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으로 인정받고 있는 도요타의 생산방식 TPS는 전 세계 제조업에 혁신을 일으킨 생산 시스템이다. 일본의 작은 기업이었던 도요타의 생산방식은 1970년 대 후반 북미 시장을 석권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빅 3(GM, 포드, 크라이슬러)를 앞지른 도요타의 눈부신 성장의 이유가 가이젠(改善), JIT(Just In Time), 간반 등으로 구성되는 도요타만의 생산방식에 있다는 것이 1980년대에 밝혀지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 다퉈 도요타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도요타의 본거지에서 1년 여간 현장 취재와 연구를 한 자동차 전문 김태진 기자와 일본에서 10년 이상 도요타를 연구한 두 연구가 조두섭, 전우석 교수는 이 책에서 세계 경영 이론을 바꾼 도요타의 경쟁력은 단순하게 시스템을 이해한다고 바로 옮겨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도요타 성공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다. 이는 도요타의 경영 방식, 생산 현장, 기업 문화, 경영 철학, 도요타의 역사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밝혀낸 결과이다.
도요타 일가를 주축으로 30만 도요타 인이 합심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힘은 종업원과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오너 일가의 ‘인간 존중’ 철학에서 나온다. 끊임없는 가이젠(改善) 활동을 통해 생산 현장의 기능과 문제점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또한 스스로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잘 아는 도요타 인들(현장 작업자)의 사고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첫째가 고객, 둘째가 딜러, 셋째가 생산자’라는 도요타의 판매 철학에서 나타나듯 도요타는 늘 ‘사람’을 중심에 놓고 모든 것을 진행한다. 오늘의 도요타를 만든 힘은 고객의 성원 덕이라고 한입으로 말하는 경영진의 자세와 더 나은 품질을 위해 생산력에 집중하는 작업자들의 자세 모두 사람이 중심인 기업 분위기에서 나온다.
‘기술’과 ‘새로운 시스템’이 최고라고 부르짖는 현대 경영 세계에서 자칫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도요타의 저력은 바로 ‘사람’에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도요타의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다루며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요타 벤치마킹의 핵심, 노사화합
현재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은 일본의 장기 불황과 빗대어 이야기된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꺼지기 전 상황과 여러 점들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체들이 도요타를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열중하는 모습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삼성과 LG를 비롯한 기업체들이 매년 수십 명의 임직원들을 도요타 일본 현지 공장에 연수를 보내 도요타 생산방식과 노하우 등을 전수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제 빛을 내려면 수박 겉핥기식의 벤치마킹이 되서는 소용이 없다.
이 책은 도요타 벤치마킹의 핵심 사항을 객관적이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도요타 벤치마킹의 일순위는 노사화합이다. 도요타는 54년 무파업 신화를 가진 기업이다. 1949년 도산 위기에 몰린 도요타를 구하기 위해 창업자 도요타 기이치로가 종업원들과의 약속을 깨고 인원 감축을 하면서 경영권을 내준 이후에는 단 한번의 노조 파업도 없었다. 1962년 노조가 회사에 파업권을 반납한 이후 임금협상이라는 말도 사라졌다고 한다.
‘사람을 해고하지 않는 것이 경영자의 도리다’라는 기이치로 회장의 말처럼 60년 정년을 보장하는 도요타의 종신고용은 노사화합의 기초가 된다.
도요타 생산방식을 이루는 가이젠(改善) 활동은 종업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서 완성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좀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는 도요타 인들의 기본 정신은 잠시 몸담고 있을 회사가 아닌 평생을 함께할 회사의 일원이라는 마인드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현장 작업자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경영진의 현장 중심 경영 역시 노사화합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노사 쌍방의 이런 노력은 곧 품질 안정과 생산성 향상에 직결되어 막대한 이익 창출의 효과를 낸다. 적대관계가 아닌 협력적인 도요타 노사관계는 도요타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보장한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기업 활동에서 ‘종신 고용’이란 말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도요타의 ‘종신 고용제’는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발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요타가 유지하는 ‘종신 고용’은 노사 신뢰를 위한 필수 조건이며 이는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자리가 증명해준다.
도요타 경영 안정의 비결, 전문 경영인 체제
한국 기업의 국가 경쟁력을 위태롭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불안정한 경영 관리에 있다. 재벌 기업들의 경영권 세습은 핏줄로 이어지는 경영권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을 여러 기업들의 부실 사례를 통해 여실히 드러냈다.
도요타의 경쟁력 중 쉽게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 바로 70년을 유지한 경영권 안정에 있다. 도요타 일가가 주축이 되어 유지되는 이 안정된 경영 체제는 창업 일가가 경영 전권을 독식하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회사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오너 일가만 최고 경영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경영 방식이 시시때때로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1950년 도산 위기를 맞은 도요타 기이치로가 종업원 감원의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인 이시다 다이죠에게 넘기면서 시작되었다. 이시다 다이죠는 위기에 몰린 도요타를 기사회생 시킨 후 다시 오너 일가에게 경영권을 반납했다. 이를 일본 천황에게 이뤄진 대정봉환(1867년 당시 지배 세력이었던 도쿠가와 요시노부 막부 정권이 싸움을 하지 않고 일본 천황에게 권력을 바친 것을 말함)에 견주어 말하곤 한다.
이런 전문 경영인 체제는 TPS를 완성한 오노 다이이치 부사장과 버블 경제 후 닥친 위기 상황에서 변화와 개혁 정신으로 도요타를 재무장한 오쿠다 히로시와 환경 전략으로 도요타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조 후지오라는 전문 경영인을 만들어내며 기업의 내실을 더 강하게 했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특혜나 경영권 보장은 도요타에서는 있을 수 없다. 도요타 가의 일원이어도 능력이 될 때만 경영진으로 활동을 할 수 있고 이에는 착실한 현장 경험이 바탕이 된다.
도요타의 특수한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은 위기 타개와 함께 회사의 도약을 이뤄냈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회사 경영권을 독점하고 좌지우지하는 게 만연한 우리 기업들의 그릇된 풍토를 볼 때 위기시마다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유연하게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면서 발전을 추구하는 도요타의 경영 방법은 깊이 새겨야 할 점이다.
도요타의 미래 전략 공개
2010년 세계 기업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도요타는 명실상부한 자동차 업계 1위 기업이다.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인 도요타는 남들보다 앞서거나 경쟁적인 투자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특히 혼다(1982년)와 닛산(1983년)과 비교되는 해외 진출 전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척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를 한다(도요타의 미국 진출 시기 1988년). 신중하고 보수적인 도요타가 준비하는 미래 전략은 어떤 것일까?
이 책에서는 제시하는 도요타의 미래 전략은 한국 기업이 특히 주목해야 한다. 도요타는 2003년 무디스의 신용평가에서 일본 기업 중 유일하게 트리플 A를 받았다. 이 평가는 도요타의 엄청난 흑자(2002년 기준 10조 원) 기록을 통한 현금 보유와 안정된 현금 흐름, 미래에 대비한 투자, 브랜드 인지도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일본 최고의 은행이라 불릴 만큼 현금(2003년 기준 약 20조 원)을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는 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까?
2001년 도요타는 인도네시아에 도요타바이오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하고 수십만 평의 초대형 농장을 샀다. 자동차 제조 기업이 고구마 농장을 사고 가공 공장을 설립한 이유는 바로 30년 후 미래를 준비하는 도요타의 준비경영에 있다.
도요타는 환경오염 물질을 남기지 않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고 수소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퓨엘 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고구마 농장을 산 것이다.
환경은 도요타의 미래 전략의 대표 키워드다. 21세기 자동차 산업은 환경이 주도할 것이라는 조 후지오 사장의 말에서 읽을 수 있듯이 도요타는 2005년부터 개발하는 모든 자동차가 폐기 되는 그 순간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환경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이 기술의 집합체인 하이브리드 카 개발과 시판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자동차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시작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
이 책에서는 미래 수익을 위해 환경에 투자하고 글로벌한 디자인으로 앞서나가기 위해 뉴 디자인 센터를 세우는 등 디자인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도요타의 현장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현장감은 침체 상황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기 충분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도요타 경영인과 경영 철학을 한눈에
이 책에서는 도요타 경쟁력의 원천인 ‘인간 존중’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도요타 일가의 도요타 기이치로 회장,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업적과 도요타의 독특한 경영 체제인 위기마다 등장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대표하는 오쿠다 히로시 회장과 조 후지오 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순수 일본의 두뇌와 기술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창업자 도요타 기이치로의 창업 이념은 1936년 도요타의 첫 자동차 AA형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도요타 일가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도요타 생산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다. 연구 개발과 선구자적 시대 정신으로 기업을 이끄는 데 주력한 도요타 기이치로의 창업 정신은 현재 도요타의 밑거름이 되었다.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 탄생을 진두지휘한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 회장은 ‘글로벌 톱10’을 내세워 도요타를 세계 무대에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도요타 정신을 일본인 생활 전반에 뿌리내리기 위해 교육과 인재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창업 이후 4대를 내려오고 있는 도요타 일가는 위기마다 전문 경영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회사의 안정과 발전을 유지한 지혜로운 기업이다. 이 역할의 대표 주자인 오쿠다 히로시 회장와 조 후지오 사장의 경영 철학 또한 본받을 점이다.
2000년대 최강의 도요타를 완성한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40%에 이르던 도요타의 일본 내 자동차 점유율이 37%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던 도요타에 일대 변화와 개혁을 일으킨 경영자다. 고객과 현장 중심의 경영, 자산을 팔아서라도 종신 고용을 지킨다는 도요타 정신을 실현한 그는 일본 경제 개혁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반일 감정이 팽배한 중국을 설득해 히타치, 미스비시 등의 일본 6개 기업 컨소시엄이 중국 고속철도 사업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만들어낸 저력가다.
도요타의 미래 전략가로 불리는 조 후지오 사장은 환경 기술과 하이브리드 카 개발로 도요타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경영자다. 『타임』(2004년 4월)이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의 인물’에 뽑힌 그가 제시하는 “21세기 자동차산업은 환경 기술이 주도할 것이다. 그 기술은 자동차 자체의 기술 발전이 아니라 사회와 자동차를 엮어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이 말은 우리가 꼭 주목해야 할 미래 전략이다.
초일류를 유지하는 도요타의 기업 문화
도요타의 역사는 일본의 중심인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지방 도시 나고야에서 시작했다. 예전에 미카와로 불렸던 곳이다. 미카와는 막부 시절 맨몸의 농민들이 사무라이 부대를 무찌를 정도로 충성심과 근면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미카와의 개는 다른 동네 개보다 몇 배 더 충성스럽다"라고 인정받는 이 지역 특유의 충성심을 바탕으로 도요타는 커나갔다.
현재는 인구 40만 명의 중 70% 이상이 도요타 종사자로 구성된 도요타 시를 완성하여 도요타 본사를 비롯한 도요타 관련 업체가 밀집한 산업 클러스터를 이룬 지역으로 발전했다. 도요타 시는 도요타 정신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일본 최고의 현금 보유 기업이며 초일류 기업인 도요타 본사에는 아직도 1980년대에 쓰던 서류함을 비롯한 사무 용품이 많다고 한다. 도요타 현장을 수차례 방문한 저자는 이 책에서 도요타의 검소한 기업 문화를 ‘마른 걸레도 다시 짜는 곳’으로 비유했다. 최첨단 장비가 즐비할 곳이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도요타는 연구와 개발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곳에 집중 투자를 하고 그 외에는 상당히 검소하다고 한다. 이는 항상 개선을 추구하는 작업자들에게도 전파되어 작업 시간 엄수와 생산성에 집중하는 기업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내실강건(內實剛健)을 주장한 도요타 그룹의 창업자 도요타 사키치의 말 그대로 도요타는 화려한 외향에 치중하기보다는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 지속적인 비용절감과 내부 유보자금을 통한 설비투자, 그리고 종신고용으로 세계 최강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