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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세계

다시, 쓰는, 세계

: 페미니즘이 만든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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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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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70g | 135*210*20mm
ISBN13 9791190422253
ISBN10 119042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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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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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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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는 결국 대한민국 국군에 의해 강제전역 당했고, 숙명여대에 입학한 트랜스젠더 여성은 한국사회의 트랜스젠더 혐오 때문에 등록을 포기했다. 이 사태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페미니즘은 한 사회에서 누가 주변으로 내몰리고 소수자가 되는가에 대해 사유하고 그 소수와 함께 확장해왔다. 그런 페미니즘을 자기 입맛에 맞게 편집하고 그 이름을 빌미로 차별을 실천하는 이들 앞에서 퇴보로서의 ‘다시’를 곱씹지 않을 수 없다.
--- p.8~9

괴물은 침묵을 먹고 자란다. 그러므로 이제 남성들의 차례다. “소라넷은 소수만의 문제이며, 남성 전체의 문제라고 말하는 건 일반화의 오류일 뿐이다”라고 물러나 있을 것이 아니라 괴물을 키우는 ‘침묵과 암묵적 동조’라는 일상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 지겹도록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를 함께 끝내자.
--- p.22

대중문화가 지친 남자들을 위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 위로를 다른 이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제공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해서 형성되는 것은 ‘여성혐오가 팔리는 시장’일 뿐이다.
--- p.33

변화를 갈망하면서 싸움을 시작한 여성들 앞에서 시간은 누구와 함께 흐를 것인가? 남자만이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슬립물의 유행은 역사의 주체로서 남성이 아닌, 역사를 만들어가지 못하는 남성의 퇴행을 보여주는 징후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성장하지 않으면서 군림하려는 자들의 서사는 끝날 때가 되었다.
--- p.52

당신이 싸워야 할 대상은 떨어지지도 않을 ‘콩고물’에 대한 판타지를 주입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축적해가는 기득권 남성들이자 그 남성들에게 힘을 주는 가부장제라는 구조다. 남성 페미니스트는 가능하다. 아니, 그건 이 망가진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정체성이다.
--- p.71~72

트랜스젠더 여군의 탄생은 근대 국민국가 만들기를 통해 형성된 남성성과 여성성의 신화를 무너뜨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의 발전과 함께 A 하사의 싸움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성평등’이란 ‘다양한 성평등’으로 함께 온다.
--- p.125

이화여대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 중에 ‘투쟁가’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떼창’한 것은 그래서 자못 의미심장하다. 그야말로 그들은 세계를 다시 만나고 있다. 그렇게 다시 만나는 세계는 이전과 같은 세계일 수 없다.
--- p.146

“뿌리내리면서 이동하기rooting and shifting”. 이는 ‘나’의 문제를 기반으로 ‘너’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능해진다. 이는 또한 나를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스로를 드러낸 타자와 대면해야 한다는 점에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 p.173

청소년 참정권이라는 혁명이 하나의 결실을 맺을 때, 우리는 또 한 번 민주주의가 힘겹게 스스로의 경계를 밀어내고 조금 더 커진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확장된 민주주의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비청소년들에게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리라 믿는다.
--- p.181~182

여전히 우리는 각자의 맥락에서 각자의 ‘노예의 조건’을 산다. 그러나 우리의 발버둥이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때조차 제자리걸음 중인 것은 아니다.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함께 버텨야 한다. 버텨서 더 많은 목소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밀어낸 어떤 한계가 세상을 또 조금 바꾸어놓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 p.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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