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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첫 번째 아내

아담의 첫 번째 아내

신승철 | 삼인 | 2020년 0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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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94g | 148*210*17mm
ISBN13 9788964361733
ISBN10 896436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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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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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은 국모의 길을 포기하였습니다. 아니, 국모의 길을 포기하게 만들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꾀꼬리만도 못한 굴종의 여인의 길로 소인을 떠민 것은 간신배들이요, 왕세자요, 중궁마마시요, 주상전하이십니다. 하여 소인은 국모도 아니요, 여인의 길도 아닌 길을 불 밝히며 걸어야 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여종 소쌍에게서 그 길을 찾고자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소쌍이 권 승휘의 사비 단지와 가까이 지내는 것에 염려가 있었습니다. 소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소상하게 권 승휘에게 알려지고 있었으니 그런 의심을 품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소쌍은 소인에게 고했습니다.
“순빈마마, 소인이 단지를 가까이하는 것은 달리 이유가 있습니다.”
“무, 무슨 말이냐?”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소인이 단지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으면 소상하게 알려드리겠사오니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소인을 믿으셔야 하옵니다.”
소인은 소쌍을 믿었습니다. 소인이 지쳐 눈물을 흘릴 때 제 곁에 있었던 사람은 소쌍이었습니다. 소인이 몸이 아파 서러울 때 늘 곁에 있었던 사람은 소쌍이었습니다. 소인이 암연으로 인해 바닥으로 가라앉아 절망할 때 제 곁에 있었던 사람은 주상전하도, 중궁마마도, 세자마마도 아니라 몸종 소쌍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비록 너를 매우 사랑하나, 너는 그다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라고 소인이 소쌍에게 말했다고 하셨습니까?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소인은 소쌍에게 말했습니다.
“늘 곁에 있어주니 고맙구나. 네가 멀리 있는 내 부모 형제보다 낫구나. 그 정인을 잊지 않으마.”
소인이 그렇게 말하자 소쌍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측은지심이었던 것입니다.
‘빈께서 나를 사랑하기를 보통보다 매우 다르게 하므로, 나는 매우 무섭다.’라고, 소쌍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고요? 모함입니다. 소쌍은 말했습니다.
“순빈마마는 강하십니다. 마마께서는 상심이 크시면서도 저 같은 아랫것들에게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시니 보통 사람과는 매우 다르십니다. 아프면서도 참으시는 것이 측은하여 어느 때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소쌍이 또 권 승휘의 사비 단지와 서로 좋아하여 혹시 함께 자기도 하였는데, 봉 씨가 사비 석가이를 시켜 항상 그 뒤를 따라다니게 하여 단지와 함께 놀지 못하게 하였다.’고 하셨습니까? 도대체 어떤 자가 그 같은 사악한 말을 아뢰어 상감마마의 성정을 흐린답니까?
사비 석가이는 소인에게 말하기를 소쌍이 의심스러워 뒤를 밟고자 한다고 고했으나 소인은 단호히 말렸습니다. 사실 석가이가 소쌍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오래전에 알고 있었으나 소쌍을 믿었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소인으로서는 석가이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소상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진실은 이러하옵니다.
--- 「아담의 첫 번째 아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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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욕을 제일 걸게 하는 형사가 있다. 뱉는 말들이 다 욕의 사전이다. 그런 형사가 수사하고 있는 연쇄 살인사건이 참 묘하다. 홍대 앞에 있는 한 카페 여주인이 창작모임을 만들어 『거짓말쟁이들의 추리』라는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한다. 원고는 회원들까지도 서로 누군지 궁금해하며 릴레이로 나누어서 쓰는데, 여기에 참여한 사람 15명 중 네 명이 살해당했다. 게다가 사건은 계속 진행 중이며 오리무중이다. 이들이 써나가는 소설의 내용 또한 묘하다. 세종대왕 시절에 왕세자빈이 두 번에 걸쳐 폐출당했다. 첫 번째는 휘빈 김 씨고, 두 번째는 순빈 봉 씨다. 연재소설은 순빈 봉 씨의 입장에서 세종대왕이 남긴 말과 글에 해명하거나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두 축으로 흘러가는데, 어느 쪽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긴장과 재미가 있다. 결말의 반전도 기막히다. 2020년 벽두, 추리소설의 반불모지와 같은 한국 문학판에 아주 멋진 소설 한 편이 우리에게 던져졌다.
- 이순원 (소설가)
신승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아담의 첫 번째 아내』는 두 가지 차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첫 번째 차원은 ‘아담의 첫 번째 아내 릴리스-순빈 봉 씨-박지연’으로 이어지는 등장인물의 축이고, 두 번째 차원은 작품 속의 소설 『거짓말쟁이들의 추리』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드는 플롯의 축이다. 이 두 축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독자의 서사적 욕망을 자극한다. 이때 독자는 문화적 유전자 밈Meme이 소설의 서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 꿈틀거리면서 역사적 진화를 거듭해 나가는지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역사소설’인가? ‘추리소설’인가? ‘페미니즘소설’인가? 아니다. 『아담의 첫 번째 아내』는 이 셋을 하나로 엮어낸 ‘역사 페미니즘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독자는 아마도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서사적 내용의 충격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이봉일 (문학평론가, 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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