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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80g | 128*188*17mm
ISBN13 9788952756428
ISBN10 8952756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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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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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번쯤은 베스트셀러를 터트려 보고 싶다. 새로운 책이 출간될 때마다 나는 그런 욕망을 남몰래 품는다.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 같다거나, 열심히 달린 것 같은데 실은 제자리였다는 낙담이 밀려들 때도. 속물처럼 보일까 봐 혼자서 그런 상상을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뭐가 좋은지조차 잘 모르면서 망상에 빠진다.
--- p.28

매일 오전, 나는 책상 위의 이 작은 세계로부터 아주 멀리 떠났다가 해가 저물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은 모를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내 머릿속을 떠도는 온갖 불온한 생각과 터무니없는 상상에 대해서.
--- p.35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만이 미래의 내게 새로운 기회를 안겨주리라는 단순한 계산. 더하고 곱할 것도 없는 정직한 결론.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내일이란 딱 이 정도일 것이다.
--- p.46

냉장고 앞에서 눈물범벅이 되어 화를 내는 나를 두고 남편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오해라고, 가사 분담에 더 신경 쓰겠다며 사과도 했다. 그는 내가 평일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할 때마다 매번 만류하던 사람이다. 괜한 체력 낭비 말고 글만 쓰라고 권유했다. 그럼에도 미웠다. 동거인이 아닌 아내의 위치에 선 이후 찾아온 정체 모를 압박감에 대해, 나의 곤궁함을 가사 노동으로 만회해 보려는 구차함과 오기에 대해 남편은 이해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이 혼란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데.
--- pp.73-74

지인 중 한 사람은 ‘중도에 포기할 바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주의다. 시작은 잘하는 내 입장에선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정조차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긴 틀린 말도 아니다. 좋은 경험이었어, 라고 웃으며 수습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바쁘게 움직인다. 우리의 외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시도라면 더더욱 냉정하다. 결국은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완벽한 시작을 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완벽한 타이밍이란 대체 언제인 것일까. 무엇보다 완벽하게 준비된 내가 가능하긴 한 것일까. 나는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 pp.81-82

때로 타인의 어느 한 시절은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조언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우리는 서로의 답이 되어줄 수 있을까.
--- p.88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좋아하려면 얼마간의 거리를 확보해야 했다. 글이 내 인생의 하나뿐인 목표가 되지 않도록, 존재 증명의 유일한 수단이 되지 않도록. 쓰는 생활 바깥에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 p.107

세상에는 각자의 ‘이 정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에게서 풍기던 태연한 말투와 태도를 떠올리면 왠지 안심이 된다. 아마도 내가 발견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무엇, 하지만 간절히 찾길 바랐을지도 모를 그 무엇을 저들에게서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신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게 아니라 행동이 확신을 불러오며, 끝내는 그 확신이 설득력을 가지리라는 믿음.
--- p.113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조직 바깥으로 나왔다고 해서 당장 외톨이가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과 함께 일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됐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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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글은 일단 쓰면 되고 책은 그냥 내면 된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방법과 좋은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글쎄요, 어쩌죠?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할 말이 생겼다. 송은정처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나는 송은정이 쓴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다. 이 사람은 내가 아는 글 쓰는 사람들 중 가장 성실한 사람 중의 하나다. 성실하게 글을 쓰고, 성실하게 미래를 도모하고, 성실하게 작가로서 자신의 이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심지어 게으른 자신을 자책하는 것까지도 성실하다. 그렇게 성실한 날들과 성실하게 게으른 날들이 모여서 그는 이렇게 재미있고, 뭉클하고, 심지어 유익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책에 밑줄을 긋고 또 그으면서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동료의 반짝임에 내가 괜히 으쓱’해지는 순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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