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는 오랜 경력의 심리치료사이자 TV 및 라디오 진행자, 다큐멘터리 기획자,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교사로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리파 페리는 따뜻하고 관용적인 태도로 우리 자신을 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받은 과거의 상처와 감정이 어떻게 아이에게 대물림되는지, 그리고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어떻게 아이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바로잡는 지름길이 되는지를 풍부한 사례와 경험으로 알려준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나의 부모님이 알았더라면 싶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심리 상담을 해오면서 부모 자신이 겪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아이와의 교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사례를 많이 경험하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이 책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이를 어떻게 치유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둔 상처에 대해
부모님이 무심코 한 말이나 실수에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이런 상처는 대부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 채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치유되지 않는 상처와 그때 느낀 감정은 마음 속 깊숙이 가시처럼 박혀서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이 상처는 우리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울 때 더 자주 튀어나온다.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나도 모르게 엄마와 똑같은 말을 아이에게 하고 있더라’는 경험, 바로 감정의 대물림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나와 같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정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바로 부모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을 직시하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그것이 ‘상처’와 ‘치유’를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이다. 이처럼 부모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인생에 끼치는 영향, 부모와 자녀 간의 올바른 관계 맺기와 상처의 회복까지, 우리가 직면해 있는 고민과 문제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의 부모님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은 육아와 양육을 넘어서 우리의 내면을 형성하는 관계에 대해 생각게 해준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가 우리 내면의 본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관계임을 알게 될 것이다. 현명한 친구가 보내준 지혜로운 편지 같은 이 책을 통해 모든 독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녀로서, 부모로서 성장해나가는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와의 관계에 미숙한 모든 부모를 위한 책
“아이에게 부모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거울과도 같다.”
저자는 공감 가는 실제 상담 사례와 이에 대한 사려 깊은 조언을 통해 자녀의 올바른 관계 맺기가 현실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또 양육의 본질은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관계 맺기’임을 보여준다. 처음 겪는 임신에서 출산 문제, 자녀가 영아에서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문제가 담겨져 있다. 부모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을 고민이라 공감이 갈 것이다.
『나의 부모님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 나는 왜 아이와의 관계에 서투를까?
매일 아이를 입히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때론 아이와 놀아주기보다 영화 보러 외출도 하고 침대에 누워 쉬고도 싶다. 아이가 그냥 잠을 자거나 혼자 놀면서 내 시간을 빼앗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이런 감정의 근원에는 부모 자신의 유년 시절 경험과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아이와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것은 사실 부모 자신이 유년 시절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상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그리하여 아이를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36쪽)
- 나는 왜 부모님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까?
아이의 별것 아닌 어떤 행동에 갑자기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화가 난다면 그 감정은 부모님으로부터 대물림된 것이다. 아이의 행동이 원인이 아니라 어린 시절 부모님께 들었던 부정적인 감정 그리고 이에 대한 방어본능 때문이다.
“내 초기 기억 중 하나는 어머니가 거울을 보며 자신의 단점을 한탄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나 역시 어른이 되고 나서 나도 모르게 감수성 예민한 10대 딸이 보는 앞에서 같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39쪽)
- 나는 왜 아이 앞에서 감정을 참지 못할까?
부모를 괴롭히는 아이의 칭얼거림과 짜증에 똑같이 화를 내고 야단을 치면 아이는 상처받는다. 아이는 어른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하기 어렵다. 아이의 칭얼거림과 짜증은 의사소통 신호이자 메시지일 뿐이다. 아이의 감정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때 감정은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부모가 자기 감정을 다루는 데 능숙해질 수만 있다면 자녀의 감정도 수용하고 달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한다면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기도 어렵다.”(98쪽)
- 나는 정말 이상한 엄마일까?
출산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호르몬 문제, 산후 우울증 등 다양한 이유로 처음에는 아이에게 애착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다. 많은 부모가 이런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한다. 이런 경우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며,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출산 후 어떤 감정을 느끼든 간에 내가 이상한 엄마라거나 이런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하고 생각하지는 말길 바란다.”(1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