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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큰글자도서)

새벽의 방문자들 (큰글자도서)

리더스원 큰글자도서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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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82*287*20mm
ISBN13 9791130627045
ISBN10 1130627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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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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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쇠가 걸리며 문이 잠기는 차가운 쇳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남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멈췄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마치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야, 저 사람한테 내가 보일 리 없어. 아무리 되뇌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눈동자보다도 작은 렌즈가, 커다란 유리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문밖의 남자가 자신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는 뭔가 발견했다는 듯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동그랗게 뚫려 있는 여자의 시야에 남자의 상반신이, 어깨가, 얼굴이…… 그리고 마침내 새까만 눈동자가 가득 들어왔다. 남자가, 렌즈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 「장류진, 「새벽의 방문자들」」중에서

앳된 임신부가 누구를 기다리는 듯 정류장 주변을 서성이다가 벤치 끄트머리에 앉았다.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던 사람이 휴대폰 벨이 울리자 벤치 앞에 멈춰 섰다. 걸으면서 담배는 피워도 전화는 못 받는지. 바람이 담배 연기를 실어 날랐다. 임신부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 전화 통화는 길었고 담배 연기도 길었다. 나라도 한마디 할까, 아니면 아침부터 일 만들지 말고 참을까, 고민스러웠다. 룰루는 손과 다리를 움찔거렸다가, 엉덩이를 들었다가 놨다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일어난다.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아아, 룰루, 어쩌려고? 내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 「하유지, 「룰루와 랄라」」중에서

방 안에서 P는 어쩐지 말이 줄었고, 그러다 문득 영화를 보자고 했고, 소파 베드에 나란히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돌연 몸을 붙여왔다. 처음엔 갑자기 자세를 바꾸는 것처럼 조금 내 쪽으로 기대거나 소파 헤드에 얹었던 손을 아래로 내려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문득 무릎에 눕고나 팔짱을 껴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놀랐고, P를 밀어내기보다는 그의 손이 더 넘어오지 않게 하는 데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긴장감이 한참이나 이어진 끝에 P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신경질적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눌러 영화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나면 데이트는 끝이었다. P는 내게 가달라고 말하는 대신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약속이 생겼다고 했다.
--- 「정지향, 「베이비 그루피」」중에서

야, 오늘은 소라무침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보라의 얼굴이 굳어진다. 지나는 보라의 눈치를 살피며 그에게 말한다. 선배, 선배 여자 친구는 그거 먹기 싫은 것 같은데. 자기가 먹고 싶은 것보다 여자 친구가 먹고 싶은 걸 시켜야지. 그는 갸우뚱하며 보라의 옆구리를 찌른다. 너 먹기 싫어? 아니잖아. 그는 보라의 대답도 듣지 않고 지나에게 웃어 보인다. 괜찮아. 얘는 다 잘 먹어. 오늘 내가 특별히 쏘는 건데. 지나, 네가 먹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
어린 시절 그것을 먹고 다 게워낸 이후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 말을 보라는 할 수 없다. 지나는 한숨을 쉬며 보라의 얼굴을 살핀다. 지나가 너무 찬찬히 살펴보기에 보라는 어쩔 수 없이 소라무침을 주워 먹기 시작한다. 지나는 안도한 듯 그에게로 몸을 돌려 정신없이 깔깔대며 웃는다.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므로 보라는 더 많은 소라를 먹을 수밖에 없다. 지나가 수시로 보라에게 시선을 주며 보라 넌 어때, 묻는 바람에 잔뜩 긴장한 채였다. 그는 계속 지나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막상 소라무침을 먹는 사람은 개중 보라뿐이었다.
--- 「박민정, 「예의 바른 악당」」중에서

그 종이 한 장 한 장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한 놈 한 놈을 떠올리게 했다. 그 노랗고 작은 것들이, 그 보잘것없는 종이 쪼가리가 한데 모이자 크고 넓고 거대한 것이 이루어졌다. 많은 여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네모난 세계에 연결됐다. 그것이 마치 자유로의 입구라도 되는 양 환호했다. 또한 많은 남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정체불명의 세계에서 눈을 돌렸다. 그것이 마치 자신들의 내면으로 향하는 입구라도 되는 양 헐, 존나, 대박, 메갈, 꼴펨, 진지충이라는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오직 그런 말을 들어본 사람만이 거기 남아서 손가락으로 포스트잇을 가리키며 말했다. ―국어 ―수학 ―체육 ―영어
--- 「김현, 「유미의 기분」」중에서

결혼은 닥쳐봐야 안다면서 그때 단호히 거절했어야 했다. 하지만 거의 범죄 수준으로 멍청했던 나는 그저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둘의 사랑이 담긴 공동 통장’이라는 말에 눈이 멀어 내가 들던 적금도 해약해 그놈의 ‘공동 통장’에 내놓았던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 계좌의 예금주는 바로 이재영! 원래부터 이럴 속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월급날마다 현금을 직접 인출해서 자신에게 주길 원했다. 그게 뭔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줘서 정이 간다나? 그때는 그저 아 현금이 편해서 좋은가 보다, 하고 그냥 그 말을 들었던 과거의 내 뺨을 이 미친년, 하면서 사정없이 후려치고 싶다.
--- 「김현진, 「누구세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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