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에는 총 3곡의 오페라 가운데 푸치니의 오페라가 두 번 나온다. 하나는 퀸의 BBC 생방송 출연 후 프레디와 여자친구 메리 오스틴이 다정하게 함께 있는 장면에서 흐르는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1903)의 2막 아리아 ‘어느 갠 날(Un bel di vedremo)’, 다른 하나는 영화 중반 대저택을 구매한 프레디가 밤에 메리에게 전화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1926)의 1막 아리아 ‘왕자님, 들어주세요(Signore ascolta)’다.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모두 전 세계적으로 많이 공연되는 푸치니의 명작들이다. 무엇보다 [나비부인]은 오페라 내에서 아름다운 노래의 대부분이 나비부인(푸치니 자신이 오페라들 사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의 독창이나 중창으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 메인 주연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주인공 소프라노가 거의 쉬지 않고 무대에 나와 노래해야 하는 ‘근대적 프리마돈나 오페라’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비부인]과 [투란도트]는 이탈리아가 아는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외국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나비부인]은 일본이 배경이며, [투란도트]는 중국이 배경이다. --- pp.21~22
예상대로 조지 6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명대사를 유창하게 읊고 있다. 놀란 조지 6세와 그 뒤에서 우연히 듣고 경악한 아내 엘리자베스는 다시 라이오넬을 찾는다. 이제 이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조지 6세는 라이오넬의 수업방식을 따르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그와 언어교정에 돌입한다. 조지 6세는 턱을 풀고, 힘을 빼고, 어깨를 풀며, 호흡법을 가다듬는 등의 준비운동으로 치료에 적극 임한다. 마치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들리는 경쾌한 음악소리처럼 다시 한 번 모차르트의 음악이 사용되며 수업에 활기를 가져다준다. 작품은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다. --- p.79
[환상 교향곡]에도 베를리오즈가 감춰놓은 이스터 에그가 존재한다. 할리데이에게 키라가 있다면, 베를리오즈에게는 해리엇 스미드슨이 있다. 베를리오즈가 쓴 환상이란 제목은 그가 사랑했던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을 암시한다. 영화식으로는 이스터 에오피클레이드그지만, 베를리오즈의 음악에서는 이를 ‘고정상념(idee fixe, 이데 픽스)’이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음악에서 해리엇이란 여인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특정 선율을 삽입해 감상자들로 하여금 그녀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 쉽게는 곡의 ‘주제 선율’ 정도로 이해하면 좋다. --- pp.108~109
[에반게리온]에는 TV판과 극장판을 통틀어 꽤 많은 클래식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특히 종교음악 장르들이 주를 이루어 내용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1068]·[칸타타, BWV147] ‘예수는 인류의 소망과 기쁨’,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모차르트의 [레퀴엠 d단조, K626],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53~1706)의 [카논 D장조] 등 적시적소에 적용되는 음악들은 [에반게리온]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장면에 들어가는 음악들이 하나같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분명히 적합하지 않을 음악선곡임에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치밀함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극장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1997)에서 피 튀기는 잔인한 대규모 전투살상 장면에 삽입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전율을 느끼게 만들 정도다. --- pp.128~129
[더 랍스터]에 쓰인 OST에는 클래식음악만 무려 7곡이 있다. 이 중에서 영화 전반에 걸쳐 영화의 성격을 잘 반영하며 비중 있게 다뤄지는 곡은 베토벤의 현악4중주인데, 또 하나의 현악4중주가 베토벤과 짝을 이뤄 이 영화의 구조에 임팩트를 가한다. 앞선 직원의 안내가 끝나고 곧바로 들려오는 음울한 음악이 그렇다. 이 현악4중주는 20세기 러시아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의 [현악4중주 8번 c단조, Op.110]의 4악장(Largo, 아주 느리게 혹은 폭넓게)이다. --- p.139
가곡의 왕으로 잘 알려진 슈베르트의 여러 기악 실내악 중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2곡의 현악4중주가 있다. ‘죽음과 소녀’란 부제를 달고 있는 [현악4중주 14번]과 [현악4중주 13번]이다. 일반적으로 슈베르트 현악4중주의 수는 출판상 번호만으로 15번까지 넘버링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 정확하게 몇 곡이 작곡되어 있는지는 분명하지 밝혀지지 않았다.
[13번] 현악4중주는 슈베르트의 후기 3대 현악4중주(13~15번)에 속한다. 이 무렵의 슈베르트는 건강 악화로 인생에 대한 비관이 극에 달해 있었을 때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인간이라고 여겼을 정도였다. 그런 절망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굳은 음악적 신념으로 완성시킨 곡이 바로 ‘로자문데’다. --- p.222
[7중주]의 편성은 클라리넷, 바순, 호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7대 악기로 구성된다. 국내외에서 그리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베토벤의 작곡 시기적으로는 대단히 의미가 깊다. 작품은 1800년에 초연되었고, 1802년에 출판되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대략 1800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시기는 크게 베토벤 작곡연대의 초기, 중기, 말기 가운데 초기의 마지막 지점에 해당한다. 당시는 30대에 진입한 베토벤이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인 [1번 C장조, Op.21]과 첫 현악4중주인 [Op.18]에 수록된 6개의 작품들을 내놓았던 때다. --- p.276
인숙이 집을 비우는 동안 조하는 동생 진태에게 전단지 돌리기를 돕게 한다. 그러던 중 진태가 갑자기 사라진다. 사방으로 진태를 찾다가 발견한 곳은 대로 건너편 누구든 연주할 수 있는 야외 피아노 공연장이다. 조하는 진태의 피아노 연주를 이곳에서 처음 듣게 된다. 진태의 연주에 앞서 먼저 온 예쁜 꼬마 아가씨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A장조, K331](c.1783) 중 3악장(Alla turca-allegretto) 연주를 끝낸다. 그러자 진태가 슬그머니 앞으로 다가가 전단지를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는 악보 대신 게임영상을 보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진태를 찾던 조하는 피아노 소리가 나는 을 쳐다본다. 동생의 환상적인 연주 실력에 눈을 떼지 못하던 조하는 이를 계기로 진태를 다시 보게 된다.
--- pp.3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