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3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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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6쪽 | 544g | 137*197*33mm |
ISBN13 | 9788934993216 |
ISBN10 | 8934993219 |
발행일 | 2020년 03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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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6쪽 | 544g | 137*197*33mm |
ISBN13 | 9788934993216 |
ISBN10 | 8934993219 |
MD 한마디
미야베 미유키 30년 작가 생활의 집대성. 책은 에도시대 가상의 작은 번(藩)을 배경으로, 정신 착란을 보이는 번주와 그를 지키려는 이들의 진심 어린 충정과 사랑, 숨은 과거의 이야기를 그린다. 밀도 있는 미스터리 속에 끝내 찾아올 봄의 따뜻함까지 담아낸 시대소설 - 소설MD 박형욱
·1장 연금(押?) ·2장 수인(囚人) ·3장 망령(亡?) ·4장 주박(呪縛) ·5장 암운(暗雲) ·6장 인과(因果) |
일 년에 사계절을 다 맞이하면서 느끼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게 갑자기 행운처럼 축복처럼 여겨진다. 어느 한 계절이라도 모르고 또는 안 겪고 살았더라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러니 기후 변화의 위협이 아무리 거세지더라도 이 좋은 사계절만큼은 기어코 지켜내는 세상에서 살 수 있어야 할 텐데.
소설 제목에 봄이 있다. 그렇다면 소설의 마지막에는 봄을 맞이한다는 뜻이겠지? 두 권 중 상권을 읽으면서 이 무슨 칙칙하기 그지없는 봄인가 싶었는데, 소설 속 날들은 춥지 않았으나 분위기만큼은 끝없이 막막하고 스산하기만 했는데, 언젠가 봄이 오기는 할 것이라는 게 아니겠는가. 세상에 봄이 없다면, 아, 그건 참 절망스러울 것 같다. 어떤 비유로도 살아 남아야 할, 그 자체로 희망인 봄. 우리가 봄을 지켜야 하는 건지, 봄이 우리를 지켜주는 건지 가끔 헷갈리는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1700년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며 읽으면 되겠지만, 무척 실감나게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그런 곳이 있었고, 그런 사람이 있었고,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시대적인 배경과 기이한 사건들만 다소 낯선 느낌을 전할 뿐 사람들 간의 관계나 갈등이나 유대감은 지금의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다른 점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니 이토록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것일 테지. 작가가 그려 내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찌나 생생한지 영상 화면으로 보는 듯할 때가 종종 있다.
1권에서는 모든 사건이 펼쳐진 채로 널려 있기만 하다. 번의 우두머리였던 번주는 병을 얻었다는 이유로 별저에 연금이 되었고, 번주를 치료하려고 사정을 살피다 보니 죽은 사람들의 사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있었던 모양인데, 누가 왜 그들을 죽였을까? 이 모든 기괴한 일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해결이 될지 2권의 내용이 많이 궁금해진다.
책은 두껍지만 읽는 부담은 전혀 없었다는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쯤 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장편소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세계는 크게 <모방범>, <화차>, <솔로몬의 위증> 같은 현대물과 <외딴 집>, <흑백>, <안주> 같은 시대물로 나뉘는데, <세상의 봄>은 후자에 속한다.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친숙한 현대물이 아닌 게 의아했는데, 죽기 전까지 에도 시대가 배경인 괴담으로 '백물어(百物語)'를 완성하고 싶다는 작가의 계획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수긍할 수 있었다.
1710년 5월의 늦은 밤 세 살의 남자 아이를 안은 여자가 가가미 다키의 집을 찾아온다. 아이는 수석 요닌 이토 주로베에 나리타카의 아들이라고 여자는 말한다. 어떤 연관이 있어 이토가 수석 요닌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할복을 하면서 아들 이치노스케를 이 집으로 보내 도움을 청한 것인지 다키도 다키의 아버지 가즈에몬도 알지 못한다. 하룻밤을 재워 주고 절로 보낸다. 그 후 들려오는 소식. 6대 번주 시게오키는 중병으로 은거를 하고 7대 번주로 사촌 기타미 나오마사가 올랐다. 이 일의 충격 때문이었을까? 평소 지병이 있었던 다키의 아버지 가즈에몬이 죽는다. 상을 마치자마자 다키의 외가 사촌 동생 다지마 한주로가 다키를 어디론가 데려 간다. 다키가 한주로와 함께 온 곳은 번주의 별장인 고코인이다. 6대 번주 시게오키가 유폐되어 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시게오키가 이곳에 갇혀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다키를 놀라게 하는 것은 죽은 줄 알았던 이토가 다 죽은 꼴이라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이토, 곧 쿠리에 신쿠로가 다키의 사촌 오빠라는 것이다. 다키의 엄마 사에는 여덟 살에 다지마 가에 입양되었고 신쿠로의 엄마 야에는 사에의 언니다. 이즈치 촌의 촌장 일족이었던 야에는 일족의 계승자로 미타마쿠리를 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타마쿠리는 영을 불러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술이다. 신쿠로는 6대 번주 시게오키가 정신착란이 아니라 사령이 깃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즈치 촌은 5대 번주 시게오키의 아버지 시절에 몰살되었고 그 일로 사령이 시게오키에게 붙은 것이라 신쿠로는 믿고 있다. 이즈치 족의 일족인 다키가 미타마쿠리를 배워 시게오키의 사령을 떠나게 하려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시게오키를 만난 다키는 시게오키의 아이의 모습인 고토네는 신쿠로가 말한 몰살되었던 이즈치 촌의 아이가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낸다. 시게오키의 주치의 시로타 노보루는 사령을 믿지 않았고 다키가 알아낸 것을 토대로 치료를 하려 한다. 신쿠로의 협조도 요구하는데 신쿠로는 협조하기로 하고서는 도망을 친 것인지 고코인에서 사라진다. 한편 한주로는 이즈치 촌의 몰살에 대해 조사를 나섰다가 십 여 년 전 해를 다를게 해서 남자 아이 몇 명이 실종된 사실을 알아 낸다.
다키는 시게오키의 아이 모습이 될 때의 고토네와 대화를 나누면서 주치의 시로타 노보루를 도와 시게오키의 치료에 힘을 쓴다. 고코인에 시게오키의 애마 도비아시가 오고 컨디션이 많이 안정된 시게오키가 갇혀 지내던 방에서 나와 도비아시를 타고 산책을 한다. 즐겁게 시작한 산책은 비극으로 끝마치는데, 진쿄 호 가에서 시게오키가 발작을 일으킨다. 시게오키의 다중인격 중 여성성이 나타나 다키에게 덤벼들다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 정신을 잃으면서 1권의 끝이 난다.
처음에는 일본의 에도 시대가 낯설기도 했고 이야기의 윤곽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구조여서 몰입이 힘들었지만, 시대상에 익숙해지고 윤곽이 잡히면서는 푹 빠져서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시게오키에게는 어떤 아픔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일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 한 사람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갸륵하면서도 이게 다 번주였기 때문이 아닌가, 낮은 신분의 사람이었더라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는 없었을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병 중에라도 아버지를 때려 죽인 시게오키의 모든 사정을 봐주면서 번주로 잇게 한 것도 조금은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일본의 번주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