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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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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88g | 148*210*20mm
ISBN13 9788971849651
ISBN10 8971849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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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운 없는 늙은이
노인은 멕시코 만류에 조각배를 띄우고 홀로 고기잡이를 하며 살았다. 그런데 오늘로 벌써 팔십사 일째 물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사십 일까지는 한 소년이 노인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 하지만 사십 일이 지나도록 물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을 ‘살라오’라고 부르며 소년을 다른 배로 보내 버렸다. 살라오란 지독히도 운이 없다는 뜻이다.
……
노인의 모든 것에는 오랜 세월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달랐다. 바다와 같이 짙은 푸른색을 띤 두 눈은 절대 꺾이지 않는 의지와 활기로 빛나고 있었다.

팔십육 일 만에 선물을 받다
그때 줄을 가볍게 스치는 느낌이 전해졌다. 노인은 마음이 놓였다.
“잠시 주변을 한 바퀴 돌았을 뿐이야. 결국은 먹겠지.”
다시 가볍게 당기는 느낌이 들자 노인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힘찬 움직임이 전달되면서 낚싯줄을 통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물고기의 무게가 심상치 않았다. 노인은 줄을 계속 밑으로 풀어 주었다. 조금씩 풀려 나가는 줄은 예비 줄 두 개 중 하나가 다 풀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줄이 손가락 사이를 지나 계속 풀려 나가는 동안 아무런 힘도 주지 않았지만, 노인은 손끝에서 엄청난 무게를 느꼈다.
“굉장한 놈이로군! 미끼를 물고 열심히 도망치고 있어.”

거대한 물고기와의 사투
‘다시 해 보는 거야.’
이제 더 이상 두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눈이 가물가물해서 잘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노인은 한 번 더 시도해 봤지만 역시 똑같았다. 그래도 다시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노인은 자신의 모든 고통과 마지막으로 남은 힘, 그리고 오래 전에 잊어버린 자부심을 모두 합해서, 물고기에게 고통을 안기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순간 물고기가 그에게 끌려와 배 옆을 천천히 헤엄치며 지나갔다. 주둥이가 뱃전을 거의 스칠 듯 가까운 거리였다. 은빛 자태와 보라색 무늬를 뽐내며 천천히 노인 곁을 지나가는 물고기는 끝이 없을 정도로 길고 넓고 거대해 보였다. -109~110쪽에서
파멸할 순 있어도 패배하진 않는다
그는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군. 내가 저 물고기를 낚지도 않았고 집에서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라고 태어난 게 아니야.”
노인이 말했다.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아.”
노인은 소래 내어 말하다가 자기가 죽인 물고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이지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아.’
하지만 한밤중에 노인은 또 싸워야만 했다. 이번에는 싸워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어는 떼를 지어 몰려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물 위로 솟은 지느러미와 물고기를 물어뜯으려고 달려들 때 번쩍이는 인광뿐이었다. 노인은 상어 주둥이가 물고기를 물어뜯는 소리를 들으며 몽둥이로 상어의 머리를 내리쳤다. 상어가 배 밑에서 물고기를 덮칠 때는 배가 요동을 쳤다. 노인은 그저 육감에만 의존해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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