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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들

: 이 땅에 누가 왜 나무를 심었을까?

리뷰 총점9.6 리뷰 4건 | 판매지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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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588g | 150*218*30mm
ISBN13 9791160803310
ISBN10 116080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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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나뭇결에는 이 땅에 산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를 찾아 떠난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의 20년 탐사기


사람은 나무를 심고 나무는 사람을 지켜주며, 나무와 사람은 이 땅에서 오래오래 더불어 살아왔다. 그래서 나뭇결에 담긴 사람살이를 탐색하고 나무를 심은 사람이 남긴 뜻을 살피는 것은 이 땅의 인문 역사를 탐구하는 일과 다름없다.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이 우리의 긴 역사 속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무에 담겨서 사람의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조 이성계, 신사임당, 원효대사, 김구 등 위인부터 평범한 삶을 산 무명씨에 이르기까지,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나무 곁에 남긴 우리 역사의 숨은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자취를 찾아서

1장 꼬장꼬장해도 올곧은 마음일 수 있다면

최치원 - 세상사에 실망한 은둔거사의 자취
강회백 - 옛 주인을 반긴 고고한 암향
맹사성 - 명재상이 600년간 나눠준 씨앗
류윤 - “모과나무처럼 쓸모없는 사람”
공서린 - 뜻을 이어가기 위해 되살아난 생명
송순 - 하늘과 땅의 순리를 따라 짓고 심다
주세붕 - 삶과 죽음의 굴레를 담은 철학의 솔숲
이황 - 나무 그늘에서 키운 사유의 힘
신사임당 - 천재 예술가의 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매화
주이 - 비범한 건축물에 가장 평범한 나무 심어
김정희 - 조선 최고 선비의 어린 시절 추억

2장 곁에서 숨 쉬는 존재가 전해줄 위로

엄임의 -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신의 보금자리
김영동 - 전쟁터로 떠나는 젊은 아들의 마음
고려의 어머니 - 세상 모든 어미의 애틋한 한
황시간 - 찬비 맞고 서 있을 탱자나무를 그리며
오득린 - 이순신과 함께 싸운 장군의 혼
김충남 -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 형제의 넋
조선의 아버지 - 이 땅의 아이들을 더 소중히 바라볼 수 있게
최중룡 - 나무를 바라보며 대대로 전한 효성
위윤조 - 들일하는 어머니를 위한 나무 그늘

3장 윤회의 굴레에서 언젠가 시들더라도

자장율사 - 온전히 버리기 위해 육신을 내려놓고
원효대사 - 위대한 승려가 남긴 광활한 비자나무 숲
도선국사 -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의 평화와 희망
무명 승려 - 내가 아니라 후손의 안녕을 기원하며
보조국사 - 스님의 발이 되었다가 생명 되찾아
원묘국사 - 부패한 불교를 비판하는 결의
각진국사 -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불가의 진리 아로새겨
나옹선사 - 부처님의 은덕을 숲으로 퍼뜨리다
진묵조사 - 늙은 부부 팽나무에 담긴 세월의 뜻

4장 더불어 배부른 웃음 지으려면

애장왕 - 슬픈 운명의 어린 임금이 심은 느티나무
마의태자 - 조국 잃은 한을 품고 틔운 싹
류청신 - 반역자의 손길을 따라 들어온 호두나무
태조 - 전쟁 통에 교실 역할을 해준 느티나무
김구정 - 화기를 누르는 연못에 심은 소나무
개혁파 선비들 - 허망하게 좌절한 이상의 자취
변협 - 왜구의 침입에 맞선 해남 군민의 용맹
성이성 - 백성을 살피는 암행어사의 선정
인조 - 추위를 이겨내며 나라를 지킨 탱자나무
효종 - 볼모 생활을 도운 이 향한 각별함
고종 - 우리 민족의 대표 소나무를 심다

5장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김구 - 조국 수난사의 숨결을 가득 담고
심훈 - 민족의 염원을 담고 살아남은 상록수
손기정 - 가슴에서 침략자의 흔적을 가려주다
임종국 - 우리나라 최초의 조림왕으로 우뚝 서기까지
민병갈 - 미묘한 차이에 담긴 생명의 자존심

나무 찾아가기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우리 역사 속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찾아내다
-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이 처음 정리한 한국의 식목(植木) 열전


지난 20여 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나무를 찾고 그 곁에 담긴 이야기를 전한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 나무에게 다가가는 길에 그가 발견한 것은 뜻밖에도 사람이었다. 이제는 식목일을 정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기억해야 할 만큼 현대인 대다수는 나무와 멀어졌지만, 지금도 나무 곁에서 그것을 지키고 보살피는 이들이 있었다. 나무의 이야기, 나무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간혹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자취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취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저자 고규홍은 단편적인 사료, 문중에 전하는 문서, 절집에 남은 전설,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 등 다양한 자료와 설화를 모으고 그중 기록할 가치가 있는 귀한 이야기를 솎아 이 책을 엮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었는지, 어떤 태도와 자세로 삶을 살았는지 일러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역사를 처음 정리한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정신사의 한 부분을 되찾을 수 있다.

우리의 역사 이야기를 맛깔나게 이야기하는 젊은 역사 연구자와 방송 프로그램에서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우리의 역사 속에 기록으로 남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았고, 나는 나무에 담긴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그는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사람살이의 역사가 나무에 담겨 있었다. 나무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역사의 빈자리를 마치 퍼즐 맞추듯이 꿰맞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무는 필경 살아 있는 사람의 역사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8쪽)

2. 나무를 찾아간 곳에서 옛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마주하다
- 나무를 심은 마음가짐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사람살이의 역사

열세 살 나이에 왕이 된 신라 애장왕은 왕후의 병을 낫게 해준 부처님의 은덕을 기리며 해인사를 짓고 느티나무를 심었다. 전라북도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에는 굶어 죽은 아기의 영혼이라도 배부를 수 있도록 쌀밥 닮은 꽃이 피는 나무를 가꾼 가난한 아비들의 슬픔이 서려 있다. 효심이 지극했던 조선의 청년 위윤조는 뙤약볕에서 들일하는 노모가 잠시나마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곰솔을 심었다. 그리고 일제에 핍박받던 조국의 온전한 광복을 염원한 백범 김구는 마곡사에 향나무를 심고 그 일을 《백범일지》에 기록했다. 이렇듯 긴 세월을 살아온 나무에는 그것을 심은 옛사람의 애면글면한 마음과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이야기를 살피는 일이 곧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역사, 사람살이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과 다름없는 이유다.

길 위에 머물렀던 지난 20년, 나무를 찾아 떠난 길이었지만 돌아보면 나무를 심은 사람, 나무에 기대어 사는 사람, 나무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자취를 찾아 헤맨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나무가 좋아서 길을 떠나 이 땅의 큰 나무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나무를 찾아 나무 앞에 머물던 시간에 나를 찾아온 것은 나무보다 먼저 그 나무를 심은 혹은 나무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나무를 찾아갔지만 나무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6쪽)

김구의 조국 광복 투쟁은 치열하게 이어졌다. 그는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일본을 물리치고 조국의 주권을 회복하려 했지만, 일본은 세계대전의 흐름에 밀려 이 땅에서 물러갔다. 끝내 스스로 일본을 몰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안고 김구는 조국에 돌아왔다. 무너앉은 조국의 일상을 되돌리기에는 할 일이 많았다. 그 많은 일의 실마리를 김구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지역에서 대중 모임을 여는 데에서 시작했다. 첫 번째로 그가 찾은 곳은 수형 생활을 했던 인천 감옥이었고, 다음으로는 3년 동안 승려 생활을 하던 마곡사였다. 마곡사를 찾은 그는 조국의 완전한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었다. 승려 생활을 하던 옛일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마음과 함께 무궁화 한 그루와 향나무 한 그루를 절집 마당에 심었다고 《백범일지》에 기록했다.
- 「김구 - 조국 수난사의 숨결을 가득 담고」 중에서(344~345쪽)

아비는 아가의 무덤 앞에 한참 주저앉아서 하늘을 원망하고 세월을 한탄했다. 동산에 어둑어둑 땅거미가 밀려올 즈음 아비는 주섬주섬 일어나 돌아 나오려 했지만 여전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 끝에 아비는 무덤 앞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죽은 아가의 넋을 위로하기로 했다. 온 산을 헤집어 한 그루의 나무를 찾아왔다. 하고한 나무 중에 아비가 고른 나무는 이팝나무였다. 나무를 공들여 심은 뒤에 아비는 마지막으로 아가를 향해 기도하듯 혼잣말을 뇌었다. “아가야! 살아서 입으로 먹지 못한 쌀밥, 죽어서 영혼이 되어 눈으로라도 실컷 먹으라!”
- 「조선의 아버지 - 이 땅의 아이들을 더 소중히 바라볼 수 있게」 중에서(156쪽)

김충남은 산 좋고 물 좋은 자리에 보금자리를 일구긴 했으나 견디기 힘든 아픔이 있었다. 함께하지 못한 형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충남의 형은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서 무공을 세우고 전장에서 산화한 김충로라는 장군이다. 좋은 보금자리에서 함께하면 더 좋았을 가족을 잃은 안타까움이 김충남은 서러웠다. 마을 들녘에 나무를 심은 건 그래서였다. 그리고 얼마 뒤 나무를 심고 늘 형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살던 김충남도 전쟁터에 나가 형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잃었다. 장군으로 불리던 사람도, 그를 기리기 위해 나무를 심은 그의 동생도 장군이 되어 똑같이 전쟁터에서 사라졌다. 들녘의 나무만 주인을 잃은 아픔을 안고 무럭무럭 자랐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장군 형제의 넋이 담긴 들녘의 느티나무를 ‘장군 나무’라고 불렀다.
- 「김충남 -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 형제의 넋」 중에서(150~151쪽)

3. 일상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마음의 결을 가꾸는 법을 배우다
-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서 찾은 오늘을 사는 지혜


나무를 심기는커녕 길에서 마주치는 가로수를 잠시 바라볼 여유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나무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들에게 나무는 단순히 심고 가꾸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옛사람들은 나무를 심으며 의지를 굳건하게 다지고, 뼛속 깊은 슬픔을 달래고, 중요한 순간을 기억하곤 했다. 즉 나무를 가꾸는 일은 자신을 다잡고 돌보는 일이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삶을 지혜롭게 살 수 있을지, 어떻게 나를 지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돌아보게 한다. 나는 ‘나무를 심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가? 나에게 ‘나무를 심은 일’은 무엇인가? 선뜻 대답하지 못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그 후에 여유를 갖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보기를 권한다.

회원리뷰 (4건) 리뷰 총점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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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나무 심은 마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20.11.24 | 추천4 | 댓글4 리뷰제목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살고, 사람보다 먼저 지구에 살았겠지. 은행나무는 4억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아주아주 오래전 지구에는 나무가 많았겠다. 그런 때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모습 상상 못할 건 없기는 하구나. 나무 키는 아주 크고 줄기는 굵겠지. 그런 나무가 많은 숲에는 새나 동물 곤충이 많이 살겠다. 조선시대에는 여우나 호랑이 반달곰도 살았는데 이제 그런 짐승은;
리뷰제목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살고, 사람보다 먼저 지구에 살았겠지. 은행나무는 4억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아주아주 오래전 지구에는 나무가 많았겠다. 그런 때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모습 상상 못할 건 없기는 하구나. 나무 키는 아주 크고 줄기는 굵겠지. 그런 나무가 많은 숲에는 새나 동물 곤충이 많이 살겠다. 조선시대에는 여우나 호랑이 반달곰도 살았는데 이제 그런 짐승은 거의 없다. 반달곰은 있던가. 그렇다고 그걸 보러 가면 안 될 듯 싶다. 사람을 보면 공격할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반달곰은 자기가 살 곳에서 잘 살기를 바란다. 북극곰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사람이 사는 곳에 나타나기도 했다던데. 지구가 안 좋아져서 살기 힘든 건 사람만이 아니다. 동물은 더하다. 지구를 더 안 좋게 만들지 않아야 할 텐데.

 

 지금도 있지만 이제는 쉬는 날이 아닌 나무 심는 날에 나무 심은 사람 많았을까. 예전에는 있었을 것 같지만, 지금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기후가 바뀌어서 나무를 사월이 아닌 그것보다 더 빨리 심어야 한다는 말도 하던데. 이 책 제목을 보니 끝에 한 글자만 다른 장 지오노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이 생각났다. 어떤 한사람이 오랫동안 도토리를 심어서 숲을 만든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했는지는 잊어버렸다. 그건 예전에 만화영화로도 만들었다. 우연히 텔레비전 방송으로 할 때 봤다. 괜찮았던 것 같다. 나무 씨앗을 땅에 심어 숲을 만드는 이야기 하나 더 있다. 《씨앗 편지》다. 풍선에 씨앗과 편지를 매달아 날렸더니 그걸 주운 아이가 그 주소로 편지를 썼다. 그게 소설일 뿐인지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잊어버렸다. 남자아이가 심은 나무 씨앗은 나무로 잘 자랐는데, 한번 불이 난다. 다행하게도 다시 숲은 살아난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아니 돌고 돈다고 해야 할까.

 

 

                 

 

 

 

 무언가를 기념하려고 지금 사람도 나무를 심겠지만, 예전에는 그런 일이 더 많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가 죽었을 때 나무를 심었다. 이걸 보니 소나무 은행나무 매실나무 느티나무가 많이 보였다. 앞에서 말한 나무를 심은 사람은 한국에도 있었다. 1944년 여름 임성국이 농사 짓던 장성 지역에 큰비가 내려 물난리가 나고 산사태가 일어났다. 임성국은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심었다. 지금 그곳에는 편백나무 참나무 일본잎갈나무가 있단다. 치유의 숲이라 이름 붙였단다. 본래 미국 사람이었던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은 충남 천리포 땅을 사서 여러 나무와 식물을 심었다. 1970년대에 천리포수목원으로 등록했다. 한국에 생긴 첫번째 사설 수목원이다. 오랫동안 일반 사람은 못 갔나 보다. 일반 사람이 가게 되고는 좀 안 좋은 일도 있었다. 나무만 보러 가지. 그런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싶다. 나무가 많은 곳을 걸으면 마음이 편하다. 난 이제 나무 모습이 아니지만 예전에는 나무였던 책 숲을 걷는다. 진짜 나무는 가끔 만난다.

 

 이 책을 보다보니 난 나무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런 나무가 딱 하나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신사임당은 매실나무를 좋아했다. 이황도 그랬구나. 선비는 소나무와 매실나무 좋아했겠다. 소나무 숲으로는 소수서원 들어가는 곳이 좋단다. 소수서원은 주세붕이 짓고 이황이 임금한테 편액을 받았다. 서원은 거의 자연으로 둘러싸였다. 나무를 보고 공부하고 마음도 닦으라는 거겠지. 한옥은 나무와 잘 어울린다. 집을 짓고도 나무를 심었겠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구나. 내가 나무를 많이 보는 곳은 아파트 둘레에서다. 내가 사는 곳은 아니지만. 그런 곳을 지나면서 이런저런 나무를 본다. 이름을 아는 나무는 별로 없지만. 아파트 둘레에 심은 건 어딘가에서 사오는 걸까. 산 아무데서나 가져오는 건 아니겠지. 좋아하는 나무가 딱 하나 있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나무 자체를 좋아해도 괜찮겠다.

 

 스님은 거의 지팡이를 심었다. 땅에 꽂아둔 지팡이가 이런저런 나무로 자랐다. 어느 어진 스님이 찾아간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스님은 언젠가 다시 그곳에 찾아오려고 우물가에 자신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두었다. 그 지팡이는 은행나무로 자랐다. 그 이야기에는 마을이 언제나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겠다. 효를 생각하게 하는 나무도 있고 못 먹어 죽은 아기를 위한 나무도 있다. 이팝나무는 아이뿐 아니라 시어머니한테 구박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며느리 한이 서린 것이기도 하다. 며느리는 늘 잡곡밥만 지었는데 제사에 쓸 쌀밥을 지어야 했다. 밥이 잘됐나 하고 며느리가 조금 먹어본 걸 가지고 시어머니가 혼냈다. 며느리는 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고 이듬해에 며느리가 죽은 무덤가에 이팝나무가 자랐다. 난 한국에 공자 후손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들은 적 있을 텐데 잊어버렸을지도). 그런 걸 신기하게 여기다니. 한국에 사는 공씨는 거의 공자 후손일까. 중국 사람이 한국에 오고 여기 눌러 산 일도 심심치 않게 있었겠다. 그건 중국 사람만은 아니겠구나. 아주 오래전이어서 이젠 한국 사람이다.

 

 오랫동안 죽었다 살아난 나무도 있다. 그게 바로 공자의 64대손 공서린이 심은 은행나무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말 때문인지 한국에는 은행나무가 많다. 서당이나 서원에 많겠다. 공서린이 서당 앞에 심은 은행나무는 공서린이 죽고 말라 죽었는데, 250년이 지나 다시 싹을 틔웠다. 세상에는 그런 신비로운 일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자라지 않은 백송도 있고 나라에 큰일이 일어나면 우는 나무도 있었다. 나무는 사람과 함께 산다. 나무는 사람한테 주는 게 많은데, 사람은 나무한테 받기만 하는 듯하다. 사람은 나무 없이 살기 어렵다. 나무는 자연이구나. 사람은 자연한테 많은 걸 받는 걸 고맙게 여기고 아끼고 함께 살면 좋겠다.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살고 사람을 바라본다. 나무에 담긴 이야기는 사람이 한다. 앞으로도 나무와 사람에 얽힌 이야기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그 이야기는 지금 사람보다 앞날 사람이 듣겠지. 나무를 심는 건 지금보다 앞날을 생각해서다. 오래전 많은 사람이 그랬다.



희선




☆―

 사람도 바뀌고 풍경도 바뀌었지만 나무만큼은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천 년 전 옛날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오래 바라보는 사람한테 나무는 아주 천천히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건네온다.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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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나무를 심은 사람들 - 고규홍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사 | 2020.03.02 | 추천17 | 댓글20 리뷰제목
  식목일이 되면 아버지와 함께 정원에 작은 나무를 심곤 하였다. 그리고, 그 나무들을 초저녁에 현관 앞 계단에 앉아서 바라보는 것이 어린 시절 나의 일상의 모습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산책 또는 여행을 하다가 만나는 나무들은 정확히 그 이름이나 특성을 알지 못하더라도 왠지 편안함과 함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항상 반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제는 직;
리뷰제목

 

 식목일이 되면 아버지와 함께 정원에 작은 나무를 심곤 하였다. 그리고, 그 나무들을 초저녁에 현관 앞 계단에 앉아서 바라보는 것이 어린 시절 나의 일상의 모습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산책 또는 여행을 하다가 만나는 나무들은 정확히 그 이름이나 특성을 알지 못하더라도 왠지 편안함과 함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항상 반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제는 직접 나무를 심지 않아서인지 그 나무들을 심은 누군가에게 막연한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 마냥 끌렸던 것 같다. 나무의 역사와 그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적인 즐거움은 물론 감성적인 편안함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백성들이 심은 나무에는 백성의 살림살이가, 학자들이 심은 나무에는 그들의 철학이, 종교인이 심은 나무에는 종교적 신앙이, 정치가들이 심은 나무에는 정치의 역사가 담겨 있다. 또 오래전에 국가 간의 외교를 담당했던 선비들이 심은 나무에는 어렴풋이나마 외교의 역사가 살아남아 있다.

 - p. 101 中에서 -

 겉으로는 같은 형태의 나무일지라도 누가 어떠한 의도로 심었느냐에 따라 그 나무의 의미는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에는 선비와 승려, 백성 등과 같이 다양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심은 나무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나무의 내면을 함께 다루고 있다.

 

 

 작년에 다녀온 영주 여행지 중 주세붕이 세운 소수서원에 심겨진 솔숲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 반가웠다. 소수서원 주변에 있던 울창한 솔숲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그것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이 책에서도 그곳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추가로 심은 소나무들도 있고, 그 와중에 고사된 나무도 있었는데, 이는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오묘한 생명의 철학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왜 이곳에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스님들과 관련된 나무들은 저마다 다양한 의미와 함께 바로 스님들의 지팡이가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스님들의 지팡이는 곧 그들의 분신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 결국 오랜 시간동안 그 생명을 지속하여 오늘에 이른 나무는 곧 스님들의 깨달음 내지는 진리의 상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장율사의 지팡이가 자란 나무로 알려진 정선 정암사의 주목(朱木)은 상징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고도 700미터의 산에서 자생하는 주목은 토종 나무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꽤 흔한 나무이다. 그런데, 1300년 전에 자장율사의 지팡이가 자랐다는 이 나무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그루가 마치 한 그루처럼 자란 독특한 형태를 띄고 있다. 130년 전에 이미 죽은 나무가 다시 자라면서 어떻게 이런 형태가 된 것일까? 사실 원래의 나무는 고사하였으나, 자장율사를 기리는 의미로 절에서는 이 나무를 베어내지 않았는데, 이후 나무는 안이 텅빈 상태를 유지한 상황에서 놀랍게도 나무 안쪽에서 새로운 나무가 자란 것이었다.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이러한 현상은 자장율사의 뜻을 따라 마치 나무가 자신의 몸을 덜어내고 그 안에 새 생명을 키운 것으로도 볼 수 있기에 우리는 나무의 신비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선비와 학자, 스님들이 심은 나무들이 고귀한 의미를 담고 있다면, 이팝나무는 배고프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라는 점에서 나무의 다양한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특히 진안 평지리의 이팝나무아기 무덤을 지켜주던 나무들이라는 점에서 빈곤했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먹을 것이 없어서 결국 젖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죽은 아기들을 묻고, 배곯아 죽은 아가를 두고 차마 돌아설 수 없었던 아비는 무덤 앞에 죽은 아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바로 하얀 쌀밥을 닮은 꽃을 한가득 피우는 이팝나무였다. 마을 사람들도 그러한 사연을 알고 이팝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면서 그곳은 이팝나무의 군락이 형성되었다. 이후 그 이팝나무 숲에 담긴 한맺힌 사연을 마냥 두고볼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이팝나무들을 베어내고 일곱 그루만을 남겼다. 그리고,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으니 이는 이팝나무에 담긴 사연이 그저 나무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나무에게는 가지를 펼치고 넉넉하게 숨쉴 만큼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이 배려되지 않은 상태의 이 나무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자신의 공간을 조금씩 양보하며 자랐다. 공생의 지혜를 찾아낸 것이다.

 - p. 138 ~ 139 中에서 -

 문경 장수 황씩 종택의 탱자나무의 거대한 규모를 보면서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시골의 할아버지 댁에 가면 밭이나 과수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탱자나무였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담장과 비슷한 높이의 이 탱자나무는 그 가시와 함께 얽혀있어서 충분히 담장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수 황씨 종택의 탱자나무는 오랜 시간 좌우는 물론 위쪽으로도 성장을 하면서 그 규모와 아름다움이 우리나라 안의 어떤 탱자나무와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나무는 멀리서는 하나의 거대한 탱자나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서로 두 그루가 한데 뭉쳐 자란 것인데, 가시로 인하여 서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마치 공생의 지혜를 터득한 양 함께 성장할 공간을 양보하면서 자란 것이기에 우리는 이들로부터 공생의 지혜를 찾아볼 수 있게 된다.

 

 E.H.카아의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은 나무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통용되는 부분이다. 나무를 심는 순간 그 나무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 나무가 수백년 아니 수천년 동안 삶을 살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보살핌은 단순히 나무에게 물과 양분을 공급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애초에 그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순간 빛을 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를 통해 이어간 사람살이의 작은 역사가 E.H.카아의 말처럼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옛사람의 이 땅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됨을 알 수 있다. 우연히 아파트의 조경을 담당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분은 우리 아파트도 그런 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꾸준히 가꾸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담양의 상징인 메타세콰이어길에 필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문득 그러한 뜻을 공유하면서 아파트 주변의 나무들을 가꾸고 또 관심을 이어가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언제쯤 이곳이 그러한 멋진 길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다양한 나무와 그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곳곳에 존재하는 나무들에도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의미를 알게 된다면 결코 나무들이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나무 이외에도 주변의 나무에 담겨진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봄으로써 그동안 일방적으로 나무를 바라보던 우리로서는 나무와 소통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나무들이 보통의 인간보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무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걸어온 궤적을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쉽게 볼 수 없지만, 마을 어귀에 위치한 나무들이 그 마을의 역사와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저자 고규홍은 나무 인문학자라 불리운다. 그러한 타이틀에 맞게 이 책은 현존하는 나무들을 통하여 우리 조상들의 예전 모습은 물론 철학과 역사를 전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나무들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솔직히 이 책에서 내가 직접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나무는 소수서원과 관련된 나무가 유일할 정도로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설명한 나무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 다행히 책의 말미에 각 나무에 대한 주소도 정리되어 있으니 현재의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이 책과 함께 그곳으로 여행을 가려고 계획중이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하여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나무의 또다른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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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수굿이 나무를 톺아보면 들리는 사람살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0.02.26 | 추천24 | 댓글33 리뷰제목
수굿이 나무를 톺아보면 들리는 사람살이<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읽고  [들어가며] '나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책으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잠언으로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유행가로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그러하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나무의;
리뷰제목

수굿이 나무를 톺아보면 들리는 사람살이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읽고

 

 

[들어가며] '나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책으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잠언으로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유행가로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그러하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나무의 이미지는 '한결같음'이라고 생각한다. 한 아이가 자라서 노인이 되어서도, 불확실한 내일이지만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는, 오래도록 사랑한 연인을 그리는 그 누군가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삶을 기억해주는 존재의 한결같음을 나무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은 이러한 나무의 가치를 알아보고 20년 넘게 나무와 대화하며 그들에게 담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슈베르트와 나무>,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등 나무에 관한 여러 책에서 '나무'를 매개로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준 그가 신작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통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나무와 그 나무를 심고 돌보며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무를 찾아 나무 앞에 머물던 시간에 나를 찾아온 것은 나무보다 먼저 그 나무를 심은 혹은 나무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나무를 찾아갔지만 나무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6쪽)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소개된 나무와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 땅에 자리잡는다. 하나는 말 그대로 사람이 나무를 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의미 있는 장소에 꽂으면 거기서 나무가 자라나는 식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민간에서 전해지는 설화나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다보니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나무와 그 이야기에는 상징과 은유로 표현된 사람살이의 중요한 가르침이 담겨져 있다고. 그래서 과학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나무의 전설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1-선비]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즐겨 심었던 나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은행나무라고 한다. 유학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이기도 한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을 설파하던 자리를 '행단(杏壇)'이라고 불렀던 유래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오래된 향교나 서원에서도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까닭이라고 한다.

 

    사라져가는 하나의 생명을 포근히 품어 안은 소수서원 솔숲은 그래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사람살이의 평범하면서도 깊은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철학의 숲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73쪽)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듯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솔숲을 이룬다. 그 군집 속에서 줄기를 뻗어나가는 묘목이 있는가 하면, 수명을 다한 고사목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나무가 서로 연대하며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법을 가르치고 터득하는 것처럼 사람이 사는 세상도 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소수서원의 솔숲에는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소수서원 솔숲

 

    나무는 앞에 나서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오래된 문화재 안팎에서 옛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참으로 소중한 자연문화재다. 물론 그 깊은 속내를 들춰내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몫이다.(85쪽)

    저자는 오죽헌에 있는 율곡매와 배롱나무가 신사임당과 율곡의 자취와 숨결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문득 떠올랐다.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문화유산에 켜켜이 쌓여있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그 곳으로 달려가 문화유산의 숨결과 그들이 주는 감동을 흠뻑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일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과의 만남도 좋지만 같은 공간에서 우리와 같이 살아 숨쉬는 나무와도 대화를 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평범한 백성들이 심은 나무에는 백성의 살림살이가, 학자들이 심은 나무에는 그들의 철학이, 종교인이 심은 나무에는 종교적 신앙이, 정치가들이 심은 나무에는 정치의 역사가 담겨 있다.(101쪽)

    나무에게 곁을 내어준 사람의 '사람살이'를 나무가 묵언으로서 증언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꼈던 백송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어 중국 밖에서는 자라기 힘든 백송이 왜 우리나라에서 자랐으며, 또 굳이 이 나무를 이 자리에 심고 애지중지 키운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건 나무 안에서 우리의 역사를 찾아보는 일이 된다고 강조한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2-민중]

     "아가야! 살아서 입으로 먹지 못한 쌀밥, 죽어서 영혼이 되어 눈으로라도 실컷 먹으라!"(156쪽)

    아기 무덤을 지켜주던, 쌀밥을 닮은 꽃이 피어나는 이팝나무에는 보릿고개로 인해 아이를 떠나 보내야만 했던 아비의 가슴 깊이 맺힌 한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저자는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를 바라보며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이팝나무 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지친 나무들을 사람처럼 여기고, 사람에게 힘이 되는 막걸리를 나무에게 나눠주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의 정성으로 생각하면 아름다운 풍습이라 할 수 있겠다.(214쪽)

    30여 년 전 경북 청도 운문사에 있는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의 악화된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막걸리 공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막걸리가 나무의 생장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영향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더불어 사는 멋을 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마다 봄이면 맛난 막걸리를 흠뻑 마시고 겨우내 지친 몸을 추스르는 장한 나무다. -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

 

[지팡이를 꽂은 사람들-스님]

    '세상사 모든 일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 유명한 원효대사의 인생 나무는 비자나무라고 한다. 특히 비자나무의 쓰임이 꽤 흥미로운데, 비자나무의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쓰이며 비자나무는 귀한 목재로서 바둑판으로 더없이 좋은 재료라고 한다.

 

    나무를 심는 건 분명 스스로를 위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빨리 자라는 속성수(速成樹)라 하더라도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나무를 심는 사람의 수명보다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는 나무를 심을 수 없는 일이다.(193쪽)

    저자는 후손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이 있어야만 한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를 몸소 실천한 사람으로 풍수지리설의 연관 검색어라고 할 수 있는 도선국사가 있다. 나무를 심는 것과 마찬가지로 풍수지리도 한 사람의 삶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자손손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도선국사가 전국을 누비며 풍수가 좋은 곳을 표시하는 방법이 바로 좋은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고 한다. 경기도 이천 도립리에 남아있는 반룡송으로 불리는 소나무는 도선국사가 나무를 심으며 장차 이곳에서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고단한 삶을 살아내던 당시의 민중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도선대사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게라도 한 가지의 소원은 꼭 이루어준다는 전설이 함께 전한다. -이천 도립리 반룡송

 

    반면에 보조국사 지눌의 인생나무로 불리는 고향수(枯香樹)는 고사목(枯死木), 즉 말라 죽은 나무라고 한다. 스님의 발이 되었다가 다시 스님에 의해 생명을 되찾은 이 나무는 현재 우리나라 삼보(三寶) 사찰의 하나로 알려진 송광사에 있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기 십상일만큼 앙상한 줄기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그 옛날 중생을 위해 불교의 대중화에 힘썼던 지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3-항일운동가]

    이제 고작 100년을 채 못 살았지만 앞으로 이 나무가 살아갈 세월은 그 몇 배가 넘을 것이다. 풀어내는 만큼 자신의 결 안에 담아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만큼 클 것이다.(357쪽)

    근대사로 넘어오면서 조금 더 현실감 있는 인물과 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백범 김구 선생과 <상록수>를 지은 심훈 작가 모두가 애지중지한 나무가 향나무로 똑같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과 함께 부상으로 받았던 작은 화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깊었다. 그가 화분 속 작은 나무의 나무잎으로 가슴에 붙여진 일장기를 가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역사의 치욕을 가려준 나무가 대왕참나무였으며 당시 독일 베를린 지역에서 월계수를 구할 수 없어 참나무(오크, Oak)로 대신했다는 일화도 알 수 있었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당시 올림픽 시상식의 흑백 사진을 수도 없이 봐왔으면서도 미처 눈여겨 보지 않았던 그 자리에 바로 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이 사진을 볼때마다 나무가 전하는 역사에 귀 기울여보기로 다짐해본다.

 

손기정 선수와 역사의 치욕을 가려준 대왕참나무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나무를 심은 사람들4-이색적인(異色的人)]

    한 그루 소나무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 혼례를 치르고, 그 후계목을 키워나가려 애면글면한 정성은 우리 민족이 얼마나 소나무를 아끼는 민족인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339쪽)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나무에게 정이품의 벼슬을 내린 것도 신기하고 이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 혼례식을 치뤄 후계목까지 키워냈다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특히 혼례의 주례는 산림청장, 신랑과 신부의 혼주는 각각 보은 군수와 삼척 시장이 맡았다는 저자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천리포수목원은 마이클 폴란의 말대로 사람과 자연 혹은 자연과 문화의 중간지대에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창조적 지혜'를 실현시킨 대표적 숲이라 할 수 있다.(383쪽)

    천리포수목원은 책이나 언론 기사를 통해 이따금씩 접했지만 수목원의 전반에 관한 이야기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로 불리는 칼 페리스 밀러, 민병갈(한글 이름)이 평생에 걸쳐 충남 태안반도에 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심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수목원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곳은 1만8천 종류의 토종식물과 외래식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인공미와 자연미의 절묘한 조화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수목원이라고 한다. 책을 일고 천리포수목원 관련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면서 더욱 현장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꼭 함께 가서 저자가 말했던 감상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민병갈 흉상과 완도호랑가시나무 -사진 출처: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

 

    세상이 열리고 그 안에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무를 베어내고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무를 심어야 했다.(383쪽)

 

[나오며] 작년에 읽었던 나무의사 우종영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에서 '실제로 나무는 성장하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마치 자서전처럼 나이테에 고스란히 남긴다'는 문장을 보면서 나무의 나이테는 그 나무의 일기와도 같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이번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읽으면서 나무는 자신의 삶, 즉 나무살이를 나이테라는 일기장 또는 자서전에 써내려감과 동시에, 자신의 곁을 내어준 이의 사람살이를 마치 사관이 역사를 기록하듯이 나이테에 한 글자 한 글자 기록하는 존재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만일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일상과 삶을 우리가 매일같이 지나치는 가로수가, 혹은 숲과 산 속의 나무들이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를 결코 허투루 보내서는 안될 것이며 나아가 오늘을 어제보다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입 안과 머리 속에 맴돌았던, 나무라는 존재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두 단어를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바로 '수굿하다''톺아보다'이다. 지금까지 말해보거나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계속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덧 '수굿이' 나무와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톺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개 숙여 찬찬히 나무가 전하는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왜 나무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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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이 땅에 누가 왜 나무를 심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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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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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해*맨 |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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