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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에게

돼지들에게

[ 개정증보판 ] 이미-03이동
최영미 | 이미 | 2020년 0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6 리뷰 7건 | 판매지수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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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00g | 127*210*20mm
ISBN13 9791196714222
ISBN10 119671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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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순진의 시련

착한 여자의 역습
돼지들에게
돼지의 본질
돼지의 변신
하늘에서 내려온 여우
비극의 시작
여우와 진주의 러브스토리
앵무새들
권위란 2
최소한의 자존심
자격


2부 내 영혼의 수몰지구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
햇빛 속의 여인
서울의 방
대화 상대
알겠니?
황혼
바람 부는 날
한국영화를 위하여
Korean Air
서른아홉
세기말, 제기랄
옛날 시인

3부 축구장에서 생각한 육체와 정신

공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는다
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
남북축구대회에 나타난 반공의 딸
닮은 꼴
인생보다 진실한 게임
축구는 내게
나는 왜 수비수가 되었나
인간의 두 부류

4부 달리는 폐허 위에서

노트르담의 오르간
베르사유의 가을
ICI REPOSE 여기 쉬다
베니스의 유령
발자크의 집을 다녀와
런던의 실비아 플라스
외국어로 고백하기
지중해의 노을

5부 짐승의 시간, 인간의 시간

시대의 우울
대학시절 사진을 달라는 기자에게
산과 바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권력의 얼굴
짐승의 시간
44년 전의 오늘
이장 (移葬)
육체와 영혼에 대한 어떤 문답
눈 감고 헤엄치기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제니는 착해
자기가 얼마나 착한지도 모르게 착해
--- 「착한 여자의 역습」 중에서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한번만 달라고……
--- 「돼지들에게」 중에서

내가 완전히 잊혀진 뒤에 죽겠어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들에게
무덤에서 일어나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으니까
--- 「최소한의 자존심」 중에서

살아가려면 어딘가에 목숨을 거는 척이라도
무르팍에 쌓이는 먼지를 견디려면
--- 「알겠니? 」 중에서

이것이 진보라면 밑씻개로나 쓰겠다
아니! 더러워서 밑씻개로도 쓰지 않겠다
--- 「시대의 우울」 중에서

무덤 위에 고맙게도
파릇파릇 잔디가 돋아
어머니의 눈물을 덮어주었다
--- 「이장 移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우리가 사랑했던 영혼이
우리가 미워했던 육체를 이기리라
영혼의 수고와 아름다운 반짝임이 깃든 시집


최영미 시인의 3번째 시집『돼지들에게』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2019년 이미출판사를 설립한 최영미 시인은 신작 시집『다시 오지 않는 것들』, 영문 시선집 『The Party Was Over』를 펴낸 바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시인, 최영미는 “첫 시집이 너무 성공한 탓에 문학 외적인 풍문에 휩싸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불행한 시인이다” (최원식)

봄비처럼 섬세하면서 강철처럼 단단한 언어로 사랑과 혁명이 지나간 자리를 노래했던『서른, 잔치는 끝났다』이후 3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로 최영미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부에는 ‘여우와 진주의 러브스토리’ ‘앵무새들’ 등, 한국시에 드문 알레고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

그래도 그 탐욕스런 돼지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한번만 달라고……
_「돼지들에게」

시인은 ‘돼지’와 ‘진주’의 비유를 통해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횡포와 탐욕을 비판한다. 풍자를 시도하기는 쉽지만 성공하기는 힘들다. ‘돼지들에게’에 대한 항간의 오해와 억측은 이 시집에 담긴 시편들에 대한 상찬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시의 언어들이, 동물우화의 형식을 빌어 그려낸 세계가 그럴 듯하다는 방증이다. 70행이 넘는 장편 시 ‘돼지들에게’는 성경에 나오는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는 문구에 착안해 완성한 풍자시이며, 영어로 번역된 시가 2013년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펴내는 영문문예지 [AZALEA]에 실렸다. 2판 시집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이 “이전까지 내 시들이 경험에 주로 의지했다면, 『돼지들에게』의 1부에 실린 시들은 상상이 경험을 제압하는” 진짜 작품이다.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최영미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번 시집에도 웃고 울다 숨이 막히는, 짧게 후려치는 표현들이 읽는 묘미를 더해준다.

날마다 조금씩 자기를 파괴하면서
결코 완전히 파괴할 용기는 없었지
_「알겠니?」

최영미의 시집은 풍자로만 끝나지 않는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단단한 서정시들이 2부와 5부에, 4부에는 여행시편 그리고 3부에는 시인이 사랑하는 축구에 관한 시들이 실려 있다.

먼저 경기장에 나서지는 않지만, 때가 되면 나는
전 세계와도 맞서 싸우는 수비수가 되련다
_「인간의 두 부류」

자신은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라며 세상에 대한 투쟁 (혹은 방어) 의지를 다지는 시. 2005년에 발표했지만 마치 2018년의 미투를 예언하는 듯한 시구에서 예언자로서 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기차를 타고 폼페이를 찾아가는 자신도 달리는 폐허임을 (「지중해의 노을」) 자각하는 시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배반당하더라도 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라고 말한다 (「런던의 실비아 플라스」)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이 풍자로, 세련된 농담으로 혹은 서정으로 변주되는 다채로운 세계. 2006년 이수문학상 심사위원이던 신경림 시인은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진정성과 언어의 조탁이 돋보인다” 라고 『돼지들에게』의 수상이유를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시를 믿지 않는” (「눈 감고 헤엄치기」) 최영미 시인은 요즘 유행하는 난해의 병풍 뒤로 숨지 않는다. ‘솔직하다’ ‘도발적’이라는 형용사에 갇힌 뜨거운 언어들, 『돼지들에게』의 실험을 한국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지…2020년 독자들의 평가에 돼지와 진주의 (또는 이 시집의) 운명이 달려있다.

“이 시집에 대한 일부의 오독은 나의 운명이려니, 체념하다 미투 이후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이제는 내 시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_ 2020년「시인의 말」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시집의 시들을 읽다가 나는 자칫 원고를 떨어트릴 뻔했다.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거짓과 속임수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이 나를 전율케 한 것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치열한 정신 없이는 이와 같은 시는 불가능할 것이다.
염세적 세계관의 표출로 보이는 대목도 없지 않지만 이는 오히려 세상에 대한 깊은 사랑의 역설적 표현으로 읽힌다. 자칫 관념적 교훈적으로 될 수도 있는 알레고리적 방법이 시에 활기와 재미를 더해주는 점도 주목을 끈다. 시 한편 한편이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체험된 것이기 때문일 터이다. 남의 눈치 안 보고 할말을 다하는 용기. 이 또한 최영미 시가 가진 큰 미덕이다. 그의 시들을 읽으며 나는 시종 속이 후련했다는 점도 밝혀두어야 할 것 같다.”
- 신경림 (시인)
“최영미 시집은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며 다시 한번 시대의 양심으로서 시인의 존재이유를 구현한다.”
- 유종호 (교수, 심사위원)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세상에 폭탄선언을 하던 그가 오늘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멀리서 빛난다’고 한다. 그럴 때 그의 시편들은 형태 없는 아름다움 같고 단단한 허무 같다. 생은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라는 그의 시 속에는 비애스런 비명이 살고 있다. 참으로 육체와 영혼에 대한 어떤 문답이 서늘하게 박히지 않는 이 시대에 최영미는, 죄가 있다면 세상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아프게 토로한다.”
- 천양희 (시인)
“시에 나오는 한국의 현재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탐욕스런 돼지가 활보하고, 얍삽한 여우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고, 위선자들이 득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자신의 나라와 화해하고 민족을 받아들인다. 그 모습 그대로.”
- 김태영 (홍익대 영어과 교수)
“한 사람의 여자이며 자유로운 개인임을 주장하는 눈부신 작품들....최영미는 젊은 시절에 위험을 감수하고 체제에 저항했던 것과 똑같은 열정으로 현재 자신의 삶을 증언하는 시들을 써왔다. 그녀의 시는 억지로 만든 조형물이 아니라, 삶으로 쓴 시들이다. 우리는 최영미의 시에서 관습과 예의를 따지는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위험스런 모험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스타일은 바로 그녀의 독립성이다.”
- 제임스 킴브렐 (James Kimbrell, 시인, 플로리다 대학교수)

회원리뷰 (7건) 리뷰 총점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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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2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m | 2022.03.2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리뷰제목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일입니다.

 

레이몬드 카바를 읽고 목욕을 하고

나는 다시 나의 의자에 앉아

눈 덮인 겨울나무 가지 위에

부지런히 눈을 터는 새를 본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멀리서 빛나고

당신을 위해

나는 이 시를 억지로 완성하지 않으리 (대화 상대, 마지막 두 연, 43)

내가

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시간은

수많은 시집과 시인들의 이름 속에서

내가 너와 나눈 말들이

고스란히 차곡차곡 다른 틈 주지 않아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현학의 비단옷을 두른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시를 읽었을 때야.

그런 시인을 만났을 때야

그 찰나 말이야.

 

후보 선수인 내게 공은

어떻게든 만지고픈 무엇이었다.

공은 그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았다.

그가 보지 못한 뒤에서 날아온 공이 그를 쓰러뜨렸고

내가 기대하지 않던 친구의 도움이 나를 살렸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공이 오고가며 게임이 완성

된다. (공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는다 중에서 65)

다행이네

널 쓰러뜨린 공이 아니어서.

 

월드컵 골 모음 비디오를 보고 나는 알았다

같은 골은 하나도 없다

비슷하지만 다른 인생을 다루는

진짜 작가라면 같은 문장을 두 번 쓰지 않는다(닮은 꼴. 69)

그랬구나

그래서 네게서는

지루함이 없었던 거야

 

늘 틀면

중계되는 축구경기였건만

늘 지루하지 않아

보는 축구처럼 말이야

 

국민학교 피구선수였던 나는, 상대를 정확히 맞춰 때리는 재주가 없음을 일찍이 간파하고 용감한 수비수가 되었다.

 

그러나 운동장 밖에는 더 큰 세상이 있어, 치명적인 공이 바로 내 앞에 떨어지기까지 누가 적이고 누가 진짜 친구인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왜 수비수가 되었나 중에서, 72)

네가 하는 피구경기를

누군가는 한 조각의 진실이 살아 움직이는 아름다움으로 감격하고, 너의 플레이는 발랄한 총천연색 사진처럼 앨범 속에 넣어두고, 생생한 풍경처럼, 마약처럼 고통을 이겨내게 한다.

넌 영원한 수비수야. 넌 영원한 우리들의 주전이야.

 

밖에서 더 잘 보이게 만들어진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눈을 감고 헤엄치는 나의 언어들은-

요리사 마음대로 요리하기 쉬운, 도마 위에 오는 생선

솜씨 없이 무딘 칼에도 무방비일지언정

내 시에 향수와 방부제를 뿌리지는 않겠다.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시를 나는 믿지 않는다. (눈 감고 헤엄치기 중에서, 106)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다.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를 읽으면서 돼지는 누구며, 진주는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시인의 궤적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그가 한 마리의 돼지와 하나의 진주알만 생각하고 시를 썼다면 시에 공감을 하지 않았을 것을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자주 가는 무주의 한 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는 형님 내외의 농장을 보면 돼지는 한 마리씩 키우지 않습니다. 농가의 구조가 바뀐 지 오래되어 집마다 한두 마리씩 키우던 돼지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농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명을 씌울 만큼 그 돼지들은 사납지 않지요. 나는 무주의 형님에게 늘 권합니다. 가진 농장의 땅도 넓은데, 돼지를 방목해보는 게 어떠냐고.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만약 돼지가 욕심의 대명사라면 돼지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욕망이 돼지에게 덧 씐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농장엔 돼지들이 밀집되어 있고 6개월을 채워 순서대로 농장을 떠납니다. 그 옆 넓은 농장엔 사과 묘목이 최근 다시 심어졌습니다. 틈이라곤 없는 농장에서 형님 내외는 사시사철 아침저녁 끊임없이 일만 하십니다. 다행인 것은 돼지의 두 수는 늘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돼지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수많은 진주를 꿰어 자기 목에 걸어달라고 하는 돼지들의 아우성이 넘치고, 돼지가 여우가 된다 해도 그 시작은 사람의 욕망에서 시작한 것이어서 사람이 끝을 내야 할 것이지 돼지와 여우에게 기댈 일은 아닙니다. 돼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득한 한 시인은 영원한 수비수로서 둥그런 아픔을 가슴으로 껴안으며 살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조그만 손이라도 포개고, 마음 한 구석으로 응원을 하면서 시인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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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m | 2022.03.2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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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일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영혼이

우리가 미워했던 육체를 이기리라(쪽 표시 없는 9)

우리가 사랑했던 육체는

우리가 미워했던 영혼을 고치지 못한다.

 

누가 누구를 정리했다고? 지금 뒤에서 수근대는, 앞에서 염탐하는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끝나지 않았어. 이건 리허설이야.(착한 여자의 역습, 마지막 연. 13)

모든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속성이 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이야. 인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물질로 이뤄진 네가 없어질 때까지.... 아니 네가 없어진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다. 너 모르지? 모르니 그딴 얘기하는 거야. 모든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어쩌고 저쩌고 말이야.

 

나는 피 흘리며 싸웠다.

띠로 싸우고 때로 타협했다

두 개를 달라면 하나만 주고

속인 빈 가짜 진주목걸이로 그를 속였다.

그래도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다.(돼지들에게 중. 18)

진주를 달라는 돼지들은 말한다.

이건 네가 준 적이 있어서야. 왜 난 안 돼 

돼지를 죽이지도 않고, 진주를 주지도 않고,

타협 않고, 지치지도 않고

그렇게 살려면

어떡해야 하지 

 

그는 자신이 돼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훌륭한 양의 모범이라고 믿고 있다

신분이 높고 고상한 돼지일수록 이런 착각을 잘한다

(돼지의 본질 첫 연. 19)

그래

그렇지

돼지는 돼지일 뿐이라는

그 단순함만 알면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몰라

늘고 병든 몸에

새록새록 돋아나는

그 힘 말이야.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돼지의 변신, 첫 연, 20)

여우는 원래 돼지였대.

그래 

그래!

나도 언젠가부터 그렇게 느꼈어

슬퍼하지 마.

네가 있었다는 걸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네 고민이 줄어들었을까 

위로가 되었을까 

그래서 미안해.

 

겸손한 문체로 익명의 다수를 향해 다정한 편지를

띄우지만

당신처럼 오만한 인간을 나는 알지 못하지

당신보다 차가운 심장을 나는 보지 못했어

 

계산된 따뜻에 농락당했던 바보가 탄식한다

늦었지만

순진을 벗게 해 줘서 고마워

선생님. (하늘에서 내려온 여우 중, 마지막 두 연, 23)

공군 초임 파일럿은

최초의 다섯 번 전투 임무를 마치기 전에

반 이상이 죽었대.

육군 초임 소위도

참전 후 거의 최초 전투에서 많이 죽는대.

파일럿도 소위도 아닌데

훈련받지도 않았는데

살아냈어.

그게 너무

고마워.

 

지금은 아니야.

나는 내가 완전히 잊혀진 뒤에 죽겠어.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들에게

무덤에서 일어나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으니까. (최소한의 자존심, 31)

그래, 그러면 좋겠어.

이렇게 살아 있는 네 앞에서

웃으면 좋겠어.

네가 누운 무덤에서 나 혼자

눈물 흘리며 뒤늦은 위로하긴

정말

싫어.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좀도둑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고

살인자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어 (자격, 마지막 두 연, 32)

자격 없는 자들은 그 입 다물라!

그랬으면 벌써

정말 벌써

세상은 조용했을 거야.

그렇게 조용한 세상은

무덤 속일 거야.

제사장들만 신나서 춤추는 공동묘지.

아직

죽지 않았어

그것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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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가 아니다 내용 평점1점   편집/디자인 평점1점 p*****s | 2021.05.01 | 추천0 | 댓글1 리뷰제목
이게 시가 아니라는건 누구보다 시인 자신이 잘 알거다. 선운사와 속초에서를 쓴 시인의 수준이라면.시인은 더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한다. 독자들이 다 돼지들로 보이는가. 시가 안되면 차라리 절필하는게 맞다. 시의 이름으로 개인의 증오를 퍼날라서 어쩌겠다는건가.이런 잡글 나부랑이에 문학상까지 안긴 유종호도 많이 반성해야 한다. 아무리 시와 시인이 씨마른 세상이라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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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시가 아니라는건 누구보다 시인 자신이 잘 알거다. 선운사와 속초에서를 쓴 시인의 수준이라면.

시인은 더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한다. 독자들이 다 돼지들로 보이는가. 시가 안되면 차라리 절필하는게 맞다. 시의 이름으로 개인의 증오를 퍼날라서 어쩌겠다는건가.

이런 잡글 나부랑이에 문학상까지 안긴 유종호도 많이 반성해야 한다. 아무리 시와 시인이 씨마른 세상이라도,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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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기전인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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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w***n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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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한방이 있다. 힙하고 핫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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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s*******y |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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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 주고픈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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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j**********4 |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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