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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와 크레이크

오릭스와 크레이크

[ 양장, 개정판 ] 미친 아담 3부작-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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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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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36쪽 | 734g | 125*190*35mm
ISBN13 9788937454547
ISBN10 893745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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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한쪽 알만 남은 선글라스를 쓰고 수평선을 살핀다. 아무것도 없다. 바다는 뜨거운 금속처럼 보이고, 하늘은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는 구멍을 제외하면 온통 바랜 푸른색이다. 모든 것이 텅 비어 있다. 물, 모래, 하늘, 나무, 과거 시간의 파편. 그의 말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다.
“크레이크! 개자식! 염병할 천재들!”
그는 소리친다. 그리고 귀를 기울인다. 짠물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는 언제 그것이 생기는지 알지 못하고 결코 그것을 멈출 수도 없다. 점차 숨이 가빠진다. 마치 거대한 손이 그의 가슴께를 거머쥐고 있는 듯이, 움켜쥐었다가 놓았다가 다시 움켜쥔다. 무의미한 공포.
“네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
--- p.28

“뭘 긍정적으로 대하라는 거예요? 당신이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들의 돈을 우려낼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다는 걸요?”
어머니는 예의 느릿느릿하고 분노가 배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당신 비꼬는 거야?”
“아뇨, 당신이 비꼬는 거죠. 당신과 당신의 똑똑한 조력자들. 당신의 동료들. 이건 잘못됐어요, 조직 전체가 잘못됐다고요, 도덕적으로 타락한 곳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겠죠.”
“우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거야. 희망은 돈을 우려내는 것과는 달라!”
“새피부 상품 가격은 돈을 긁어모으기 위한 거예요. 당신들은 상품을 과대광고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그러면 환자들은 빈털터리가 되어 버리는 거죠. 돈이 다 떨어지고 나면 그들은 더 이상의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거고. 그들 몸이 썩어 들어가도 당신과 당신 동료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겠죠.”
--- p.96~97

“오, 눈사람, 왜 당신은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는 거죠?”
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눈사람은 눈을 뜬다. 나이 많은 아이들 셋이 그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서서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살그머니 걸어왔을 것이다.
“크레이크에게 이야기하는 중이야.”
눈사람이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그 빛나는 물건을 통해 크레이크에게 이야기하잖아요. 그게 부서졌나요?”
눈사람은 왼팔을 들어 시계를 보여 준다.
“이건 크레이크의 말을 듣기 위한 거야. 그에게 말하는 것은 다른 거지.”
“왜 당신은 크레이크와 별에 대해 이야기하나요? 크레이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나요, 오, 눈사람?”
정말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눈사람은 생각한다. 원주민을 대할 땐 그들의 전통을 존중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그들의 신앙 체계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간단한 개념에 국한해서 설명해야 한다.
--- p.164~165

“크레이크! 내가 왜 이 지구상에 있는 거지? 왜 나만 홀로 남겨진 거야? 내 프랑켄슈타인 신부는 어디 있어?”
눈사람은 흐느낀다.
그는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이 우울한 질문들을 떨쳐 버리고 실망스러운 장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 자기, 힘내! 밝은 면을 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한 여자 목소리가 속삭인다.
눈사람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 숲이 그의 목소리를 지워 버린다. 말들이 무색무취의 거품처럼 줄지어 그에게서 흘러나온다. 물에 빠져 드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공기처럼.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그의 뒤쪽에서 점점 사그라진다. 곧 그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 p.290~291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우리의 흔적, 폐허가 된 흔적과 맞닥뜨린 우리의 자손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누가 이곳에 살았는가? 누가 이것을 만들었는가? 누가 이것들을 파멸시켰는가? (……) 그들은 놀라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어떤 설명을 원할 것이다. 처음에는 거인이나 신의 소행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곧 진실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눈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호기심으로 가득한 원숭이의 두뇌를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 p.377

그때 갑자기 소리가 커졌다. 안녕. 살인자를 기억해라. 나는 너를 사랑해.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다오.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 여자는 지미의 어머니였다. 지미는 어머니가 얼마나 늙었는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피부는 주름투성이였고 입술은 말라 있었다. 도망 다니는 동안 힘든 생활을 한 탓일까, 아니면 혹독한 취급을 받아서일까? 감옥 속에서, 그들의 손아귀 안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잠깐만요.” 하고 지미는 외치고 싶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뒤로 물러나는 카메라, 다시 씌워지는 눈가리개, 휙휙휙. 잘못된 조준, 뿜어져 나오는 붉은 액체, 하마터면 그녀는 머리가 날아갈 뻔했다. 그녀가 땅에 구겨지듯 쓰러지는 긴 장면.
--- p.436

“지미, 약속해 줘.”
“물론이지. 뭔데?”
“만일 크레이크가 여기 없다면, 어디로 가 버린다면, 그리고 나 역시 이곳에 없다면, 크레이커들을 돌봐 줘.”
“여기 없다고? 네가 왜 여기를 떠나는 건데?”
다시 찾아드는 불안감, 의심. 그들은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를 뒤에 남겨 두고? 정말 그런 것인가? 그는 오릭스에게는 일종의 장난감, 크레이크에게는 궁정 어릿광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신혼여행이라도 가는 거야 뭐야?”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 지미. 그들은 모두 아이들 같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고. 친절하게 대해 줘야 해.”
“사람 잘못 골랐어. 그들과 함께 5분 넘게 보내야 한다면 나는 미쳐 버릴 거야.”
“네가 할 수 있다는 거 알아.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지미.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줘. 나를 실망시키지 말고. 약속하지?”
--- p.540

“우리가 당신의 상을 만들었어요. 우리 목소리를 보다 쉽게 당신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요.”
예술을 경계해야 해. 그들이 예술 행위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기는 거야. 크레이크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모든 종류의 상징적 사고는 몰락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이 크레이크의 견해였다. 그다음에 그들은 우상을 만들어 낼 것이고 장례와 무덤 용품, 그리고 사후 생명, 그리고 죄, 선상 문자 비(B) 그리고 왕, 그다음에는 노예와 전쟁을 고안해 낼 것이다. 눈사람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뚜껑과 걸레만을 가지고 눈사람의 복제품을 만든 것은 누구의 생각이었는가?
--- p.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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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와 크레이크』는 극적 효과와 창작의 풍요로움에 있어 『멋진 신세계』, 『1984』와 같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스토피아 소설들과 비견할 만하다. 이 작품은 생태학적 문제로 인해 붕괴해 가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대사회의 악몽을 보여 준다. 이는 현재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통렬한 묘사이다.
- 워싱턴포스트
애트우드의 재기 넘치는 표현들이 돋보이는 작품. 이 소설은 그녀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 줄 뿐 아니라 심각한 문제를 함께 제기한다. 최고의 예술가인 애트우드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사회적, 윤리적 양심을 가책한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히 드문 것이며, 이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글로브 앤드 매일
섬뜩한 통찰력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거장의 각본이 돋보이는 훌륭하고 매혹적인 작품.
- 북리스트
『오릭스와 크레이크』는 어둡고 적나라하며 외설적 기지가 넘치고 그와 동시에 감동과 순수한 시적 섬광을 담고 있다. 작가의 창의력이 빛나는 이 “멋진 신세계”는 우리의 세계를 거울로 비추듯 보여 주기 때문에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독자들이여, 주의하라.
- 인디펜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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