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8부작 〈세계의 역사〉(2012)의 마지막 회를 보면,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의 해체로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에 패하고, 그로써 역사가 종언을 고했다고 해설한다. 여기서 역사의 종언이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의미하고, 1997년 IBM의 슈퍼컴 딥블루가 인간 체스 고수가 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이를 기점으로 인류 문명이 알고리즘이 여는 새로운 역사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후 2016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적 바둑 대국은 4차 산업혁명의 쇼크에 다름 아니었다. 알파고 버전은 68회의 대국에서 유일하게 이세 돌에게 한 번 패한 기록으로 바둑계를 은퇴했다. 이후 알파고는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은 제쳐버리고 자기들끼리 대국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디지털 물리학의 선구자인 에드 프레드킨(Ed Fredkin)은 138억 년의 이 우주 역사에서 빅뱅, 생명의 탄생, 인공지능의 출현을 우주사 3대 사건으로 꼽았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초지능과 초연결의 세상을 열고 있다. 그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은 분분하지만, 결론은 살아봐야 알 것 같다. 저자는 기자의 눈을 갖고 발로 뛰어다니며, 그 요술 같은 AI가 펼쳐지는 최전선의 상황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분야별로 법률, 의료, 금융, 게임, 정치·군사, 예체능으로 구분해서 들려주는 스토리가 드라마틱하고도 유익하다. 저자의 다음 책은 인간 지능을 앞서게 될 기계 세상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 될지, 가치관은 어찌 될지가 아닐까 싶다.
-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21세기 인간사회는 폭풍 전야이다.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이점 시대가 되면 수만 년간 이어온 인간 중심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두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무지로부터 온다. 다가올 AI 시대를 정확히 알고 대비하면,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를 미래 세계로 인도하며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겸 교학부총장)
2016년 알파고 쇼크가 휩쓸고 간 후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혁명이 한창이다. 법률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리걸 AI’, 즉 법률 AI가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AI 기술은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다른 IT 기술과는 그 충격의 차원이 다르다. 특히 법률 서비스는 그 본질이 인간과 관련된 판단과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도달할 궁극의 목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문제들은 오늘날 가장 높은 수준의 AI 기술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모호성과 복잡성을 지닌다. 한편 사법 작용은 근대 이후 자유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 공동체의 기본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미칠 미묘한 영향을 좀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개척자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AI 기술의 확산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현장감 있게 묘사하면서도 사태의 핵심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 저널리즘의 모범을 보여준다. 저자의 땀과 예지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즐거움을 다른 독자들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 이상용 (인공지능법학회 회장,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점에 가면 AI 관련 책이 적지 않게 진열돼 있다. 이 정도면 AI 열풍이라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닐 듯싶다. 의사인 나는 자연스럽게 AI와 의료 혹은 헬스케어 관련 서적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화려한 제목과 달리 가슴에 와닿는 내용은 발견하기 어렵다. 왜 이러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저자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리라. 책마다 화려한 제목과 목차 그리고 그에 걸맞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AI를 현장에서 직접 활용하고 있는 현역 의사인 내게 깊은 인상을 주기엔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 을 늘 갖고 있었다.
의료 AI를 취재하러 와서, 나와 첫 인연을 맺은 저자의 원고를 보았다. 몇 단락 지나지 않아 ‘이 책은 내가 평소에 다른 책에서 느끼던 제목과 내용의 괴리감을 느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여타 비슷한 내용의 서적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내가 나름 발견한 차별성은 저자에게 있었다. 노성열 기자는 이 책을 머리와 동시에 발로 써 내려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십 년 쌓인 민완기자로서의 능력, 노련한 언론인으로서의 감각과 식견을 해박한 지식에 더한 보기 드문 명저라고 감히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현장을 누비며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는 등 살아있는 지식을 책에 담아내었다.
이 책에는 AI 기술이 실제 적용되고 있는 현장 곳곳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수많은 논문과 책을 인용한, 나름 훌륭해 보이는 책들이 내게 감동이 줄 수 없었던 빈 곳을 튼실하게 메꾸고 있다. 특히 뛰어난 점은 단순히 AI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AI가 의료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의 문제와, AI의 도입으로 인해 의료계가 당면한 현재 문제와 향후 발전 방향까지 다루었다는 것이다. 또 법률, 금융, 게임, 정치와 군사, 예술과 스포츠, 윤리까지 포괄적인 내용을 전개하고 있는 점은 저자와 같은 노련한 언론인 출신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면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전문인은 물론이고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청소년도 읽을 수 있도록, 어려운 내용임에도 비교적 평이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저술한 점 또한 높이 평가한다. 가능하면 이 책이 널리 읽혀서 AI 관련 산업의 발전, 나아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적 리더로 진입하는 데 기여하는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해냈으면 한다.
- 이언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 겸 신경외과 교수)
2016년 3월 9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가 186수만에 이세돌 9단을 이겼다. 이 9단은 대국 전 “한 판이라도 내주면 내가 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딥마인드는 이 9단이 예상외로 1승을 거뒀다며 경의를 표했다.
그로부터 1년 전 딥마인드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AI가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고전 오락실 게임을 스스로 터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나를 포함한 과학기자들은 AI가 연구실 수준에서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는 알파고발(發) AI 쇼크에 휩싸였다.
AI는 바둑에 이어 체스, 〈스타크래프트〉, 포커 등의 게임에서 인간을 넘어섰다. AI의 행보는 그저 쇼가 아니었다. 최근 구글의 AI는 폐암에 이어 유방암 진단에서도 의사를 능가했다. 이제 사람들은 AI가 추천해준 주식을 사고 변호사는 AI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준비한다. AI 화가가 그린 그림이 뉴욕 경매에서 5억 원에 팔렸다. 과학자들은 학습할 데이터만 있다면 AI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성열 부장은 AI의 종횡무진 활약을 법률과 의학, 스포츠, 예술, 저널리즘, 군사 등으로 나눠 생생하게 전달한다. AI에 관심을 가진 기자들은 많지만 연구 현장까지 섭렵한 기자는 드물다. 노 부장은 과학 기자답게 국내외 AI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 AI의 가능성과 함께 한계까지 하나하나 밝혔다. 이는 특히 AI를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려는 정부와 산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처음 컴퓨터가 상용화됐을 때도 비슷하게 맹목적 믿음이 만연했다. 하지만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역으로 말하면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은 AI 경쟁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의료 AI의 더딘 발전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AI에 대한 인격화도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지식이 많다고 훌륭한 판관이 될 수 없듯,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윤리적 판단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AI의 작동원리가 아직 블랙박스 상태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노 부장의 AI 탐구 오디세이는 AI의 화려한 승리에 대한 기록과 함께 그 이면에 있는 패자들의 분노, 비판자의 의심, 일반인의 무력감까지 보여줬다. 과연 AI는 노 부장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다.
- 이영완 (과학기자협회장, 조선일보 과학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