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선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괴물입니다. 독재와 불의한 정권에 맞서 항거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바쳐야 합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는 자신의 몸을 바쳐 우리에게 ‘김근태 정신’을 남겼습니다. 그렇습니다! ‘김근태 정신’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평등을 이룩하는 일입니다. 선후배 동지들과 마음을 모아 김근태를 기억하는 이 아름다운 책이 많은 사람들 손에 건네지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함세웅(신부)
《짐승의 시간》은 영화 〈남영동 1985〉를 찍으며 체험했던 감성을 고스란히 일깨운다. 콘크리트 사각의 밀실에서, 반복되는 고문과 구타, 비명과 눈물을 끝없이 거듭하다가 마침내 그들은 짐승의 시간에 이른다.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는 물론이고, 벌거벗은 채 탈진한 피해자마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꺼이꺼이, 헉헉 가쁜 숨 몰아쉬는 짐승일 뿐이다. ‘내가 누구인가?’ ‘왜 여기 있는가?’ 따위의 질문이 머무를 자리가 없다. 슬픔, 아픔, 분노마저도 사치한 감정들이다. 그저 허기진 짐승일 뿐이다.
정지영(영화감독)
고문을 하는 자들에게도 군에 간 자식이 있고, 시험에 시달리는 딸아이가 있다. 이 평범한 사람들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악마가 되어 버린다.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가를 잡던 일제의 주구들처럼 차마 헤아릴 수 없는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이다. 부당한 권력은 그늘진 곳에서 의인을 유린한다. 뼈가 저리고 살이 깎이는 육체를 시험하며 사람을 침몰시킨다. 비틀린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진 김근태는 벼락을 맞다 다 타 버린 고목처럼 내상을 입고 저들의 폭력 앞에서 가라앉고 있었는지 모른다. 《짐승의 시간》은 짐승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유를 찾는 ‘사람의 길’을 그려 냈다. 고통을 고스란히 재현해 내는 2년 여의 시간은 심난했을 터이다. 강단진 박건웅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이다.
이희재(만화가)
부정 선거, 간첩 조작, 민간인 사찰이 자행되고 있다. ‘고문 빼 놓고 다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처절하게 파괴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시대에 그래도 고문이 부활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김근태 덕이다. 이 만화를 볼 독자들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다 김근태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손이 참 부드럽고 따뜻했던 김근태는 딸 결혼식 날 딸내미 손 한 번 잡아 주지 못하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가 김근태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마음 한구석, 지친 김근태가 쉴 자리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김근태는 1980년 광주를 겪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맏형이고 큰오빠였다. 세월호 세대들이여,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부대끼는 밤, 떨리는 가슴으로 근태 형을 만나다오.
한홍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