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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우울

마흔의 우울

: 읽고 그리고 쓰는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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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56g | 128*188*16mm
ISBN13 9791155311097
ISBN10 115531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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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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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 있다. 이 사람하고 잘 지내면 세상 어떤 사람도 두렵지 않다. 언제 어디서 화를 낼지 모른다. 자기 말만 하다 끝난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묵살당한다. 상대방 말을 끊고 자기 의견을 말한다. 자기 합리화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모든 잘못은 타인에게 있다. 나는 이 사람하고 같이 산다. --- p.64

에이포지 한 장을 앞에 두고 초등학교 때 얘기부터 적었다. 야구하며 놀던 이야기, 개미 관찰한 얘기, 현기증으로 혼자 쓰러졌다가 깬 얘기, 컴퓨터 사러 간 얘기, 자전거 배운 얘기, 다니던 학교가 분교로 바뀐 얘기, 자살 충동, 방학 때 교무실에서 공부한 얘기 등 초등학교 시절만 에이포지 한 장을 넘기고 있었다. 중학교랑 고등학교 때 큰집에서 산 얘기,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데도 눈칫밥 먹던 얘기, 큰집에 친구들 데려오지 못한 얘기 등이 줄줄 잘 적힌다.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썼다. 팔이 조금 아파왔다. 키보드가 아니라 펜으로 이렇게 오래 써본 적이 없다. 3년 사귀고 헤어진 여자 친구 얘기까지 에이포지에 빽빽하게 4장이 됐다. --- p.173

아내가 내는 화의 본질은 부모다. 아내는 자라면서 부족한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았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드러난다. 공감받은 흔적이 없다. 학생으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늘 잔소리를 들었다. 주어진 구실에 충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심하게 야단을 맞았다. 나도 아내가 어떤 마음인지 알려 하지 않았다. 규범이나 예의만 들먹였다. ‘○○답게’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은 남의 편이었다.
--- p.194

‘나 먼저 가오. 그동안 고마웠소. 미운 정도 정이라지. 님이 된 적 없는 남! 먼저 가오. 눈물을 보이고 싶으면 보이시오. 웃고 싶으면 웃으시오. 그렇게, 그렇게 잘 사시오. 무슨 말이 필요하겠소. 행복하시오.’ 아내에게 쓴 유언장이다.
--- p.199~200

따라 그리기 책을 샀다. ‘손 그림’으로 검색하니 책이 많다. 귀여운 표지를 골랐다. 그날 하루 작은 성공의 결과물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리기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이 습관방을 1년 정도 함께했다. 처음에는 5분이면 충분했다. 책에 실린 그림을 따라 그렸다. 5분도 되지 않아 4개를 그렸다. 두 달이 지났다. 따라 그릴 그림이 없다. 새 책을 사려다가 읽고 있는 책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뭘 어떻게 그릴지 도통 잡히지 않는다. ‘손 그림’과 ‘따라 그리기’로 검색한다. 쉬운 그림을 골라 그날 그릴 분량을 채운다. 30분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책에 없으면 하루 일과에서 찾았다. --- p.215

내 자리에는 책이 20여 권 쌓여 있다. 아내 눈치가 보여 회사 책상에 모셔둔다. 팀원들이 오며가며 책이 많다고 말한다. 몇 명은 빌려달라고 한다. 읽을 만한 책을 골라달라고 부탁한다. 독서의 ‘독’자에도 관심 없던 사람들이다. 쌓아놓은 책을 보니 읽고 싶어졌다고 한다. 좋은 것은 권하지 말고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그렇게 권했다. 게임을 끊으면 다른 게 보인다고 지겹게 말했다. 통하지 않았다. 그러던 사람들이 쌓인 책만 보고 마음이 동했다. 부끄럽지 않는 아빠가 되려고 시작한 독서는 이제 삶의 동반자가 됐다. ‘내일은 무슨 책을 읽을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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