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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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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우드

: 와일드우드 연대기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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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750g | 150*195*35mm
ISBN13 9788991508989
ISBN10 899150898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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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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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온몸이 굳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다리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 같았고 입안이 텅 빈 듯 아무 단어도,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평온하고 예측가능하던 프루의 삶이 이 하나의 사건으로 달라질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느끼고 믿어온 것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부모님도,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주거나 가르쳐주지 않았다. 혹은 진짜, 무엇이 일어났던 것인지도. --- pp.17-18

프루는 걸음을 멈추고 전나무에 기대서서 파릇파릇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초록색뿐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농도의 초록색으로 칠해놓은 듯했다. 초록빛 도는 에메랄드색 고사리, 누런 올리브색을 띤 축 늘어진 이끼, 장중한 회색빛이 감도는 초록색 전나무. 태양은 더욱 높이 떠있고, 빽빽한 숲 틈새로 빛이 흘러들었다. --- p.51

“지날 수 없는 숲이라고? 허 참, 그러면 오죽 좋겠니. 그럼 나도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텐데. 도대체 누가 그런 얘기를 지어냈는지 모르지만 그건 바깥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란다. 물론 너는 최초로 이곳에 온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 와일드우드와 노스우드, 사우스우드를 알려고 애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단다.” 그가 프루를 보며 미소지었다. “네가 이곳의 첫 번째 개척자인 것처럼 말이다, 포틀랜드 프루.” --- p.73

“우리는 소박한 종족이지.” 여왕이 말했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뿐 숲에서는 많이 얻으려고 하지 않는단다. 이를테면 와일드우드 관리인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이 야생의 땅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질서를 부여했단다. 말하자면 황량하고 척박한 땅에 아름다운 꽃을 가꾸는 것이 우리의 목표지. 내가 처음 와일드우드에 왔을 때 네가 보는 이 코요테들은 궁핍하고 절망에 빠져있었다. 조직도 어찌나 무질서한지 만날 다른 종들과 싸움을 하는 통에 숲에 서식하는 동물 중 가장 하등한 존재로 몰락했었단다. 쓰레기더미나 주워먹고. 하지만 난 그들에게 질서를 부여했지.” --- pp.79-80

“커티스. 이 숲을 바깥세상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하는, 숲의 마법이 있단다. 우리를 너희 같은 바깥세상 인간으로부터 격리시켜주는 장치라고나 할까. 이 숲에 사는 생명체의 핏줄에는 저마다 숲의 마법이 흐르고 있지. 너 같은 바깥세상 사람이 이 숲으로 들어오는 길을 알게 되면 즉시 ‘변방의 곤경’이라고 하는 미로에 빠지게 된단다. 한번 빠지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미로지. 어느 모퉁이를 돌아도 막다른 골목이 나오거든. --- p.82

얼굴도 없는 팔 다리에 나뭇잎이 달린 어떤 형상이 군복 차림으로 자신의 머리 위에 서있었던 것이다. 정체 모를 그 괴물은 달려들 기세로 커티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커티스는 겁에 질려 이불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은 이끼로 만든 단상 바닥 아래 들어가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서서히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게 꾸민 옥좌, 뿌리가 뒤엉킨 천장, 쩍쩍 금이 갈라진 흙벽. 커티스는 그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미망인 여왕의 알현실이었다. --- p.101

계단 중간 층계참에는 초록색 쓰리피스 코듀로이 정장을 입은 흑멧돼지가 발굽이 갈라진 앞발을 조끼 차림의 상의 겨드랑이에 끼운 채 일행 몇 명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또 꼬리 색깔과 맞춘 옥스퍼드 셔츠에 타이를 맨 한 쌍의 검은꼬리 사슴은 어떤 주요 인물의 대리석 흉상 옆에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흉상을 올려놓은 대좌의 가장자리에는 다람쥐가 서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p.106

“노스우드의 신비주의자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숲과의 접속 능력을 갖고 있단다. 위대한 회합 나무council tree의 뿌리는 여기 우리에게까지 뻗어있어서 와일드우드를 돌아다니는 모든 발자국을 기록하지. 신비주의자들은 바로 이 나무 둘레에서 만난다. 그게 그들이 능력을 얻는 방법이란다.” --- p.187

“두려움 때문이야.” 참새가 조용히 대답했다. “두려움이 일상을 지배하지.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권력자는 점점 눈이 멀어. 모두가 적처럼 보이지. 누군가 이 상황에 맞서야 하는데.”
프루는 분을 참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이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 다시 우리를 잡으러 올 때까지 난 그냥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사실이야. 그건 미친 짓이야.” --- p.214

프루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그들은 지붕처럼 뻗어난 나뭇가지를 뚫고 떨어졌다. 전나무의 뾰족뾰족한 나뭇가지가 프루의 옷과 피부를 할퀴었고 엄청난 힘으로 채찍질을 했다. 프루는 후려치는 나뭇가지를 피하려고 피에 젖은 독수리의 깃털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뺨에 닿는 독수리의 몸이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튼튼한 나뭇가지 하나가 그들이 곧장 떨어지는 것을 가로막아주어 그들은 주춤거렸다. 프루와 독수리는 나뭇잎을 뚫고 한 바퀴 재주넘기를 한 다음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 위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 pp.266-267

“모든 게 네 탓은 아니란다. 더 중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야.” 이피게니아가 위로했다. “네 일보다 더 큰 일. 네 동생의 납치는, 숲에 처음 심은 묘목에서 싹튼 후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듯, 지금까지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촉진시키는 촉매제였을 뿐이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낙엽이 떨어지듯 네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이 상황은 오게 되었다는 뜻이란다. 우린 그냥 순리에 따르면 돼.” --- p.458

지금까지 모든 게 순조로웠다. 저항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뭔가를 느꼈다. 뼛속 깊이. 나무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 풀들끼리 나지막이 속삭이는 말들에서 뭔가를 느꼈다. 마치 숲이 자신을 배반하려는 것만 같았다. --- p.460

“저런! 애초에 거래를 하지 말았어야지.” 알렉산드라가 대꾸했다. “그들은 어리석었어. 하지만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지. 그들은, 너를 원했어.” 미망인 여왕이 칼끝으로 프루를 가리켰다. “그래서 너를 갖게 된 거야. 축하한다. 그리고 네가 태어났어. 난 약속대로 대가를 받았을 뿐이고. 생각해봐라. 네 동생의 죽음과 부모님의 절망에 누군가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너야.”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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