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10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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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256g | 128*188*16mm |
ISBN13 | 9788961707398 |
ISBN10 | 8961707396 |
발행일 | 2019년 10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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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256g | 128*188*16mm |
ISBN13 | 9788961707398 |
ISBN10 | 8961707396 |
프롤로그 1987년 6월 1908년 9월 1910년 9월 1910년 10월 1910년 11월 1910년 12월 1911년 1월 1911년 2월 1911년 3월 1911년 4월 1911년 4월 1911년 5월 1911년 7월 1911년 8월 1911년 9월 1911년 10월 1911년 10월 폴, 그 후 이야기 넬, 그 후 이야기 페기, 그 후 이야기 스카일러 제분소, 그 후 이야기 작가와의 대화 옮긴이의 말 |
한 소년의 흑백 사진.
너무나 흐릿해서 소년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으나 꾹 다문 입 때문에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어요.
책 뒷편에 실린 사진을 먼저 봤어요. <작가와의 대화>를 읽지 않았다면 그냥 그림이라고 추측했을 거예요.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스르륵 책장을 넘기다가 맨 뒤에 실린 사진부터 보게 된 거예요.
<침묵에 갇힌 소년>은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이 소설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어요.
작가의 대고모님이 1911년에 찍은 실제 사진인데, 이 소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해요. 단지 소년의 표정을 보면서 추측했을 뿐이에요.
"... 소년이 정신적 충격을 경험했거나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 때문에 혼이 난, 상처 받은 아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13p)
과연 소년은 상처 받은 아이였을까요.
진실은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그 소년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죠.
흑백 사진 한 장이 불러온 상상 그리고 기억.
작가 로이스 로리는 영화 <더 기버 : 기억 전달자>의 원작 소설가라고 해요. 어쩐지 영화 못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인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겪게 돼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알 수는 없지만.
먼 훗날, 그 순간을 회상한다면...
그건 아마도 한 편의 소설이 될 거예요. 마치 <침묵에 갇힌 소년>처럼.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다면, 그 기억은 세상 사람들에겐 소설로 보일 테니까.
주인공 '나'는 캐티 대처예요.
1987년 6월, 캐티는 아주 늙어 할머니가 되었어요.
증손자들은 나를 의사쌤이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해요. 그러면 말을 하는 돼지 이야기나 원숭이 이야기를 제멋대로 만들어 들려주곤 해요. 이 아이들 중 누군가 시내 서쪽에 위치한 버려진 석조 건물을 본다면, "저게 뭐예요?"라고 물을 거예요. 어쩌면 건물 기둥에 새겨진 글씨를 보게 될지도 몰라요.
'어사일럼(ASYLUM, 정신병자 · 고아 · 노인 등을 수용하는 보호시설.).'
지금부터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거예요. 또한 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 맞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너무 울적하고도 복잡한 이야기니까. 너무 오래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내게 새끼고양이를 주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그 소년이 궁금하다. 소년의 이름은 제이콥 스톨츠.
이제 내가 써 내려갈 이야기가 바로 그 소년 이야기다." (13p)
그래요, 정말 오래 전 이야기예요. 증손자를 둔 캐티가 여덟 살 생일을 앞둔 때로 거슬러 가야 되거든요.
그 소년, 제이콥을 처음 본 그 날을 캐티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캐티는 아빠와 함께 페기 스톨츠의 집에 갔어요. 아직 열다섯 살도 안 된 페기 스톨츠는 집안이 가난해서 학교를 그만두고 캐티의 집 가정부가 될 참이에요. 아빠는 캐티와 페기를 마차 뒷자리에 안아 올려 주었어요. 페기는 엄마와 어린 동생 안나를 안아 주며 작별 인사를 나눴어요. 그때 창문 커튼이 옆으로 살짝 젖혀지며 얼굴 하나가 나타났어요. 창문에 갖다 댄 손이 보였어요. 캐티가 팔꿈치로 페기를 찌르며 창문을 가리켰어요.
페기 : "제이콥이야."
캐티 : "제이콥은 몇 살이야? 학교에 다녀?"
페기 : "(고개를 가로저으며) 제이콥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그럴 수 없었어. 제이콥은 정상이 아니거든." (25-26p)
마을 사람들은 제이콥을 정신지체아라고 불렀지만, 캐티의 아빠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어요. 제이콥은 남들과 좀 다른 거라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과 안전하게 있는 방법을 다 알고 있으니까 정신지체가 아니라고 했어요. 캐티의 아빠는 훌륭한 의사였고, 그 말이 맞았어요. 비록 제이콥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캐티는 제이콥과 친구가 됐어요. 말 대신에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
훌륭한 의사와 여덟 살 소녀만 이해할 수 있는 침묵에 갇힌 소년.
어쩌면 제이콥은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그 마음이 아닌가 싶어요. 문득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이미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던 그것.
기억하나요?
[기억 전달자]를 최근에 재미있게 잘 읽었기에 로이스 로리의 다른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침묵에 갇힌 소년은 누구이며 침묵에 갇혔다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여덟 살 소녀의 눈으로 본 침묵에 갇힌 소년은 어떤 모습일까? 아버지가 의사인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소녀 캐티. 캐티는 어릴 때부터 의사인 아버지 덕분에 다친 환자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자란다. 그리고 아버지는 직업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을 환자를 돌보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하는 것 같다.
캐티의 집에 가정부가 새로 오는 날 가정부를 데리러 간 캐티의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이런 따뜻함이 느껴진다. 가정부가 될 페기는 어린 나이지만 엄마를 떠나 캐티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온다. 그녀의 언니는 바로 옆집에서 이미 가정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 남겨 두고 온 남동생 제이콥. 이 제이콥이 바로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침묵에 갇힌 소년이다.
책은 굉장히 잔잔한 캐티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그녀가 아빠를 따라다니며 보게 된 것들, 주변 풍경들, 그리고 주변 이웃들의 모습들. 사실 이 책은 할머니가 된 캐티가 손주들에게 제이콥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자폐를 앓고 있기 때문에 제이콥은 남들 눈에는 다소 정상적인 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캐티의 아버지는 남다른 따뜻함으로 제이콥을 전혀 차별하지 않는 편견없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캐티는 장애를 갖고 있는 제이콥을 아버지처럼 편견없이 바라보며 동물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좋아하게 된다. 순수한 마음으로 제이콥을 바라봐주는 그들의 우정이 순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고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제이콥. 할머니가 된 캐티의 기억 속에서 제이콥은 어떻게 기억될까 무척 궁금해진다. 사실 커다란 사건이 나오긴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너무나도 잔잔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르게 계속 궁금해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기억 전달자] 때문인지 이번 작품에서도 저자가 굉장한 뭔가를 의도하고 있진 않을지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읽었는데 두 작품이 너무나도 달라 또 다른 느낌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