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직서를 내던 날 밤, 처음 9급 공무원 합격 소식을 들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이제 대한민국 평균은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정말 딱 평균의 사람이 되었다.
--- 「프롤로그」중에서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공무원 관둔 거 후회 안 해?”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후회할 때도 있지.”
이렇게 바로 대답이 나올지 몰랐는지 상대방은 당황하곤 한다.
“그렇구나. 역시 공무원이 제일인가 보네.”
괜히 아픈 곳을 더 깊게 찔러 미안하다는 듯 그 사람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린다. 그럴 때면 난 환하게 웃어주곤 한다.
“그런데 말이야. 나 너무 행복해.”
--- 「후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중에서
누군가에겐 안정이고 행복이라 불리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옥’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행복의 조건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이 아니었다. 안정적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어 있는데도, 정작 내 내면과의 대화는 끊긴 상태이다 보니 나는 매일 불안하고 어두웠다. 겉으로는 늘 웃고 다녔지만 나는 항상 안개 속을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 「공무원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중에서
공무원 중에도 그런 후회를 하는 분이 있구나, 신기했다.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은 ‘나이 들면 공무원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될 거야’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후에 술자리나 모임을 자주 갖다 보니, 이런 후회를 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겉으로만 보았을 때는, 다들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 「공무원도 후회한다」중에서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대기업 다음으로 좋다는 공무원을 하면서도 불행한 인간이 나라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고생하고 힘든 게 낫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리다, 해외 취업」중에서
고통이 크다고 해서 더 불행한 건 아니다. 나는 지금 울타리 안에 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자살을 생각한 적도 없다. 아침에 눈 뜨고 싶어진다. 더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 싶어진다. 내가 나답게 내 인생을 책임지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공무원 집단을 나와, 당당히 지금 나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이유이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의 부족함에 자주 자책하기도 하고 어느 때보다 느리게 걷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찬란한 청춘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 「퇴사,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중에서
어차피 몸이 아파 당장 외국에 나가지 못할 바엔 내 처지를 한탄하며 살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은가. 어차피 인생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일투성이니까. 그때마다 주저앉아 우는 걸 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 「인생에서 딱 일 년 책만 읽으며 살아보고 싶어」중에서
모든 이들이 자신답게 자신을 뜨겁게 태우며 살기를 고대하며,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 이름 모를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 밤이다.
--- 「나를 불태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중에서
두려움은 그것에 집중할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불확실성과 두려움 혹은 고통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내 마음에 그보다 더 큰 무언가, 즉 신념, 용기, 불굴의 의지, 자신을 향한 믿음 등을 담아두어야 한다. 물론 그저 밀려나는 것뿐 아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해도, 적어도 아픔이 내 마음의 중심, 가장 좋은 자리에 자리 잡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
--- 「언젠가 우린 모두 퇴사한다」중에서
나는 왜 실체도 없는 ‘남’이란 존재를 의식하며 그렇게 강박적으로 살아왔을까. 대체 무엇을 증명하고 증명받고 싶었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가. 도대체 왜 내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인정받아야만 했는가. 왜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걸 나 자신이 아닌,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들에게 그토록 외치고 싶어 했는가.
--- 「서로의 불완전함을 감싸 안으며」중에서
진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들 하나하나가 힘든 만큼 가치 있었다. 또한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그리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생겼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며 박수를 쳐주기로 한다. 늘 ‘진정한 나’를 동경하며 그 모습이 되기를 꿈꾸었지만, 이제는 지금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로 한다. 나는 누가 뭐래도 내 팬 1호다.
--- 「나는 내 인생의 1호 팬입니다」중에서
조금 돌아가도 되고 조금 늦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도 오랜 시간 동안 내 것이 아닌 꿈을 꾸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최선을 다해 하나씩 도전하며 내 것이 아닌 것은 과감히 버렸다. 이 과정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행복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세상에 줄 것이 많은 사람이 되고자 조금씩 성장하는 매일을 만들고 있다.
--- 「지금 꿈꾸는 것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이 맞나요?」중에서
게으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내 나름의 정의를 다시 내려보았다. 내게 게으름은 결코 죄악이 아니다. 나에게 게으름이란 내 마음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일을 회피하지 않고, 내면의 미세한 자극에도 응답할 수 있도록 잠시 멈추는, 지극히 아름답고 정상적인 행위이다. 나아갈 방향도 모른 채 막연하게 그저 높은 곳을 향하여 빠르게 전진해 가고 싶지는 않다. 이유도 모른 채 많은 사람들이 좇는 길이라 하여 나의 소중한 돈과 에너지를 거기에 쏟아붓지 않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게으르고 싶어졌다.
--- 「언제까지 열심히 살아야 할까요?」중에서
세상은 일견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불공평할 때가 많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불공평하다는 점에서 실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것이다. 하늘이 특별히 나에게만 좋은 운을 더해준다거나, 내가 세상을 착하게 산다고 해서 나에게 유달리 남들보다 크나큰 선물을 줄 리는 없다. 어느 날 ‘너는 사실 세상을 구할 슈퍼 히어로란다’라는 위대한 사명을 줄 리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이런 현실을 그저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주어진 우리 인생을 우리가 믿는 가치대로 묵묵히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 「꼭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중에서
누군가 내게 청춘을 무엇에 비유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물과 그늘이라고 말할 것이다. 대개 청춘을 뜨겁고 열정적인 불과 땡볕에 기대 설명한다. 하지만 왜 꼭 청춘은 열정적이고 빛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어느 한때여야 하는가? 청춘에게도 유연함과 냉철함이 필요하다. 불보다는 물과 같은 이상과 현실의 균형이 필요하다. 청춘은 한때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모든 날 동안 늘 내 안에 숨 쉬는, 인생 전반의 흐름이 아닐까. 물과 그늘은 격정적으로 뛰어다니는 날들의 열기를 식혀준다. 공무원 퇴사 이후의 나날들은 나에게 그늘이었다. 서늘하고 축축했지만 그렇기에 더없이 좋았다.
--- 「되는 일 하나 없어도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중에서
내 경험상 당장의 부정적인 경험이 이후의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 건 옳지 않았다. 개별적인 경험들을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겨두고 연결시킬지 결정짓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 「되는 일 하나 없어도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중에서
퇴사 후 반복되는 어려움과 실패 속에서 나는 나를 기다려주는 법을 배웠다. ‘세상에 의미 없는 경험은 없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오늘이다.
---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