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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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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70g | 143*215*30mm
ISBN13 9788994103471
ISBN10 899410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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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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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는 법정 바닥에 꿇어 앉아 눈물로 “부모님 사랑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를 반복하여 외쳤고, 이를 지켜보던 선주 부모는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선주의 외침이 끝난 뒤 나는 선주 아버지에게도 꿇어앉아 ‘여보, 선주야. 아빠가 잘못했다. 용서해라’를 열 번 외치게 하였다. 그는 선주를 향하여 허물어지듯 마주 꿇어앉더니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며 “여보, 선주야. 아빠가 잘못했다. 용서해라.”를 반복했다. 그러자 서서 듣고 있던 선주 어머니도 스스로 바닥에 꿇어앉아 딸과 남편을 끌어안고 울기 시작하였다. 선주 가족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고, 법정에 있는 다른 분들도 선주 가족과 함께 울어주었다.
---「한 아이가 그대를 열심히 사랑합니다」 중에서

“금희야, 은희야. 이제부터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절대 남의 물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혹시 훔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면 이 지갑을 생각해, 알았지?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판사님에게 꼭 연락해. 그러면 판사님이 다시 채워줄게. 그리고 다시는 이 법정에 와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지갑을 받아들고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상황이 낯설고 어색한지 흔들리는 눈빛이었다. 그 눈 속에 담겨있던 복잡한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다만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따뜻한 온기를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절망으로 자신을 성급히 포기하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훔치고 싶은 유혹이 들면 이 지갑을 생각해」 중에서

태아의 생명을 구하고자 경진이에게 2년간 소년원에 보내는 10호처분을 내린다면 미성년자인 경진이로 하여금 원하지도 않고 축복받지도 못한 아이를 출산하게 하는 것이 되니, 이는 그 아이의 남은 인생을 너무 가혹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만일 내가 경진이의 아빠라면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인 딸을 미혼모로 만드는 처분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빠의 마음과 법관의 양심이 계속 부딪치는 가운데 심리 날짜가 점점 다가왔다.……그날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리던 경진이의 모습은 그대로 아프게 망막에 새겨졌다. 이후 경진이를 생각하기만 하면 마음의 평온이 깨지고 잠을 설쳤다. ‘장차 세상에 나오게 될 아이의 생명은 구했다고는 하지만 한창 피어날 또 다른 아이의 인생은 망쳐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빠의 마음, 법관의 양심」 중에서

열한 명의 소년들이 공동공갈죄로 소년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으며, 스무 명이 넘는 피해자들은 중학교 2학년생들로 모두 같은 시에 소재한 두 중학교를 중심으로 한 선후배 모임(이른바 ‘일진’)의 회원이었다. 기록을 검토하는 내내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소년들의 장래에도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이 혼탁해지기는 쉽지만 혼탁해진 물을 다시 맑게 만들기까지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기회비용이 들어가는 법이다. 그래서 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와 학생들, 또 이들이 몸담고 있는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다소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멋있어 보여서 가입했어요」 중에서

편지를 다 읽고 난 혜수는 울면서 다시 말했다. “판사님, 죄송합니다.” 혜수는 나에게 쓴 편지에도 유난히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썼었다. 그런데 연거푸 죄송하다는 말을 들으니 안쓰럽다 못해 마음이 애잔해졌다. 나는 그런 혜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그리 죄송하더냐.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게 네 죄가 아닌데……. 꿈 많은 소녀의 소원이 겨우 가족이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이라는데, 그 작은 소원조차 들어주지 못하는 부모를 원망조차 할 줄 모르는 여린 너의 마음이 무슨 죄가 있느냐. 사과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란다.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 외로운 네가 방황할 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우리가, 어린 네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할 때 손 내밀어주지 못한 우리가, 너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우리가……’ 나는 이 시대의 모든 어른들을 대신하여 사죄한다는 심정으로 혜수 에게 말하였다. “아니야, 혜수야.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 중에서

그날 이레센터로 가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나머지 다섯 명의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백화점 안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으로 갔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한 아이가 “이런 레스토랑엔 처음 와봤어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저도요.” “저도요.” 하고 말했다. 가난한 환경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가 대부분인 이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 외식을 하러 가는 평범한 일상조차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자라왔던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그 나이 또래의 소녀들답게 연신 재잘거리고 웃음을 터트리고 장난을 치며 즐거워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 역시 즐거웠다. 판결을 내리는 판사와 그 판결을 기다리는 보호소년으로서가 아니라 평범한 아저씨와 아이들로서의 만남이 너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려는데 한 아이가 무심결에 말했다.
“판사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대접을 잘 받았어요.”
아직도 그 말이 귓가에 맴돌며 가슴을 울린다.
---「판사님 삼계탕 드세요」 중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 주위에서 왜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했었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것이 항상 마음의 짐이고 부담이었는데 그동안 소년재판을 하면서 그 약속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었기에 몸은 고되었지만 마음은 말할 수 없이 행복하였다.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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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천종호 판사가 비행소년들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밤낮없이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실천한 과정이 생생히 담겨있다. 천종호 판사는 최근 법원이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후견적, 회복적 사법의 한 모델을 보여준다.
- 우성만 (창원지방법원장)
법이 아니면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청소년들에게 천종호 판사의 따뜻한 접근은 법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한 공감과 감동이었다. 덕분에 많은 청소년들이 벼랑의 끝에서 추락이 아닌 새로운 비상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학부모님과 선생님들께 필독을 권해드린다.
- 고영진 (경상남도교육감)
판사의 직무를 넘어 그늘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소년들을 위하여 노력한 천종호 판사는 ‘자기 안의 등불로 길을 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빛을 발하도록 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어른이다.
- 홍광식 (변호사, 전 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장)
내 친구 천종호는 많은 돈도, 감춰진 허세도, 대단한 출세욕도 없는 사람이다. 그냥 맑고 강직한 판사다. 나는 그런 종호를 매우 존경한다. 그와 그를 돕는 분들께 꼭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라고.
- 곽경택 (영화감독)
사회구조적 문제와 편견 안에 소년범이라는 가면으로 진정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아이들. 아이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주고, 마음 깊은 곳까지 살뜰히 보살피는 천종호 판사의 각별한 사랑과 따뜻한 신념을 느낄 수 있다.
- 박소연 (tvN PD, ‘리틀빅히어로’ 연출)
천종호 판사님을 통해 청소년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 나의 문제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소년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보이는 법정, 소년을 위한 엄함과 따스함이 함께하는 판사님의 법정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 한재신 (SBS PD, ‘학교의 눈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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