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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리뷰 총점8.9 리뷰 34건 | 판매지수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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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3년 0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590g | 148*210*30mm
ISBN13 9788959402533
ISBN10 895940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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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꽃게잡이 배, 돼지 농장, 비닐하우스, 편의점, 자동차 부품 공장…
‘안 해본 일이 없는’ 어느 젊은 작가가 온몸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


2012년,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이 주목을 받았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미국의 워킹 푸어들이 살아가는 그대로 체험하며 쓴 생존기다. 한국에도 이런 이들이 있을 텐데, 다들 어떻게 먹고살고 있을까?

이 책은 20대 후반의 저자가 2007년부터 전국 각지를 떠돌며 일한 경험을 기록한 르포다. 함께 일한 사람들의 숙소는 어느 정도 크기인지. 여름엔 얼마나 덥고, 겨울엔 얼마나 추운지. 사람들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꿈은 무엇인지. 식사로는 어떤 음식이 나오고 급여는 어느 정도인지.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도구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등등…… 알고 싶어도 접할 수 없었던,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모티브로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생동감 넘치는 필력을 보여준다.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사실적 묘사는 물론, 웃음과 슬픔, 안타까움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맛깔나게 버무리며, 가슴이 뻥 뚫리는 진한 풍자도 선사한다. 또한 주목할 것은 젊은 화자의 심리 변화다. 책의 화자인 한승태는 저자이지만, 현실 속 저자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저자가 투영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독립된 주인공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주인공이 사람다운 취급을 받지 못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탁월하게 그려냄으로써, 저자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에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 우리도 퀴닝 할 수 있을까?

1부. 이틀발이
- 진도, 꽃게잡이

2부. 빈민의 호텔
- 서울, 편의점과 주유소

3부. 과자의 집의 기록
- 아산, 돼지 농장

4부. 면죄부
- 춘천, 비닐하우스

5부. T. G. I. F.
- 당진, 자동차 부품 공장

6부. 퀴닝Queening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꽃게잡이 배, 돼지 농장, 비닐하우스, 편의점, 자동차 부품 공장…
‘안 해본 일이 없는’ 어느 젊은 작가가 온몸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


우리는 누군가의 노동으로 인해 살아간다. 먹고 입는 것도, 잘 곳도, 모두 누군가의 땀과 맞바꾼 것이다. 우리가 편하고 다채로운 생활을 하는 데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담보된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우리 삶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떻게 내 앞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이 주목을 받았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미국의 워킹 푸어들이 살아가는 그대로 체험하며 쓴 생존기다. 에런라이크의 생생한 글솜씨에 감탄하고 가난이 더 큰 비용을 부르는 역설에 한탄하면서, 많은 한국 독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국에도 이런 이들이 있을 텐데, 다들 어떻게 먹고살고 있을까?’
누군가의 삶에서, 이 세상에서 소외된 자가 제 모습을 드러내고 온당한 자리에 서는 것.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지만 가난한, 가장 과소평가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이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시작일 수 있다. 그 역할을 맡은 책이 《인간의 조건》이다.

나는 누구라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법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꽃게잡이 배 선원이나 양돈장 똥꾼처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우리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 서문에서

치열하지만 가난한,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은 20대 후반의 저자가 2007년부터 전국 각지를 떠돌며 일한 경험을 기록한 르포다. 함께 일한 사람들의 숙소는 어느 정도 크기인지. 여름엔 얼마나 덥고, 겨울엔 얼마나 추운지. 사람들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꿈은 무엇인지. 식사로는 어떤 음식이 나오고 급여는 어느 정도인지.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도구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등등…… 알고 싶어도 접할 수 없었던,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모티브로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신인 작가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생동감 넘치는 필력을 보여준다.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사실적 묘사는 물론, 웃음과 슬픔, 안타까움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맛깔나게 버무리며, 가슴이 뻥 뚫리는 진한 풍자도 선사한다. 또한 주목할 것은 젊은 화자의 심리 변화다. (책의 화자인 한승태는 저자이지만, 현실 속 저자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저자가 투영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독립된 주인공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주인공이 사람다운 취급을 받지 못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탁월하게 그려냄으로써, 저자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에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다.

책의 내용

1부 ‘이틀발이’는 꽃게잡이 배에서 일한 6주 동안을 그렸다. 작업장은 늘 파도에 흔들리고, 볼일을 볼 때조차 익사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기본급 월 백만 원이 보장되었지만, 누구도 기본급을 제대로 받는 사람은 없다. 이곳에 도착한 첫날, 주인공 한승태에게 던져진 “너 배는 왜 타려는 거냐?”라는 질문은 사실 ‘왜 바다까지 오게 되었는가’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밑바닥까지 떨어진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유대감이 있다.

2부 ‘빈민의 호텔’에서 한승태는 서울의 월 12만 원짜리 고시원에 거주하며 편의점과 주유소에서 일한다. 편의점, 주유소와 어선 간에는 바다 위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친절히 모시겠습니다’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일하는 사람들은 ‘감정의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이다. 손님의 무례함은 파도와 같다. 거칠수록 일하기 힘들어진다. 바다의 파도처럼 편의점과 주유소의 파도 역시 좀처럼 멈추는 순간이 없다. 게다가 그런 감정의 배설들이 보통은 아주 사소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이 감정노동자들은 더욱 소외된다.

3부 ‘과자의 집의 기록’은 기업형 돼지 농장이 무대다. 한승태는 농장에 들어서는 순간 똥냄새를 압착해 만든 망치에 코를 얻어맞은 듯하다. 헨젤을 잡아먹으려고 살을 찌우던 늙은 마녀처럼, 사람들은 돼지를 살찌운다. 그러나 그곳은 과자의 집과 같은 아늑한 공간이 아니라 똥과 오물로 가득 찬 좁은 우리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그중 허약해 보이는 새끼는 내동댕이쳐져 죽임을 당하는 곳이다. 양돈장은 주유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신을 뒤튼다. 숨이 붙어 있는 새끼 돼지를 ‘버릴’ 때, 죽어가는 돼지의 머리를 쇠파이프로 내리칠 때 당신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는 뜻이다.

4부 ‘면죄부’는 비닐하우스에서의 농사일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4월임에도 강원도의 밤은 아직 너무나 춥다. 오이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잠들지만, 온풍기 바람을 쐬는 건 오이뿐이다. 추위보다 더욱 한승태를 괴롭히는 건 암흑과 같은 적막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주인 부부가 지금까지 만난 고용주 중 가장 좋은 사람들이었는데도 생활환경은 가장 열악했다는 것이다. 한승태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최저임금제가 누구를 위한 규칙인지 이해했다. 그것이 노동자를 위한 제도라는 생각이야말로 지독한 환상이다. 최저임금제란, 정부가 고용주에게 발급해주는 연말 정산용 면죄부일 뿐이다.

5부 ‘T. G. I. F.’는 이 책의 마지막 일터인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의 기록이다. 여기서는 노동을 매개로 얽힌 온갖 아이러니한 군상이 그려진다. 함께 일하는 중국인 동료들을 업신여기는 한국인 노동자들, 업무 특성상 남녀로 양분된 부서 간에 서로 상대편의 급여가 더 높다며 벌어지는 갈등, 혜택은커녕 업무 강도만 세져서 정규직 되기를 거부하는 파견직 노동자들, 동료를 아끼던 이는 해고의 위기에 몰리고, 광기 어린 누군가는 승진하는 상황. 이 모두를 지켜본 한승태는 이 노동자들이 실험용 쥐의 등에 키운 인공 장기와 같다고 느낀다. 한국 경제라는 환자를 위해 마음껏 쓰고 버려지는 인공 장기. 생명이지만, 생명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우리도 퀴닝 할 수 있을 것인가

6부 ‘퀴닝’은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1~5부를 정리하는 결론부다. 결론부를 쓰는 방식으로 저자는 픽션을 선택했는데, 책에서 한승태는 1부에서 꽃게잡이를 했던 바닷가 마을로 되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아무리 힘들었어도 그 기억은 지나고 나면 좋게 희석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이 왜곡되어도,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달라진 것 없는 그곳에서 한승태는, 결국 도망친다. 노숙하고 부랑하는 그가 끝끝내 살아낼 수 있었던 건 그와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그를 보살피고 도왔기 때문이다.
서문과 결론(6부)에서 저자는, ‘퀴닝Queening’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체스에서 졸에 해당하는 폰이 한 칸 한 칸 전진해 상대 진영의 끝까지 도달하면, 그 폰은 잡힌 어느 말로도 바뀔 수 있다. 보통 가장 강력한 퀸으로 바꾸기 때문에, 이를 일컬어 퀴닝이라 부른다. 저자는 일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이 퀴닝적(?)이라 부를 만한 열망을 가슴속에 품고 있음을 깨달았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겨울이면 입김이 보이는 고시원을 떠나 좀더 따뜻한 방에서 지내고 싶다, 하루 종일 돼지 똥만 치우는 것보다 좀더 깨끗하고 덜 힘든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 밤샘 작업을 하지 않고도 한 달에 150 정도는 벌고 싶다 등등.

세상이 이따위인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어느 누구도 우리를 쓸모없는 놈들이라며 손가락질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수의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의지의 결핍이 아니라 희망의 결핍이기 때문이다. 노력한 만큼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말이다. 체스의 졸은 한 번에 한 칸씩 전진하는 것밖에 못하지만, 그런 졸이라도 상대편 진영 끝에 도달하게 되면 여왕으로 변신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남의 돈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이 세상에선 졸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평생 졸에 머무르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나는 조금 두려워진다.
― 본문에서

지금은 퀴닝 할 수 있는 시대인가? 이곳은 퀴닝이 가능한 사회인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회원리뷰 (34건) 리뷰 총점8.9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꼭 읽어야 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21.07.0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그러니까 나는 반성한다. 월급 적다고 징징대고 출근하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 피우고(진짜 울었다. 그것도 길에서) 일 시키면 겉으로는 웃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욕했던 것, 그 모든 것을. 대학 졸업하고 별다른 노력 없이 어쩌다 직장을 가졌고(그때는 젊었는데. 왜 그렇게 안이하게 살았을까. 자격증 따고 이력서도 여러 군데 넣어보고 하지는) 다행히 공백기 없이 꾸준;
리뷰제목






 

그러니까 나는 반성한다. 월급 적다고 징징대고 출근하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 피우고(진짜 울었다. 그것도 길에서) 일 시키면 겉으로는 웃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욕했던 것, 그 모든 것을. 대학 졸업하고 별다른 노력 없이 어쩌다 직장을 가졌고(그때는 젊었는데. 왜 그렇게 안이하게 살았을까. 자격증 따고 이력서도 여러 군데 넣어보고 하지는) 다행히 공백기 없이 꾸준히 일을 다닐 수 있었다. 계속 그렇게 살 줄 알았지, 뭐.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 강제 백수가 됐고 생각지도 못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땄다. 직업군을 옮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놈의 경력, 경력, 경력자. 하긴 나 같아도 경력자를 뽑겠다. 일 하는 차원이 다를 테니. 나이 많은 신입을 받아주는 데는 없었다. 뉴스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서류 몇 백군 데를 넣고도 면접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을 꼭 읽으시라. 아니, 다들 읽었다고요? 또 나만 몰랐지. 또 나만 늦었지. 그래도 아직 읽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꼭 읽으셔야 한다. 읽는 동안 소름과 눈물과 한숨이 동시에 터져 나올 테니. 여기는 남부 지방. 지각 장마는 늦게 온 걸 벌충이나 하려는 듯이 장대비를 퍼붓고 있다. 비가 쏟아지는 내내 『인간의 조건』을 읽어 나갔다. 나 대신 울어주는구나. 하늘.

 

나는 그들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 조롱을 감수하면서 맞지 않는 일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내가 보기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삐뚤어지게 만든다. 내가 경멸하는 사람은 황소 심줄 같은 끈기를 지닌 사람들이다. 참고 참아서 끝내는 어디선가 한자리 꿰차는 사람들. 그러니 너희들도 인생의 절반을 무의미한 일을 하며 살라고 권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중도 포기자들은 언제 어디서고 "이제 그만!"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 해야겠다. 참을성 좋은 사람들은 체면이니, 부모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명분에 충성을 다하는데,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건 여지없이 이런 부류다.

(한승태, 『인간의 조건』中에서)

 

한승태는 오랜 기간 면접을 보고 취업 준비를 했다. 모두 탈락. 스물여섯에 꽃게잡이 배를 탄다. 소개소에서 한 달 기본 급료가 10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덜컥 선원이 된다. 숙소에 도착해 들은 질문은 깨끗하냐는 거였다.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했다. 깨끗하냐는 말은 전과가 있냐 없냐라는 뜻이었다. 그날부터 한승태의 고생은 시작된다. 꽃게를 잡는 건지 자신을 잡는 건지 모를 일을 했다. 배 안에서의 생활은 개고생 그 자체였다. 조금만 방심하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이었다, 배는.

 

일이 힘들어도 월급이 괜찮으면 버틸만하다.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버틸만하다고 믿는 것이다. 선주는 경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월급을 주지 않았다. 식사, 숙소 어느 것 하나 괜찮은 것이 없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담인데 간결하고 요점을 명확하게 요약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밉다. 중국 선원들이 도망치기 위해 바다를 헤엄치다 죽은 걸 본 후 한승태는 선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선주는 40만 원을 줬다. 6주 동안 일했는데. 남은 선원들은 돈을 받았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꽃게잡이 선원의 시간은 그런 것이었다.

 

이후 그는 편의점, 주유소, 돼지 농장, 오이 비닐하우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한다. 최저 시급 정도를 받거나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면서. 한 달에 이틀 휴무를 가지면서. 『인간의 조건』은 마지막 6부를 빼놓고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6부도 약간의 허구가 가미됐을 뿐 실화에 근접한 이야기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모두가 꺼려 하는 일을 하면서 쓴 글은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이다. 화장실과 수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숙소. 돼지 똥의 악취를 맡으며 일을 하고 똥이 묻어도 닦을 수 없는 작업 환경. 한 달에 마스크와 장갑 두 개로 일을 해야 했다.

 

『인간의 조건』을 읽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동안 내가 한 고생은 고생 축에도 못 드는구나.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똥 싸는 소리를 하며 살았구나. 한 달에 이틀 쉬면서 일을 해도 150만 원을 못 받았다, 한승태와 그의 동료들은.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아는가. 또라이를 피해도 새로 또라이를 맞이하게 된다는 《심야 괴담회》에서 어둑시니들에게 44개의 촛불을 받을 수 있는 법칙. 일도 일이지만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인간의 조건』을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책이 약간 두꺼운데 술술 읽혀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건 이 모든 이야기가 진짜라는 사무침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하며 살자 같은 기만의 말을 하지 않는다. 노동력 착취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기업의 해괴한 논리를 조곤조곤 반박한다. 부당함을 겪고도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되는 시절. 착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는 요즘의 말. 이게 아니다 싶으면 도망가도 된다고 해준다. 그건 용기라고 말한다. 그래서 소중한 책이 되어 버렸다, 『인간의 조건』이.

 

 

댓글 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구매 [책 리뷰]인간의 조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n**2 | 2020.09.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저자는 꽃게잡이, 편의점, 주유소, 돼지농장, 생산공장, 하우스농장 등 우리 사회를 축약해놓은 듯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었다. 책에는 젓갈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도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 선주들이 오랜 기간 배를 항구에 정박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쓴이가 꽃게잡이 일을 할 때도, 옆 마을의 젓갈배에서 탈출하려던 중국 사람들이 바다 한 가운;
리뷰제목

저자는 꽃게잡이, 편의점, 주유소, 돼지농장, 생산공장, 하우스농장 등 우리 사회를 축약해놓은 듯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었다.


책에는 젓갈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도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 선주들이 오랜 기간 배를 항구에 정박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쓴이가 꽃게잡이 일을 할 때도, 옆 마을의 젓갈배에서 탈출하려던 중국 사람들이 바다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가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함께 배에 탔던 동료가 선주에게 뱃일을 그만 두겠다고 말하자 깡패들을 뒤에 세운 선주가 동료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일. 대낮에 길거리에서 폭행당하던 동료가 눈 앞에 보이던 파출소로 뛰어갔건만 모른 척 하던 파출소장의 이야기는 나를 멍하게 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참혹한 이야기들만 담겨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엉망진창인 현장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경악하게 만들다가, 롤로코스터를 태우듯 금새 재미있는 묘사로 낄낄대게 만든다.

<203P>

똥물을 헤치고 분뇨장 안쪽까지 리어카를 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분뇨장 입구에만 똥을 잔뜩 쌓았다. 나는 종교도 없고 신이란 존재를 늘 의심했지만 철철철소리를 내며 검붉은 똥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으로는 신을 부르짖게 된다. 이틀 동안 분뇨장에서 신을 찾은 횟수가 그 이전까지 기도한 횟수를 압도할 것 같았다. 신심이 시든 종교인에게 분뇨장에서 일해볼 것을 권한다.

각 작업장에 대한 묘사는 가히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3을 뺨칠 정도로 섬세하다. 예컨대 통발배와 어망배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때 배에 탄 사람들끼리 어떤 싸움을 벌이는지 등은 다큐에선 결코 못 볼 이야기다. 방송에선 죽이네 살리네 하는 살벌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실어 내보낼 순 없을 테니까.

나는 이 책을 사회에 첫 발을 내 딛게 될 청년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다. 어딘가에선 여전히 갑질이 만연하고, 최저임금보다 더 싼 임금을 주고, 공장에서 사람이 다치면 다친 사람을 해고하고 모른 척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앞으로 네가 겪어낼 일들 보다 어딘가엔 더 힘든 일이 있음을 직시하라는 헬조선식 위로를 전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그랬듯 가장 영향력 없는 사람들이 엉망진창인 우리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치고 있는지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싶어서다.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정말 멋진 프로작가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끝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책이 2013년에 나왔는데, 몇 몇 일자리 현장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지도 조금 궁금하다. .

<332p>

마을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돈만 밝히고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젊은 사람들이 피하는 일이란 어떤 사람이라도 꺼릴 만한 일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누군가는 최악의 생활환경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게 문제될 게 없다는 사고방식 말이다. 그런 생각은 엄하게 훈육받은 아이들이 장래에 성공한다는 믿음만큼이나 헛소리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왜 누군가는 항상 고통 받으며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어째서 가장 영향력 없는 사람들만이 이 엉망진창인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389P>

많은 사람들이 젊은 친구들이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하면서 돈만 밝힌다고 투덜댔다. 이런 평가는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힘들고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작업장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누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왜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하고 보수도 적은 일을 참고 버티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걸까? 누군가 그런 일을 그만둔다면 그건 그들이 참을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명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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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선한리뷰 2020-021]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생* | 2020.03.2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21]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대한민국에서 겪는, 극한직업 능가하는 잔혹한 직업에 대한 생생 체험서.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능가하는 하류 인간에 대한 성찰 문학.         이 땅에는 정말 얼마나 말도 되지 않게 힘든 상황에서,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나, 생각이;
리뷰제목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21]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대한민국에서 겪는, 극한직업 능가하는 잔혹한 직업에 대한 생생 체험서.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능가하는 하류 인간에 대한 성찰 문학.

 

 

 

 

이 땅에는 정말 얼마나 말도 되지 않게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나, 생각이 되는 험한 곳에서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산다.

파산하고 망하고 도망치고 해서 마지막에 대한민국 끝에서 붙잡게 되는 직업군.

그래도 그것은 그들에게 살아갈 희망이고 젖줄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고 병들었고 부패해 있다.

노동한 만큼의 대가는 지급되지 않고, 공중으로 사라진다.

몸만 망가지고 빠져나올 수도 없다.

 

대한민국 끝에서 붙잡은 노동의 관리자, 경영자들은

노동자와 같이 몰리다 몰려 붙잡은 사람도 있고,

일부러 선택한 사람도 있다.

 

악하게 부려먹는 사람이 있고,

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시키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시위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될 수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매일같이 돼지 똥을 뒤집어쓰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 달 마스크 세 개를 지급하면서도 수완 좋은 경영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나는 어째서 이들이 회장님, 사장님, 부장님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실제로 장님이었다.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며 먹고 사는지만 고집스럽게 보지 못하는 선택적 시각장애인.” (283)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사람 사는 곳이란,

그 일이 무엇이든간에

사람이 바로 생명이고 희망이기 때문 아닐까.

 

위대한 이름, 젋은 작가 한승태가 직접 꽃게잡이 배를 타고, 편의점과 주유소 알바를 하고, 돼지 농장에서 돼지를 치고,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따고, 자동차 부품 하청업제에서 기계를 조작하며 견뎌낸 생생한 기록들이 한겨울 삭풍에 흔들리는 문풍지처럼 왱왱 소리를 낸다. 날카롭고 춥고 어둡다. 읽는 독자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가 겪는 모든 일은 계절과 상관없이 겨울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동료로 인정받았다. 여전히 일은 제일 못했고 밥은 제일 늦게까지 먹었지만, 나를 부르는 명칭도 막내에서 이름으로 진화해갔다.

 

사람들이 식사를 욕하고, 선주를 욕하고, 숙소를 욕하고, 날씨를 욕하고, 작업을 욕하면서도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를 나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처럼 힘들게 일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걸로 이유는 충분했다.”

(82)

 

어떤 뉴스에서도, 책에서도, 빅데이터 통계에서도 소개하지 않는, 유령 같은 노동자들의 삶을 자신이 스스로 생체실험자가 되어 문학으로 세상에 펼쳐냈다. 그는 고독으로 몸부림치면서 사람과 일의 연결고리를 계속 이으려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했다. 그는 많은 작업장에서 결국 쫓겨났다.

 

책 제목이 인간의 조건이라니. 참으로 철학스럽다.

무척 철학스럽고, 사회적인 한나 아렌트나 앙드레 말로, 에릭 호퍼,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명한 동명 책에 비해 결코 그 깊이나 넓이가 작지 않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묵직한 책 제목은 당연하다. 게다가 키가 커서 비닐하우스 작업을 더 힘들어했던 그가 위대한 이유는, 숙소랍시고 재워주는 곳이 한겨울에 난방조차 되지 않는 곳이어서가 아니라,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 단절되어 홀로 숱한 밤을 지새우며 그 일들을 감당했기 때문에 그는 더욱 인간의 조건을 다루고 숙고할 작가의 자격을 갖추었다.

 

이론상의 벽, 가상의 벽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옆방 사람뿐 아니라 그 건너, 건넌방 사람의 통화소리, 재채기 소리, 코 고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내게 고시원이란 공간은 우리 시대 가족에 대한 냉소적인 은유처럼 느껴졌다. 바로 옆방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의 신진대사 활동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깝게 생활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104)

 

나도 고시원 그 막막한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돌려막기 하던 카드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나는 가족에게 파산을 선언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슨 일이든 하려 가족과 헤어져 먼 곳으로 떠났던 적이 있었다. 당장 일하러 오라는 말에 고시원에서 몇 달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막막함, 생경함은 글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그때 고시원 좁은 방에서 썼던 시 한편은 선한리뷰 맨 마지막에 올린다.

 

하류 직업, 하류 인간이 있을까.

하향 평준화된 세상이 있을까.

 

옛날에는 떨어질 때도 차근차근 내려갔는데 요즘엔 그냥 한 방이야, , 어 하는 사이에 길바닥에 나앉아 버려.” (283)

 

어른들이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기 봐라 아이야.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어린 시절의 교육이 여전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세상이 아직 우리에게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항구에서는 모든 사람의 삶이 하향 평준화된 사회가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모두가 헌 추리닝을 입고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매일같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했다. 볼품없는 외모를 주눅 들게 만드는 예쁜 여자도 없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거기엔 실패를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편안함도 있었던 것 같다.

밑바닥까지 떨어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었고 나는 그 밑바닥에 있었다. 내가 신경 쓸 일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놀랍게도 항구에선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83)

 

 

그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산업과 소비의 많은 부분이 허물어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며 일하는 많은 사람들. 사람 같지 않는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전태일의 분신 소식이 멀리 있지 않다.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답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돼지를 죽인 날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새끼를 받은 날이었다. 21동의 11번 방이었다. 아저씨들보다 세 배 이상 시간이 걸렸지만 나 혼자 닦고 묶고 자르고 약까지 발랐다. 그렇게 11번 방에서 태어난 새끼 열한 마리 모두 내 힘으로만 받아냈다. 어차피 모두 햄 공장 신세이긴 했지만 애착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마리를 집어들자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새끼 돼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라. 잡아먹히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231)

 

 

[선한리뷰]

내가 견뎌내는 하루하루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고 힘들고 눈물 겹다 생각했는데,

얼마나 사치스런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이불 속에서 홀로 울지 않아야겠다.

 

여전히 척박한 세상 끝에서, 가족을 위해 참고 참으며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배를 건조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나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437)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빚을 지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힘들지만 내가 이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는,

그 길만이 타인에게 진 빚을 선하게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향의 거리]

 

이태훈

 

파송의 노래를 부르며

나는

눈물을 삼켰고

너는

눈물을 흘렸다.

파주

태양이 가장 아름답게 떨어진다는

낙조마을

 

 

태양은 날마다

혼자 떨어지는 연습을 하고

나는 날마다

그 옆 공터에서

혼자 늙어가는 연습을 하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또 다른 가족인 양

1.5평의 감옥같은 쪽방이

시커먼 입을 벌리며 나를 삼켰다.

사울왕을 피하여

막다른 동굴 속에서 노래를 부른

다윗을 닮기엔

내 신앙이 너무 열악했다.

그래도 기도하며

마지막 시간을

낮달 반달과 함께 한

곱디고운 낙조처럼

그렇게 저물게 하였다.

그렇게 아름답게 하였다.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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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2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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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나서 읽게 된 책입니다. 간만에 페이지넘기는게 아까운 책을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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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건* |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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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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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m****6 | 20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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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다음 책을 기다려 봅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s*******7 |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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