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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가 아니어도 네덜란드

네버랜드가 아니어도 네덜란드

[ 반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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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1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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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2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98g | 140*209*18mm
ISBN13 9791188594085
ISBN10 1188594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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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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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에서 보내는 나날은, 하루는 꿈에 그리던 네덜란드에서 살게 되었다는 생각에 설레고, 하루는 이방인으로서 헤쳐나가야 할 현실 앞에 끝 모를 불안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천창 밖으로 구름을 보거나 별을 보거나 빗방울을 보다 보면,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로든 동요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고는 저녁 메뉴를 뭐로 할까, 내일은 어디로 산책을 가볼까, 세숫비누를 하나만 살까, 세트로 사 둘까 하는 단순한 고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옥탑방에서의 여름날이 흘러갈수록, 일상은 단순해져 갔고 이내 내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 p.28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그 무방비하고 태평한 몸짓을 보다 보면, 이곳의 동물들은 참 복 받았구나 싶다. 이곳에 와서 나는 자주 농담반 진담반으로 네덜란드의 개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고는 했으니, 녀석들이 뿜어내는 행복의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 p.37

건넛집 할머니는 요정이 살 듯한 아름다운 집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노후를 보낸다. 하지만 그녀의 집에는 남편과 딸의 사진이 지천에 널려있다. 남편과 딸을 먼저 보낸 뒤 홀로 남겨진 그녀의 노후에 대해 감히 부럽다 어떻다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있을까. 반대로 그들 또한 한국을 떠나 이 낯선 네덜란드, 이름 모를 마을을 배회하는 동양인의 불행과 행운의 역사를 알지 못한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마을, 부럽기 그지없는 그들의 삶에도, 내가 모르는 불행들이 난롯가의 재처럼 쌓여 있을 터. 그 누구도 창문 너머로 훔쳐보아서는 타인의 삶을 가늠할 수 없다.
--- p.75

남들은 꿈을 찾아 야망을 품고 바다 건너 떠나온다지만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동안 오히려 꿈이고 야망이고 다 소란스럽고. 양이 잘 자고 물이 잘 흐르고 구름이 참 예쁘게 떠다니는데, 더 바랄 것이 뭐가 있겠나 싶더랬다. 별다른 일 없이 그저 일상의 안온함만으로 충분하다 느껴지는, 오늘 하루가 무사히 흘렀고, 내일 하루도 그러할 거라는 믿음으로 잠드는 곳. 그것이 내가 경험한 네덜란드라는 나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p.245

외국에서 절대적인 소수자가 되어 보니 내가 주류라 착각하고 판단했던 것들이 무색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일평생을 무난하게 섞여 살다 타지에서 이방인, 즉 절대적인 소수자가 되어 본 경험은 내 삶과 가치관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나도 타인으로부터 혐오를 받을 수 있고, 배척당할 수 있는,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슬프고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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