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3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462g | 120*210*21mm |
ISBN13 | 9791158886394 |
ISBN10 | 115888639X |
일러스트 노트 증정 (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20년 03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462g | 120*210*21mm |
ISBN13 | 9791158886394 |
ISBN10 | 115888639X |
현재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시간여행을 주제로 하는 타임리프 공모전의 수상 작품집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가 출간되었다. 제3·4회 타임리프 공모전의 수상작 7편 및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britg.kr)에서 선정된 초청작 2편으로 구성된 수록작들은 현대뿐 아니라 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 게임 속 세상 등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흥미를 자극한다. 개성적인 각각의 세계관에서 시간여행이란 소재가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펴보는 묘미도 놓칠 수 없다. 이번 작품집에서 그려지는 시간여행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특정 시간을 계속해서 반복 경험하는 타임루프(time loop)이다. 타임루프라는 문제적 현상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 에이전트의 임무를 다룬 「안녕, 아킬레우스」, 특정일에 죽음을 맞이하는 대학생과 그녀를 맴도는 유학생의 관계를 그린 「심계항진」, 개의 시점으로 게임 속에서 같은 하루를 보내는 「극히 드문 개들만이」는 반복되는 사건들을 적절히 변주하며 결말에서 강한 여운을 남긴다.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는 구미호 설화와 임진왜란 시기의 역사적 사실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며 독특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행기가 교실에 추락하는 순간을 그린 「쿠소게 마니아」와 아내를 살해한 후 시간이 되돌아가는 경험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뒤로 가는 사람들」은 특유의 긴박한 상황이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한편 일제 강점기의 중학생 시점으로 수상한 하숙객의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사랑손님과 나」, 스포츠 도박의 세계에 빠진 가장 앞에 낯선 인물이 나타나며 시작되는 「네버 체인지」,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인 파견업체에서 벌어지는 「시간 보험사」는 시간여행이란 요소를 극적 반전의 계기로 활용하며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
안녕, 아킬레우스 7 심계항진 75 사랑손님과 나 107 극히 드문 개들만이 161 네버 체인지 197 시간 보험사 245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 275 쿠소게 마니아 307 뒤로 가는 사람들 323 |
단편집을 많이 보고 있는 요즘,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는 유달리 재밌는 작품들이 많았다. 타임리프 공모전 중 3,4회 수상 작품을 모은 작품집인데 수상작이라서 그런지 과연 알찬 작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크게 눈에 띄는 작품들에 대한 리뷰를 남겨본다.
'안녕, 아킬레우스'는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내용이다.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었음에도 타임리프물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의 쾌감이 재밌다. 분량은 수록작 중에서 제일 긴 편인데도 제일 앞에 배치된 것은 그만큼 읽는 재미를 황금가지 출판사가 확신 했기 때문이겠지.
'심계항진' 역시 반복되는 하루가 나오는데 반복되는 문장과 일상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 주는 묘한 운율이 있었다. 주인공은 정작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르고 그를 지키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 누군가를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 '안녕, 아킬레우스'와 겹치지만 앞의 작품이 추리 액션 스릴러라면 이쪽은 로맨스에 가까운 애틋함이있다.
'사랑손님과 나'는 제목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 듯이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세계를 차용한 작품이다. 작가는 놀랍게도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단아하고 옛된 문체마저 흉내내서 읽는 재미가 컸다. 이런 표현, 이런 문장이 '사랑손님과 어머니'에도 있었던가하고 놀라면서 읽었다. 어머니와 옥희는 단역에 불과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실제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도 이런 일이 몰래 일어나지 않았을까하고 상상하게 된다.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표제작인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 역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전설의 고향'이 아직도 인기리에 방송 중이라면 분명 원작이 팔렸을 것 같은 작품이다. 다른 수록작도 그러하지만 시간 여행을 하는 영화나 소설에서도 주인공들이 대부분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직업이라던가 역사를 위해서라던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둥 어떤 거대한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에서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하는 목적은 그 스케일이 제일 작다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이건 '심계항진'도 마찬가지이지만 산 속에서 도술을 부리는 짐승이 부리는 재주치고는 소박한 면이 있다. 그것이 주는 감동이 컸다. 도술을 부리는 짐승이 겨우 인간사의 일 때문에 그런다는 것이 어릴적 이불을 덮고 보던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전설의 고향'이 무섭지만 말미에 나레이션이 나올 땐 마음 한켠이 서글펐던 것은 그 드라마의 요괴와 귀신들도 인간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제일 마지막 작품인 '뒤로 가는 사람들'은 수록작들 중 제일 끔찍한 작품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끔찍하다는 말이 아니라 내용이 끔찍하다는 뜻이다. 특별 초청작이라고 하는데 책의 마지막에 깜짝 놀랄만 한 이야기를 배치한 것이 효과가 좋다. 앞선 작품들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선한 의지인데 반해 이쪽은 그 결이 다르다. 그것이 좋은 작품이 많은 이 작품집에서도 눈에 띄는 요소이다. 말미에서 벌어지는 전개가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