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전의 상상으로 탄생한 달세계와 저승 여행기
「진실한 이야기 1」과 「진실한 이야기 2」는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로서, 1인칭 화자가 들려주는 황당한 모험담이다. 화자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발언만큼은 진실”하므로 자신은 정직한 사람이라며 이야기의 운을 뗀다. 주인공은 공중에 떠 있는 섬들과 달세계, 거대한 고래의 배 속, 우유 바다와 치즈 섬, 꿈의 나라 등을 떠돌며 끝없이 이어지는 신기한 사건들을 경험한다. 이 모험에서 맞닥뜨리는 기묘하고 괴이한 다양한 종족들은 루키아노스의 공상 과학적 상상력의 정점을 보여 준다.
이어지는 「저승 가는 길, 또는 참주」와 「카론, 또는 구경꾼들」에서는 저승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 카론과 저승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하는 헤르메스가 등장한다. 이들은 죽은 후에도 이승의 부와 명예에 집착하는 인간 군상과, 닥쳐올 죽음은 생각지 못한 채 삶의 헛된 것들에 집착하는 이승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비웃고 비판한다. 「죽은 자들의 대화」는 저승에서 죽은 자들끼리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를 그린 작품으로서, 짧은 30편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견유학파 철학자 메닙포스와 디오게네스 등 많은 철학자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대왕 부자와 한니발 등의 영웅적 인물들 및 수많은 역사적, 신화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이승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의 무익함, 그리고 사람들이 숭배하는 신화와 종교적 믿음의 불합리성이 지적되고 폭로된다. 또 저승의 신적인 존재들도 종종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다. 이처럼 저승과 죽은 자들을 다룬 작품들에서는 즐거운 이야기꾼이자 풍자 작가로서의 루키아노스의 섬세한 솜씨가 한껏 드러나 있다.
마지막 작품인 「꿈, 또는 루키아노스의 생애」는 소품으로서, 루키아노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가난에 굴복하지 말고 용기 있게 교육을 선택하여, 자신의 재능을 저버리지 말라는 격려와 권고를 전한다.
서양 고전학자의 유려한 번역과 지식만화가의 클래식한 삽화
이 책은 이미 많은 저작과 번역으로 정평이 난 서양 고전학자 강대진이 희랍어 원전을 번역한 것이다. 원전에 충실한 번역과 유려한 우리말 솜씨에 힘입어, 얼마간 생소할 수도 있는 루키아노스의 작품이 한층 쉽고 친근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각 작품의 첫머리에 간략히 줄거리를 소개하고, 꼼꼼하고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서양 고전 및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을 설명해 줌으로써 독자들이 작품의 맥락을 더욱 잘 이해하고 유연하게 따라갈 수 있게 하였다. 여기에 역시 서양 고전학을 공부하고 있는 만화가 김태권이 구아슈화로 그려 낸 20여 점의 클래식한 흑백 삽화를 곁들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