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에 책상 앞에 앉아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과 그 결과를 기록함으로써 냉정하게 결단했기 때문에 나는 죽음에서 구제 받은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허둥지둥 경거망동해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심사숙고해서 결단하지 않았더라면 일요일 오후를 고민 속에서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는 초조한 얼굴로 사무실에 갔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일본군 장교는 내게 의혹을 품고 조처를 취했을지 모른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결단을 내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다. 일정한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어쩔 줄 모르다가 지쳐 버린다는 것은 인간을 신경 쇠약증으로 몰고 가며 생지옥으로 쳐넣어 버린다. 고민의 50퍼센트는 일단 명확한 판단에 도달함과 동시에 사라져 버리고 나머지는 그 판단을 실행에 옮기면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