말을 떠올린다. 우리의 어설픈 절망을 위해 문학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므로 박연준의 시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배운다면 그것은 절망과 절망의 언어일 것이다. 그녀가 매 순간 오직 절망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취미로 발레를 즐겨 하며 때로는 동료 시인이나 작가들과 즐거운 식사를 함께 한다. 그러나 유독 시 안에서는 그토록 아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반문할 것이다. 그녀의 시가 절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득한 절망만이 시의 옷을 입고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구매 [56]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소**기 | 2021.04.09 | 추천15 | 댓글2 리뷰제목
[ 수화(手話) ]   긴긴 술잠에 빠진 아버지 느리게 해독하는 여름 아버지의 발바닥엔 책처럼 두꺼운 각질이 쌓여 있다 가끔 무심히 만져본다 그것들을 깎아다 손바닥에 잘모아들고 볕 좋은 곳에 묻어놓으면 무언가 피어날 것 같다 내년 봄에, 아님 그후라도   아버지는 내가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자국이 생긴 채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손자국을 오래 견디다가;
리뷰제목

[ 수화(手話) ]


 

긴긴 술잠에 빠진 아버지

느리게 해독하는 여름

아버지의 발바닥엔 책처럼 두꺼운 각질이 쌓여 있다

가끔 무심히 만져본다

그것들을 깎아다 손바닥에 잘모아들고

볕 좋은 곳에 묻어놓으면

무언가 피어날 것 같다

내년 봄에, 아님 그후라도

 

아버지는 내가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자국이 생긴 채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손자국을 오래 견디다가

가까스로 원상태로 돌아온다

휴, 이제 살았다 난 괜찮아

아버지는 내 구두 속에다 대고 속삭인다


 

혼자 미소 짓다가 힘겨워지면

아버지는 내게 전화를 건다

내가 아빠 이제 난,

하고 끊을 채비를 하면

아버지는 그게 그래서 말이야,

망설이다 시작한다

전화를 끊고

내 귀는 여전히 흔들린다

 

끊어진 전화와 끊어진 마음 사이에서

도르래를 굴린다

 

 

[ 뱀이 된 아버지 ]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

얼굴이 간지럽다

 

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

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

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

반항도 안 하고

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

처제, 하고 불렀다

아버지는 연지를 바르고 시집가는 계집애처럼 곱고

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아버지의 팥죽색 얼굴 위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다

미소처럼, 아주 조금 찡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지나가는 뱀을 구경했다


 

기운이 없고 축축한 - 하품을 하는 저 뱀

 

나는 원래 느린단다

나처럼 길고, 아름답고, 축축한 건

원래가 느린 법이란다

그러니 애야,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어둠이 고개를 다 넘어갈 때까지

눈을 감으렴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해주렴

 

 

[ 푸른 멍이 흰 잠이 되기까지 ]


 

날이 무디어진 칼

등이 굽은 파초라고 생각한다

 

지나갔다

무언가 거대한, 파도가 지나갔나?

솜털 하나하나 흰 숲이 되었다

 

문장을 끝내면 마침표를 찍고 싶은 욕구처럼

생각의 끝엔 항상 당신이 찍힌다

 

나는 그냥 태연하고,

태연한 척도 한다

 

살과 살이 분리되어 딴 길 가는 시간

우리는 플라나리아처럼 이별한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매 순간

흰 숲이 피어난다

 

[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


 

나는 공터다

구름이 한번씩 쓸고 가는

 

당신이 빠져나간 자리

푸르게 어둠 휘어지고

빈 그네 위로

쓸쓸히 엉키는 바람

힘없는 밤이 주먹을 펴자

스르르 등 떠밀려

피어나는 흰 달

길게 이어지던 징 소리 끝에

철없는 하루살이들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나는 지금

텅 빈 악보 위로 쏟아지는

빗방울이다

 

 

[ 마음 이사 ]


 

깨진 항아리 위에 마음을 올려놓고

가는 봄에 집착한다

창문 밖 감잎이 초록으로 초록으로 달리며

죽은 봄을 토해낼 때

마음에서 빛이 빠져나가길

 

계절이 다른 계절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휘어진 선(線) 위에서

오래 머뭇거리다


 

나는 주렁주렁 허공을 매단 나무로 선다

옆모습을 보인 채로 사라진다

 

 

 

...  소/라/향/기  ...

댓글 2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5
구매 포토리뷰 아버지는 나를 처제라고 불렀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h********o | 2018.05.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얼굴이 간지럽다 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 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반항도 안 하고 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처제, 하고 불렀다아버지는 연지를 바르고 시집가는 계집애처럼 곱고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아버지의 팥죽색 얼굴 위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다미소처럼;
리뷰제목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

얼굴이 간지럽다

 

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

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

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

반항도 안 하고

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

처제, 하고 불렀다

아버지는 연지를 바르고 시집가는 계집애처럼 곱고

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아버지의 팥죽색 얼굴 위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다

미소처럼, 아주 조금 찡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지나가는 뱀을 구경했다

 

기운이 없고 축축한- 하품을 하는 저 뱀

 

나는 원래 느리단다

나처럼 길고, 아름답고, 축축한 건

원래가 느린 법이란다

그러니 얘야,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어둠이 고개를 다 넘어갈 때까지

눈을 감으렴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해주렴

(뱀이 된 아버지 /박연준)

 

 

남들은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참 살 만 하다는 요즘,

유독 힘 빠지고 쳐지던 날이 이어졌고,

거기다가

5월 8일이 턱하니 내 앞에 오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내내 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감정만 이어졌다.

그러던 날 다시 내 눈에 들어 온 이 시집. 

다시 이 시집을 꺼내 읽다가 먹먹했지만

그럼에도 위로가 되는 이 느낌이었다.

내 경우엔 슬픔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시덥찮은 사람들의 말과 위로보다는  

이런 공감되는 시집 한 권이 낫다는 쪽이다.

 

박연준 시인 덕분에 조금은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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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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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기일을 앞두고 있어서.. 많이 그리울거예요.. 이 시집을 읽으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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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소**기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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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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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b**********t |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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