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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박찬순 | | 2018년 03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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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88g | 135*200*30mm
ISBN13 9788982182280
ISBN10 898218228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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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박찬순의 세번째 소설집.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리봉 양꼬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찬순은 앞서 낸 두 권의 소설집에서 다문화적인 코드와 더불어 혹독한 삶을 견뎌내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그 생이 쥐고 있는 희망을 담은 소설들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자 자기 몫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그 안에서 희미하게 존재하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신선한 상상력과 단단하고 품격 있는 문장을 바탕으로 빈틈없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박찬순의 소설은 예술과 삶에 대한 고뇌의 시간이 눅여져 더욱 깊이 있는 성찰로 독자를 인도한다.

소설집에는 총 열한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2040년의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최첨단 디지털 기기에 몸을 내맡긴 인간의 운명(「달팽이가 되려 한 사나이」)을 펼쳐내기도 하고, 문학이 죽어가는 시대, 다른 언어권에서 한국문학은 무엇으로 소통되는지(「테헤란 신드롬」) 성찰하기도 한다. 이웃나라에서 느끼는 멀미(「레몬을 놓을 자리」)의 정체나, 장소에 숨겨진 존재의 운명(「성북동 230번지」)에 대해 탐구하기도 하고, 애도에 대해(「재의 축제」,「아홉번째 파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직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구술 소설의 가능성을 시도한 작품도 눈에 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테헤란 신드롬
재의 축제
달팽이가 되려 한 사나이
북남시집 오케스트라
성북동 230번지
레몬을 놓을 자리
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폭죽 소리
아그리파를 그리는 시간
아홉번째 파도

작품 해설 한 줄기 흐름처럼 서희원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박찬순 소설에 등장하는 자아는 직업이나 나이, 주어진 상황은 다양하지만 예술이 인간의 감각과 기억을 충만하게 하고, 이를 통해 고양된 자아의 정체성이 진정한 주체를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성북동 230번지」의 ‘나’에게 ‘박태원’의 문장은 “예기치 않은 시점에 우연히 찾아와 누군가의 생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미지의 어떤 힘”(151쪽)으로 표현되며, 「레몬을 놓을 자리」의 ‘나’에게 교토라는 이방의 도시는 정지용의 시 구절이나 카지이 모토지로의 단편 「레몬」의 문장에서 얻어낸 감각으로 체현되는 공간이다.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단편 「아홉번째 파도」 또한 표제가 알려주는 러시아 화가 이반 아이바조프스키(Ivan Aivazovsky)의 동명의 그림을 통해 동생을 잃은 주인공의 슬픔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폭죽 소리」의 ‘나’를 대학 시절 만났던 연인에 대한 회상으로 이끄는 춘절의 폭죽도 사실은 “인생은 불꽃놀이”(243쪽)라는 시인의 문장이 알려주는 풍경과 내면의 상호작용이 있기에 그렇게 감각된 것이다. 주인공의 모습에서 작가 자신의 형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테헤란 신드롬」이나 「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예를 드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주지 않을 만큼 대부분의 구절과 에피소드에 박찬순이 지니고 있는 예술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담겨 있다.

박찬순은 공동체 내의 갈등이나 개인적 삶의 고통에 대해서도 예술이 인간에게 감각하게 하는 조화와 감동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와 「북남시집 오케스트라」는 이러한 박찬순의 지향을 잘 보여주는 단편이다.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는 “클래식 공연 기획” 회사의 중간 간부인 ‘나’가 자신이 기획한 악단의 부산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역에 가지만 KTX의 파업 소식을 접하고는 무궁화호 완행열차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평소 “속도와 시간”에 강박적으로 매여 살던 ‘나’가 완행열차의 지루한 속도와 시간을 기꺼이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그해 겨울 브뤼셀역”에서 경험했던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때문이었다. “그날 밤 열차 혼선은 탈리스뿐이 아니”어서 브뤼셀역은 갈 곳 잃은 승객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를 타게 된 승객들의 감정은 각기 다른 국적과 사정과 목적지로 인해 거대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곳에서 짜증과 초조함을 느끼던 ‘나’는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일종의 자원봉사자처럼 안내를 하고 있는 ‘이리스’를 보게 되고, “성가신 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시원스러운 성격에 끌려” 그 일을 함께 하게 된다. ‘나’는 난민으로 보이는 아랍인들에게 다가가 기차역의 사정과 대책을 알려주려 하지만 공통의 언어가 없는 까닭에 그 일은 인간에 대한 선의와 표정, 그리고 몸짓으로 가능할 뿐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이 경험은 ‘나’에게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아니 “악기 박물관”에서 우연히 만나 일정을 망각할 만큼 매혹적인 음색을 들려준 “비올라 다 감바”(14쪽)의 선율에 버금갈 정도로 충만한 감각과 기억을 ‘나’에게 선사하는 경험이 되어준다.

「북남시집 오케스트라」는 포격 사건이 있었던 연평도에서 평화와 화합을 위한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는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는 단편이다. 이 작품은 베토벤 「운명」의 4악장이 연주되는 짧은 시간을 전경에 내세우고 있지만, 보다 의미 있게 읽어야 하는 것은 연주와 포격의 환청 사이에서 끊임없이 삼투하는 화자의 감정과 에드워드 사이드에 대한 회상이다. “국적 불명의 여자”(131쪽)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던 음악도인 ‘나’는 ‘오리엔탈리즘’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에드워드 사이드의 강의를 듣게 되고, 고정되지 않은 “한 줄기 흐름”(129쪽)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사이드의 모습에 매혹된다. ‘나’와 사이드는 개인적으로 교류하며 서로에 대한 깊어지는 이해와 사랑을 공유하게 된다. 실제 인물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1999년 유대인 음악가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세계의 분쟁 지역을 돌며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음악적 선율로 전달하는 일을 시작했다. ‘나’는 사이드의 유지를 이어가는 심정으로 이를 그대로 한국의 상황으로 가져와 “북남시집 오케스트라”를 남한과 북한의 젊은이들로 결성하여 포격이 있었던 연평도에서 평화를 위한 연주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전쟁으로 표출되는 국가의 잔혹한 논리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사이드와 ‘나’의 실천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행위로 이해될지 모르고, 또 예술을 순수하고 고상한 차원의 것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예술이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할 저속한 행위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번민은 연주되는 음악 사이사이에 들려오는 “트롬본의 호쾌한 소리”(148쪽)를 서해 최북단의 섬을 폭격하는 포성의 환청으로 감지하는 ‘나’의 모습에서 잘 보여진다. 박찬순이 자신의 단편들에서 펼쳐내고 있는 예술에 대한 지향을 단순한 예술지상주의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그러한 신념이 현실의 상황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으며, 그 안에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기에게 부과된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려는 예술가의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을 삶의 지향으로 삼는 일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 어느 곳에도 정주할 수 없는 높고, 외롭고, 쓸쓸한 삶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고고(孤苦)한 삶, 그리고 그 자취를 적어가는 고고(孤高)한 문장. 박찬순의 문장은 일상의 그 순간들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거기에 예술적 품격과 함께 생동하는 감각을 부여한다. 하지만 박찬순의 품격은 성공한 부르주아의 거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안온하고 행복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의 불협화음을 완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감당하고 있는 사람의 의지에서 찾을 수 있는 그러한 품격이다. 삶이 불안하고 쓸쓸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자아가 느끼는 자유는 오히려 고고한 삶에서 탄생하는 법이다.

추천의 글

비올라 다감바의 화음

어째서 브뤼셀역의 탈리스는 가버린 것일까. 모든 게 악기 박물관에서 만난 그 비올라 다 감바 때문일 것이다. 다리 사이에 끼고 켜는 악기의 협주곡을 듣고 있었다. 그러자 그 반응은?

"우리의 두 손은 각각 그 선율과 리듬에 맞춰 서로의 몸을 켜나갔다. 현으로 된 악기를 켜듯이. 낮은 선율이 어디에 닿아도 튕겨 나오지 않고 스르륵 우리 가슴속으로 스며들 듯, 우리들의 손길도 마찬가지였다. 어렴풋이 그의 손길이 선율의 그것만큼이나 한없이 은근하고 살보드랍다는 생각이 들 무렵, 다리 사이에 끼어 있던 무언가가 내 몸을 휘감았고 동시에 단단하게 잠겨 있던 몸이 스르르 열리는 듯했다. 이윽고 몸속에 찰랑찰랑하던 샘물이 왈칵 솟구치면서 나는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행복감과 희열을 맛보았다."

악기와 성의 감각. 감미로움. 텔레만 음악의 진수. 잠깐! 이제 어찌해야 할까. 무궁화호를 탈 수밖에. 거기에도 기묘한 만남들이 있을 테니까. 비평적 포인트. 참신하다.
― 김윤식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소설이 반드시 작가의 경험의 궤적은 아닐지라도 한 권의 소설집에는 그 몇 년간의 삶이 은연중에 부록으로 딸려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메이킹 필름 같은. 나의 경우 그 안에는 무엇보다도 수많은 고민과 방황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하다. 햇수가 더해질수록 글쓰기는 더욱 두려워지고, 텅 빈 모니터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만 노려보던 순간들, 대상을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안고서 이국의 도시 밤거리를 헤매던 때. 키냐르의 말대로 진정 “방황은 나의 숙소”였다. 그 헤매는 발걸음 닿는 곳마다 아픔은 도처에 널려 있었고 나는 점점 인간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어갔다. 그 참담함을 날카롭게 벼려내려던 욕심은 그러나 나의 무딘 언어 앞에 늘 무릎을 꿇곤 했다. 글은 좀체 써지지 않고 불면의 시간은 늘어만 갔다. 그런 시간이 길어져 가면 나는 영락없이 실연당한 짝사랑 애인이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그렇게 시간이란 물결이 흘러가고 난 뒤 내 안에 남은 것들, 급류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남은 몇몇 자갈들이 모여 이 책이 되었다. 유럽의 완행열차에서 목격했던 스산한 난민들의 행렬. 레지던스 작가로 옛 페르시아의 향기 가득한 테헤란에서 피부로 느꼈던 뜨거운 시 창작 열기, 자신들의 운명을 시로써 극복하겠다는 듯한. 그리고 이 혼돈의 시대를 헤쳐가려 안간힘 쓰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몸부림.
결국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들, 덧없는 존재들이 생의 가장 막막한 순간에 뿜어내는 지순한 숨결이었다. 그 고단하고 선량한 숨결에서 어느 찰나 언뜻언뜻 비치던 알 수 없는 아름다움과 생명의 기미. 그것이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지.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오로지 어렴풋한 어떤 느낌뿐. 이 무지함과 가난한 나의 언어를 안고서 쉽게 오지 않을 그 순간들을 찾아 또다시 헤매리라는. 그것은 매몰차게 나를 버리고 떠난 짝사랑 애인의 뒷모습을 쫓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발걸음이 되리라는. 다만 바라건대 그 일이 내내 가슴 뛰는 여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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