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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하나의 여행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여행이었다

: 아이 하나 고양이 둘, 육아휴직 남편과 미국 횡단 캠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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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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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564g | 137*192*24mm
ISBN13 9788998690427
ISBN10 89986904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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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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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편의 회사 연수로 인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기간이 정해진 삶을 살았다. 그동안 가장 주력한 건 영어학습도 쇼핑도 아닌 여행이었다.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미국을 가로지르며 40여 개 주를 여행했다. 때로는 캠핑카로, 때로는 텐트만 들고 잘도 돌아다녔다. 미국인도 가기 힘든 미국 안의 숨어 있는 진주 같은 곳을 구석구석 쏘다니며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놀라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보냈다.
우리가 미국에서 ‘잘’ 살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미국에 있는 동안 우리 가계는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한없이 기울었다. 지호가 너무 어려서 영어교육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만의 여행을 자유로이 즐기고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그런 경험들은 이제 와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으로 남았다.

2년이란 시간은 길고도 짧다. 처음엔 몰라서 헤매다 이제 좀 살만하니 돌아와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짜를 정한 뒤부터 미국에서의 모든 게 아쉬워졌다. 마지막 여행, 마지막 가을, 마지막 3월, 마지막 하루. 그렇게 수많은 ‘마지막’들을 챙겨 보내고 안녕을 고했다.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멋모르고 살다가 알 만할 때 떠난다. 이 책은 미국에서의 삶과 여행을 조금이나마 소개해보려고 쓰기 시작했다. 우리처럼 미국에서 살아갈 준비를 하는 이들,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 그저 자유롭고 싶은 이들, 인생이라는 큰 여정 위에서 방랑하는 이들에게 공감할 만한 무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지호가 더 커서 이 책을 읽을 때, 이런 아름다운 시간이 있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지속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 「작가의 말」중에서

여행을 끝마쳤는데 아직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뭘까. 편안하면서도 낯선 무언가가 나쁘지 않았다. 일상이지만 괜히 새롭고 설레던 그 느낌이 가끔 그립다.
--- p.24

사람들은 전망대에 나와서 멋진 자연의 쇼를 감상했다. 스모키마운틴의 장엄한 일몰만큼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멋진 광경이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보거나, 캠핑의자를 펴고 앉아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해가 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했다. 그때 처음 배웠다. 기다림도 여행이다.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고, 눈앞의 풍경이 다채롭게 바뀌어가는 과정을 기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 p.32

정열적인 붉은 토양과 쨍하던 햇살, 신선한 공기를 거스르던 고산병의 기억. 콜로라도의 톡 쏘는 첫인상도 목 넘김이 부드러웠던 광천수처럼 어느새 온화하게 바뀌어 있었다. 한여름에도 키만큼 쌓여 있던 눈, 아기자기한 예술의 거리, 저마다의 개성이 분명했던 풍경이 모두 콜로라도였다.
--- p.88

옐로스톤에서 살아(?) 돌아오니 어느덧 ‘캠알못(캠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벗어난 지 8개월째. 한여름에 가장 추웠던 옐로스톤에서 이틀 밤이나 견딘 우리의 경험은 무용담이 됐다. 어느 곳에 여행을 가든 “옐로스톤에서도 잤는데 뭘”이라며 한 단계 진화된 전투력을 자랑한다. 행복감만큼 고생길도 동반되는 캠핑의 매력. 때로는 비를 맞고 추위에 떨면서도 캠핑을 즐기게 됐다
--- p.108

아이를 데리고 나오자 잠시 하늘이 맑게 개었다. 별자리가 그려진 천구를 엎어놓은 듯 별이 쏟아질 듯 눈부시게 빛났다. “와, 엄마, 별이 엄청 많다.” 하늘 가득한 별을 본 그날 밤을 아이는 그림을 그려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오로라는 못 봤지만 아이의 반짝이는 두 눈에 수많은 별을 담아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 p.212

해가 떠오르고도 한참을 캠핑의자에 기대어 바라봤다. 한낮의 강렬한 대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뉴멘트 밸리의 일출은 신성한 나바호의 자연만큼이나 경이로웠다. 고요한 밤하늘과는 또 다른, 넘치는 생명력을 듬뿍 느끼며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 p.249

언제나 한 번뿐인 순간이 사실은 마지막이고 늘 아쉽다. 그 아쉬움의 의미를 우리는 이제야 어렴풋이 알아가는 듯하다.
--- p.261

End of the Trail. 우리는 루트66의 종착지에 웃으며 섰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주유소의 추억, 누군가에게는 눈부셨던 청춘에 대한 추억, 누군가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현재 진행형의 시간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루트66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 길 끝에 서서 비로소 우리가 왜 이 여행을 떠나야 했는지 알 것 같다. 고양이들까지 함께한 우리 가족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 언제까지고 그리울 것이다.
--- p.288

지금의 일상에서 보너스 같은 하루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아마 다시 캠핑 짐을 싸서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까. 그곳에서 또 어떤 재미난 추억을 만들지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 p.297

미국에 와서도 사막을 찾아 여러 곳을 다녔다. 어떤 복잡한 세상도 하늘과 땅으로 이분할 해버리고 마는 강렬함에 흠뻑 반하고 왔다. 유타의 붉은 사막, 데스밸리의 지저분한 사막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사막은 신비로운 화이트샌드의 하얀 사막이었다. 세상의 끝이 있다면 그런 풍경이 아닐까. 화이트샌드를 직접 발로 밟아보기 전까지는 어떤 곳일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 p.309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게 근사한 경험이라면, 고양이와의 여행은 특별한 추억이다. 그렇게 고양이와 함께 한 여행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떠올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그런 시간들을 마음 한 켠에 두고 다시 평온한 나날을 꿈꿔본다.
--- p.387

사진은 비단 ‘찍는’ 사람만의 인상적인 체험이 아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한 번 더 미소 짓고, 멋진 포즈로 사진 찍히려 애쓰던 아이에게도 남다른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을 찍고 찍히던 우리의 모습은 3×5인치 인화지를 벗어나 더 크고 아름다운 프레임 속에 머문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여행 가방을 꺼낼 때면 늘 카메라부터 챙긴다. 그리고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셔터를 누른다. 한 컷은 나를 위해, 한 컷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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