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둔다’는 표현은 세대별로 다르다.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퇴사’란 용어 자체가 낯설다. ‘퇴직’이란 말이 고작이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한 우물을 파는 것을 직장생활의 미덕으로 여겼다. X세대는 첫 직장에 입사해 평균 2회 이상 이직한다. 반면 MZ세대는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이 경력개발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경력지체라고 생각한다. (…)
MZ세대가 툭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일의 원초적 의미에 대한 열정이 강해서다. 이들은 의미와 재미가 동시에 만족되거나, 적어도 어느 하나라도 확실히 만족해야 일을 지속할 수 있다. 경제적 안정성이 확실해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거나 아니면 일 자체가 본인에게 행복을 주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전자는 9급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후자는 스타트업에 나선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고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건만, 왜 당신 옆자리의 밀레니얼 직원은 능력을 100% 발휘하지 않을까? 왜 오히려 적당히 대충하는 것을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요령으로 생각할까(혹은 그렇게 보일까)?
--- p.23~24, 「더 높이 vs. 더 오래 vs. 더 빨리」중에서
한 경영학과 교수가 세미나에서 ‘당신이 이 경우라면 포상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마침 좌중엔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 MZ세대가 고루 자리했다. 우연찮게도 답이 세대별로 갈렸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주저 없이 회식을 골랐고, X세대는 똑같이 나누는 것을 가장 많이 택했다. MZ세대는 공헌한 비율에 따라 차등을 두고 나눠야 한다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포상금을 받은 대학생 팀은 밀레니얼 방식대로 배분했다고 한다.
공정성 인식에 대한 세대 차이는 스포츠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후 4강에 진출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축구협회가 포상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했다. 주전 선수들은 자신의 공을 주장하기보다 동일한 포상금 지급을 주장했다. 경기에 출전했든 안 했든 모두 똑같이 훈련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포상금도 동일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때 국가대표 선수팀의 주축은 이영표, 김병지 등 X세대였다. 당시 주전, 비주전 구분 없이 3억 원씩 공평하게 분배했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이 올림픽 축구 역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땄을 때 선수들의 포상금 분배는 10년 전과 전혀 달랐다. 이 팀의 주전 선수는 기성용, 박주영 등 밀레니얼 세대였다. 활약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해 7,000~4,000만 원으로 차등 분배했다.
--- p.30~31, 「대의명분 vs. 균등 vs. 형평성」중에서
X세대는 고도 성장기에 자라 민주화 시대 이후에 대학을 다녔고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직격으로 맞은 세대다. 특별히 정치적 억압을 겪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시련이 많았다. 극심한 수험지옥을 뚫고 대학에 들어갔더니 졸업 땐 외환위기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었다. 취업이 힘들어 대학원 진학, 유학을 결정한 이들도 많았다. 1997년 IMF 사태로 취업난을 겪고 어렵게 취업했더니,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자신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아픔을 겪었다.
회사에 헌신해봐야 헌신짝이 된다는 걸 실감한 이들은 실력을 쌓는 것만이 위기 돌파,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성실한 직장인’을 지향했다면 이들은 ‘탁월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 몸값 높이기에 열중했다. 똥값과 금값을 가르는 것은 결국 실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이들은 회사 내에서 빠르면 임원, 보통은 중간관리자에 해당한다. 드센 베이비부머 상사와 개성 강한 밀레니얼 구성원 사이에서 치이고 까이며 마음고생이 크다. 권리와 혜택은 배제당하고 책임과 의무는 모두 짊어져야 하는 이중고 속에, 위에서 떨어지는 일과 밑에서 미루는 일이 다 모이는 ‘일의 집적소’가 되었다.
--- p.41~42, 「선공후사 vs. 각자도생 vs. 유아독존」중에서
H팀장은 MZ세대 직원들이 대화를 먼저 청하는 상사다. 그의 비결은 후배세대의 관심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고, 또 물어보는 것이다. H팀장의 팀에 매번 작은 일에도 툴툴거리는 직원이 있었다. 그가 취한 방법은 직원의 취미를 파악한 것이었다. 알고 보니 반려견 기르기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강아지 예방접종 시기를 비롯해 관련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강아지 이름을 기억해 생각 날 때마다 안부를 물어보고, 반려견 정보를 공유하곤 했다.
6개월이 지나고 어떻게 됐을까? 팀원이 먼저 입을 열더란다. 일단 말문을 여는 게 필요하다. 직원 단톡방, 밴드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연근무제 등으로 근무 시간이 엇갈려 서로 만나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에 특히 유용하다. S병원 Y팀장은 “단체 SNS라고 해서 일 이야기만 하면 삭막하다. 오늘 먹고 싶은 소울푸드 혹은 반려동물 자랑거리 공유 등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올리고 댓글을 다니 관계가 더 따뜻해지더라.”고 말한다. (…)
충고나 조언을 하지 말고 차라리 정보를 청하라. 요즘 뜨는 곳, 영화, 트렌드 등 이들이 잘 알 만한 것, 흥미로워할 것에 대해 정보를 요청해보라. “요즘 재미있는 것 뭐가 있나?”, “요즘은 무슨 치킨이 맛있나?” 하는 식으로 트렌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 p.70~71, 「우리가 남이가? vs. 남일까? vs. 남이다!」중에서
밀레니얼 직원에게 회식이 퇴사 사유가 될 지경이니, 이쯤에서 회식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혹자는 아예 회식을 없애자는 폐지론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밀레니얼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횟수’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다. 진정한 소통과 협업을 위한 회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가성비 높은 회식을 하자. 요체는 시간 절약이다. 시작시간뿐 아니라 종료시간도 정하고 로스 타임을 줄인다. 직원들이 회식을 피곤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늘어지는 진행이다. H대표의 회식 노하우는 철저한 시간 절약이다. (…)
둘째, 회식의 목적을 분명히 하자. 밀레니얼 직원들도 상사로부터 듣고 싶은 정보가 있다. 친목용인지, 정보 공유용인지 목적을 분명히 밝히는 게 도움이 된다. 또 되도록 업무시간 내에 회식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 MZ세대가 중시하는 것은 ‘시간’이다. 풍성한 메뉴보다 업무시간 내에 끝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점심시간, 오후 티타임을 활용할수록 회식 만족도는 높아진다. 상사에게 깨지고 와서 팀원들에게 푸는 싸한 회식 자리는 절대 금물이다. 리더가 내색하지 않아도 절로 표가 나게 돼 있다.
--- p.190~191, 「‘푸드 코트’에서 ‘카페 소사이어티’로」중에서
기성세대가 혼밥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것은 알고 보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다. ‘혼자 밥을 먹는 게 리더십 부족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예전에 ‘식사 당번’이라 해서 상사의 약속이 펑크 나면 상사를 위한 밥상 대기 순번을 정한 것도 그와 연관 있다. 이제부터 고독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즐겨보자. 혼밥을 즐길 줄 알아야 떼밥도 즐길 수 있다.
혼밥은 꼰대가 아닌 어른으로 자립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리더들은 권력과 직위에 적응되면 후배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러면 점점 고독과 고립을 견딜 힘이 약해진다. 대우를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성이 약해지는 것이다. 혼자 밥을 먹으며 생각을 곱씹고 되돌아보며 고독에 대한 내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 후배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좋은 리더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자생력, 자립력 모두 확보돼야 어디에 가도 꿀리지 않는다.
--- p.211~212, 「혼밥 vs. 떼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