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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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502g | 140*210*30mm |
ISBN13 | 9791186757567 |
ISBN10 | 1186757566 |
발행일 | 2020년 0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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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502g | 140*210*30mm |
ISBN13 | 9791186757567 |
ISBN10 | 1186757566 |
서문 음식 앞에서 더는 불안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하여 1. 여성의 몸으로 산다는 것 2. 여성성을 감추는 과정 3. 자아를 보는 시각 바꾸기 4. 진짜 문제는 음식이 아니다 5. ‘물질’ 중독이 아닌 ‘과정’ 중독 6. 은유: 몸의 언어를 배우는 시간 7. 감정: 마음이 주는 선물 8. 인간관계: 진실을 이야기하기 9. 힘: 지배당하기도, 지배하기도 싫은 사람들 10. 보살핌: 강한 내면의 어머니를 만나다 11. 직관: 내 안의 숨은 안내자 12. 꿈: 자기 탐색의 지름길 13. 월경: 몸의 지혜 되찾기 14. 섹슈얼리티: 여성의 성적 욕망 15. 하강: 가장 깊이 묻어둔 고통 속으로 16. 자기표현: 잃어버렸던 인간으로서의 권리 17. 영양 섭취: 몸의 허기 vs. 마음의 허기 18. 식사 일지: 진실을 기록하기 19. 회복: 나 자신과 화해하는 길 20. 음식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 사람들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었어요 / 나는 늘 이상한 아이였다 / ‘성공’한 인생에 집착하다 출전 참고문헌 |
자주 느끼지만, 대한민국 출판계 편집인들의 번뜩이는 재치는 가히 양 엄지를 척! 척! 들어올려도 부족할 수준.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라는 제목에 혹 하지 않을 이들(특히 젊은 여성)이 얼마나 될까? 원제는 [Eating in the Light of the Moon]. 이 책에는 여성이 주연이다. 저자 애니타 존스턴 박사는 구체적 출처를 밝히지 않고 "통계에 따르면, 섭식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95%가 여성이라고 한다." (17쪽 참조)는 한 문장으로 남성들을 무대 뒤로 밀어 내었다. 위 진술 이후, 뒷 받침이 약하다. 왜 '남성은 섭식 장애 논의에서 싸악 빠졌는지, 왜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지, 여성의 취약성이 통문화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지, 섭식 장애를 오로지 문화현상으로만 설명하는 입장인지에 대한 와닿는 구체적 설명은 없다.
다시 돌아가 보자. 왜 원제에 "달빛"이 등장할까? 달 빛 아래에서 먹는다(Eating in the light of the moon)니 무슨 의미인가? 저자는 현대 여성의 섭식장애가 여성성의 폄하로 인한 정신적 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저자 (저자 애니타 존스턴은 임상심리학 박사이며 하와이에서 '거식증 및 폭식증 센터' 설립 후, 치료에 전념해왔다.)는 이렇게도 이야기했다. "우리는 여전히 남성적, 직선적, 이성적, 합리적인 것이 여성적, 순환적, 직관적, 감정적인 것보다 높이 대접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현대 여성은 이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네모난 구멍에 필사적으로 몸을 끼워 넣으려고 애쓰는 둥근 못과도 같다.(20쪽)" 그렇다면 "달빛에서 먹다"는 한 때 창조적 생명력으로 숭배받았다던 여성성을 긍정하는 것이 섭식 장애를 치유해줄 근원적 힘이라는 의미일까?
저자 애니타 존스턴에게는 죄송하지만, 좀 헐겁게 속독했던 탓에 "달빛" 제목의 단서를 많이 찾진 못했다. 저자는 "매장된 달" 신화가 "여성성이 매장되고 남성성의 특질이 더 중시되었을 때의 위험성(29쪽)"을 경고하는 이야기라며 소개한다. 또한 "음식 강박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라는 마무리 챕터에서 "부드럽고 사색적인 달빛의 인도를 받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면서 여성들은 점점 더 강해졌다(326쪽)." 고 적고 있다. 부드럽고 사색적인 달빛(?), 아마 저자가 이 책에서 내내 주장했던 여성 몸의 지혜,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독특하게도 안데르센 전집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설화와 동화에서 에피소드들을 뽑아서 현대여성의 섭식장애 문제를 비유하는 데 쓴다. 이런 사고법이야 말로, 저자가 누누히 이야기하는 "달빛," "여성성"인가도 싶다. 아무튼 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다음의 구절들을 가장 예민하게 읽었다. 후에, 더 적을 기회가 올 것 같다.
"섭식 장애로 고생하는 여성들 대다수는 어린 시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까지 느끼고 눈치가 빨라서 일이 잘못되어가는 것을 잘 감지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챘고, 일정한 행동 패턴을 파아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었다...식구들 중에서 자신처럼 세상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여기서 생겨난 불편함을 외면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지각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들은 처음으로 음식에 집착하게 된다." (6-7쪽)
"음식과 씨름하는 여성들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들은 육감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않는 것을 보며 행간을 읽는 능력이 있다. 주위에서 이런 능력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능력을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의 직관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116쪽)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굶주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물질적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거기의 정체를 파악해서 그것의 상징적 본질을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63쪽)
애니타 존스턴은 소위 "섭식 장애 환자"라는 이들 개개인이 허기를 잘 들여다 봄으로써(정신적 허기와 구별함으로써) 진짜 문제를 인식하고 회복할 힘을 얻어왔다고 한다. 나아가 보다 근원적으로는 이 새로운 시대에 "여성성"이라는 걸, 긍정함으로써 여성이 집학적으로 더 취약한 섭식장애의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여성을 주변에서 찾기가 어려웠다. 어떤 친구들은 굶기와 폭식을 반복했다.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 싶으면 억지로 토하는 게 습관이 된 친구도 있었다. 저체중이었지만 자신의 허벅지나 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친구도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체중이나 몸매에 대한 강박 때문에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거나 잃어버렸다. 사회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여성의 몸은 사실 도달하기 불가능한 것에 가깝다. 팔다리가 길고 가늘지만 가슴은 크고 허리는 잘록하고 배는 납작한 몸매. 몸에 '여성적인' 곡선이 없거나, 과체중이거나, 허벅지나 발목이 굵다는 이유로 수많은 여성들이 비하를 당하고 기준 미달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여성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를 학대하던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는 우리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가 우리의 감정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섭식장애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음식과 마음의 상관관계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라고 하는 쪽이 조금 더 적합할 것 같다.
거식증이나 폭식증, 먹고 토하는 행위, 특정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 섭식장애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섭식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철저한 식단을 짜고 그 식단을 준수하려고 하는 것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굶거나 폭식을 하거나 토하거나 음식에 집착하는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탐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 소개한 어떤 여성은 가족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아픈 아이'가 된다. 성적 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어떤 여성은, 무의식적으로 성적인 대상이 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폭식을 하게 된다. 외모나 체중에 대한 압박 때문에 섭식장애를 갖게 된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는 과정 없이 의지만으로 섭식장애에서 벗어나는 일은 어렵다. 오히려 철저하게 짠 식단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더한 자기혐오나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 내면에 두 개의 그릇이 있다고 가정한다. 하나는 음식과 물처럼 몸의 자양분을 담는 호리병 모양의 그릇, 다른 하나는 관심이나 애정, 인정과 같은 마음의 자양분을 담는 하트 모양의 그릇이다. 우리는 종종 이 두 그릇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의 허기를 몸의 허기로 착각하고 음식을 꾸역꾸역 먹곤 한다. 하지만 음식으로 채울 수 있는 건 앞의 그릇뿐이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는 마음의 허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진짜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문제가 마음에 있다는 걸 알고 나면, 당장 제대로 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없더라도 일상을 버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섭식장애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식사 일지 쓰기를 권한다. 어떤 음식을 언제 먹거나 마셨는지, 먹기 직전에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배가 고팠는지를 가능하면 바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자신이 먹는 음식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경향이 있었다. 일지를 쓰다 보면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특정한 감정 때문에 음식을 먹은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음식을 먹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각 챕터에는 신화나 동화, 옛날 이야기가 하나씩 소개되곤 한다. 짧은 이야기들을 읽어 보며 마음의 문제를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 그 문제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리라 생각된다. 책이 하는 말은 많지만 섭식장애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하고, 자신을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러 여성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그 중 누군가에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