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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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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선1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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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38g | 104*182*18mm
ISBN13 9788972751373
ISBN10 897275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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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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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그이는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함께 간 여행지를 잘못 기억한다거나, 전날 세워둔 자가용을 찾지 못해 지하주차장에서 오래 헤맨다거나, 식사 중에 갑자기 무언가를 기억해내고는 급히 서재에서 서류를 찾는 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그이를 재촉하면 그제야 방금까지 자신이 절반쯤 먹다 남겨둔 음식들 앞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때문에 미리 약속이라도 잡은 날에는 따로 여러 번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 p.11

나는 종종 우리의 작은 다툼이 어째서 그토록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처 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기어코 하는 말들이 있고, 그러면서도 금세 다시 미안해질 때, 그런 것들을 매번 후회하고 서로를 더 애틋하게 만드는 까닭도 잘 모르겠다. 아마 미양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 p.50

사람들은 어디서든 나를 자주 목격하고는 했다. 출퇴근 지하철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거나, 번화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있었다거나,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혼자 순두부찌개를 먹고 있었다고도 했다.
--- p.55-56

“지금 내가 진짜 나라는 걸 당신이 어떻게 알 수 있지?”
“당연히 알 수 있지.”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나를 닮은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욕실에 들어가고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도 하고
거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그게 나라는 걸 미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다시 물었다.
“뭔데? 이번엔 뭘 또 쓰려고 그러는데?”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미양이라는 사실을 나는 정말이지 조금도 의심할 수
없었다.
--- p.58

미양의 소박하면서도 성실한 인생관이 나는 좋았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었고 어쩌면 그런 성격이 한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를 곁에 두는 가장 큰 이유인 것도 같았다. 나는 미양을 끌어안았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미양도 조금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품에 안긴 채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신 소설에서 내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 p.78-80

“당신이 무얼 기억하든 그런 사람은 없어. 연구실 같은 건 없어. 당신이 기억하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그냥 그것 모두 다 이 소설일 뿐이잖아. 내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 그렇다고 믿는 이야기들일 뿐이라고.”
--- p.109

소설을 쓰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는 나와 어딘가 닮은 데가 많았다. 그럼에도 결국 나와는 다른 타인이었다. 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곳으로 그들을 보내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에는 무슨 행동을 할지, 무엇을 바라는지 등을 오래 추론하고 고민해보았다. 그들을 이해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럼에도 그것도 다 소설이지 않나. 픽션, 허구, 거짓말이라고, 그거 어차피 다 지어낸 거라고.
--- p.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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