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과학 카페 안에 들어서니 벽에는 왕립학회 초기에 활발히 활동한 과학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어 자세히 보니 아이작 뉴턴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바로 옆의 액자는 텅 비어 있고, “1665년 『마이크로그라피아』 출간, 로버트 훅”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초상화 앞 테이블에는 두 남자가 앉아 있었다. 둘 중에 등이 구부정한 남자가 곱슬머리를 길게 내려뜨린 남자에게 무언가를 막 따져 묻는 중이었다.
“아무리 내가 미워도 그렇지, 어떻게 내 업적도 모자라 초상화까지 모조리 없애 버릴 수 있소? 내가 죽고 왕립학회장이 되고 나서 초상화를 다 없앴다는 사실 알고 있소. 뉴턴,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당신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내 얼굴을 모르게 됐잖소!”
로버트 훅(Robert Hooke, 1635~1703)인 것 같았다. 그는 뉴턴에게 무언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런데 뉴턴 역시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허허, 훅! 그러게 왜 내 주장에 사사건건 반대를 했소? 당신에게 비난받기 싫어서 난 연구 결과도 제대로 발표할 수 없었소. 당신이 죽기 전까지는 말이오. 나는 정말 당신이 미웠소!”
--- p.18~19, '아이작 뉴턴, 빛의 분산 발견' 중에서
“뉴턴은 참 많은 것을 해냈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게 있는 것 같아. 뉴턴은 운동에너지(E)가 질량(m)과 속도(v)의 곱에 비례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라이프니츠가 다른 주장을 펼쳤는데, 그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 쉽게 말하면, 나는 라이프니츠의 주장을 참고해서 에너지는 속도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게 됐어. 식으로 정리하면 E=mv2이지.” …
“에너지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어요. 20세기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에서도 본 적이 있는걸요. 아무래도 에밀리 씨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어쩌면 에너지에 관한 당신의 연구가 나중에 아인슈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요?”
--- p.36~37, '에밀리 뒤 샤틀레, 뉴턴의 오류 수정' 중에서
“우리는 우라늄 핵이 파열하여 두 개의 핵이 발생하고, 그 두 핵을 합한 질량이 우라늄 핵의 처음 질량보다 더 가벼워져야 한다는 것을 추론해 냈어. 그리고 나는 핵의 질량을 계산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떠올렸고, 그의 공식인 E=mc2을 이용해 계산해 보니, 우라늄 핵 하나에서 2억 전자볼트의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왔지. 이 에너지는 같은 무게의 석유나 석탄이 탈 때 나오는 에너지에 비해 약 200~300만 배나 되는 양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지! 우리는 새로 발견된 이 핵반응을 ‘핵분열’이라고 부를 거야.”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며, 미래는 갈등했다.
‘분명 경이로운 순간인 건 맞는데, 이 발견과 해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이분은 알고 있을까? 핵분열의 발견은 나중에 원자폭탄 제조로 이어지잖아. 후, 이 이론을 발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까?’
하지만 미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리제 마이트너가 발표하지 않더라도 머지않아 다른 과학자가 핵분열을 발견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운 좋게 과거로 잠시 왔다고 해서 미래에게 역사를 바꿀 권한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p.90~91, '리제 마이트너, 핵분열 발견' 중에서
리제 마이트너 씨!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당신의 발견인 핵분열은 원자폭탄을 만들게 된 원리이기도 하면서, 지금도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하는 핵무기의 원리이기도 하답니다. 핵분열 그 자체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과학 현상일 뿐이지만, 핵분열을 할 때 생기는 막대한 에너지를 계산해 낸 사람들이 곧바로 원자폭탄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같아요. 핵분열이 발견된 뒤 얼마 되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마침내 미국의 ‘맨해튼계획’을 통해 원자폭탄이 개발되었죠. 리제 마이트너 씨는 원자폭탄 개발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조카와 닐스 보어는 이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동원되었더군요. 원자폭탄의 영향력은 엄청났어요. … 당신의 말처럼, 인류가 기술의 발달을 무분별한 욕심을 채우는 데만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미스터리 과학 카페에 오지 못한 친구에게 당신을 만났던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편지를 마칩니다.
--- p.92~93, '리제 마이트너, 핵분열 발견' 중에서
“모건, 왜 이렇게 많은 초파리들을 기르고 있나?”
“멘델(Gregor Mendel, 1822~1884) 선생님! 이 초파리들이 제게는 선생님의 완두콩이나 마찬가지랍니다.”
“아하, 이것들로 유전 실험을 하고 있나 보군.”
“제대로 보셨습니다. 초파리는 몸집이 작아 키우기 쉽고, 수명도 짧은 데다 새끼도 많이 낳죠. 유전 연구를 하는 데 안성맞춤이에요.”
멘델이 그럴싸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모건은 유리병에서 초파리 한 마리를 꺼내 보여 주며 말했다.
“이 녀석을 자세히 보세요. 눈 색깔이 보통의 초파리들과는 달리 흰색이죠. 이 흰 눈 초파리는 제가 몇 년을 기다려 얻은 돌연변이예요. 이 녀석 덕분에 제가 선생님의 이론을 받아들이게 되었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저는 당신의 이론을 싫어했어요. 완두콩 실험을 통해 얻은 당신의 유전법칙이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완두콩은 쭈글쭈글하거나 둥글고, 키가 크거나 작다’고 했는데 이런 이분법적 분석으로는 복잡한 유전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죠. 그런데 이 흰 눈 초파리로 실험을 해 보니, 당신의 유전법칙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당신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흰 눈 초파리가 자네에게 대체 무엇을 보여 준 거지? 나도 함께 들을 테니, 저기 서서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는 소년에게 그 이야기를 좀 들려주게나.”
--- p.142~143, '토머스 모건, 유전자지도 작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