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인생, 축구 공식의 절묘한 교집합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반적 상식과 보편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전개와 단 세 명만이 등장하는 단순한 인물 구성에도 불구하고 “눈도 떼지 못하고 단숨에 빨려 들어가는 마법 같은 흡인력을 가진 소설”이다. 작가는 박학다식한 스포츠 마니아로서 사랑과 인생, 축구 공식의 교집합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축구 역사, 현재 활약하고 있는 축구 선수들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 축구와 관련된 사건, 축구 상식 등에 관한 생생한 자료들을 사건과 상황의 흐름에 절묘하게 끌어들여 단순한 서사와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활력과 리얼리티를 불어 넣고 있다. 주인공은 저자가 견고하게 배치해 놓은 텍스트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동화되거나 숨거나 미끄러지거나 맞서거나 하면서 독자들을 소설 속 이야기 속으로 순식간에 끌어들인다. 또 마치 현대의 보편적인 윤리와 체계의 견고함에 잡학사전으로 맞서려는 것처럼 영화, 음악, 문학, 철학 등과 같은 다양한 문화 장르에서 성, 결혼, 행복에 관해 우리의 상식과 고정관념을 구성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배반하는 텍스트들을 치밀하게 배치해 밀도 있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작가의 노련하면서도 부드럽고 재치 있으면서도 세련된 설득력은 비독점적 다자연애라는 진중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월드컵 결승전을 관전하듯 유쾌하고 경쾌하게 읽게 만든다.
룰도 없는, 심판 맘대로의 난장판 축구 경기를 관전하는 즐거움
박현욱은 이미 “무거움과 가벼움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알며, 소설의 생기와 활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아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재미있는 이유는 전작들에서도 이미 보여 주었듯 “단순 무식한 얼뜨기 화자와 서술 주체가 유지하고 있는 그 화자에 대한 연민과 냉소가 교차하는 비평적 거리 때문이며,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 쾌활한 템포”(『동정 없는 세상』) 때문이다. 작중 인물 인아는 자신의 의지대로 능청스럽고도 노련하게 반칙을 일삼아 가며 축구장의 경기를 진두지휘하며 끌고 가고, 사랑하는 여자를 소유하고 독점하기 위해 결혼을 감행한 덕훈의 인생은 인아의 플레이에 휘말리면서 완전히 빗나가며 뒤죽박죽이 된다. 소설 서두에 “인생은 축구장과도 같다”는 월터 스콧의 전언처럼 덕훈의 인생은 난장판이 된 축구장을 뛰는 한심한 선수 인생이 되어 버렸다. 제대로 골 한번 날려 보지 못하는 소심한 공격수에, 수비는 꿈도 못 꾸고, 한 골대에서 또 다른 골키퍼와 경쟁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 속에 놓인 것이다. 새로 만난 연인과 또 결혼하겠다는 아내의 선언 앞에 덕훈은 그야말로 쿨해지려고 작심하나 사랑 때문에 절대로 쿨해질 수 없는, 그렇다고 소유욕에 불타서 미쳐 버리지도 못하는 평범한 30대 남성이다. 이러한 황당한 상황을 따라가는 주인공의 심리의 흐름에는 “세 번 웃다가 두 번 찡해졌다가 다시 세 번 웃게 하는 묘한 리듬이 숨겨져 있”(『새는』, 이만교 평)으며 과격한 감정 표현과 반응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딱한 처지 속에서도 주인공의 “순정하고도 애틋하며 발랄한 정서”(『새는』, 이만교 평)가 읽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덕훈은 결국 쿨해지거나 미쳐 버리지 않는다. 그러는 순간 경기는 종료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인생은 축구장과 같다”는 월터 스콧의 전언이 다시 상기되고, 이 묵직한 말은 사랑과 행복의 추구를 위해 통상적인 축구장의 룰을 넘어서는, 반칙에 룰도 없는 뻘밭이 된 축구장을 뛰는 주인공들을 유쾌하게 지켜보게 만든다. 진중한 주제의식을 밀어 붙이는 난감하고도 도발적인 이야기를 읽어 나가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이유는 또 소설 속 선수들의 고독한 플레이를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축구공의 진실.
축구공 안에 담겨 있는 위대함이란 어떤 행복과 관련된 어떤 것이다.
축구공이란 행복과 가까운 데 있는 무엇이다.
축구공이란 바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