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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리뷰 총점9.4 리뷰 7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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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40*205*30mm
ISBN13 9791157831654
ISBN10 115783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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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성소수자이자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알렉산더 지의 자전소설 『에든버러』. 이 소설로 그는 첫 등장과 동시에 [퍼블리셔스 위클리 베스트북]을 수상했다. 록산 게이, 주노 디아스 등 유수의 작가들로부터 극찬이 쏟아졌고 [제임스 미치너상], 퀴어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람다 문학재단 편집자 선정상]을 수상, ‘비교 불가능한 작가’로 자리 잡았다.

『에든버러』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한국계 이민자이며 성소수자인 ‘피’의 이야기다. 청소년기부터 2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는 차별과 억압, 감정과 정체성의 혼란, 성적 학대 경험이 섬세한 시적 필치로, 동시에 담담한 문체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를 비극의 틀에 담는다. 피가 성장하며 겪는 모든 ‘첫 경험’은 피의 상황과 감정은 보여주지만 결국 그 어떤 것도 그가 누구인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피는 다만 자신의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인다.『에든버러』는 피의 삶을 차분히 껴안는 소설이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실재만큼 복합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미학적 이상이라 말하는 알렉산더 지. 그의 소설은 무어라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결을 만들어낸다. 『에든버러』가 그 무엇도 아닌 알렉산더 지라는 고유한 장르로 쓰인 소설이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할아버지는 고향인 한국에 가면 사람들이 모르는 노래가 없다고 나에게 말씀하신다. 때때로 모든 사람들이 마치 뮤지컬에서처럼 한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한국은 행복한 가족들과 지혜로 이루어진 장소인 것 같아서 나는 할아버지가 왜 이곳 메인주에 계시는지 의아하다.
--- p.17

내가 일주일 동안 가지고 다닌 책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꽃으로 타오르는 러시아 심령술사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갑자기 몸에서 열이 펄펄 끓어 뼈가 그을릴 정도로 체온이 높아지는 이런 현상을 작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런 현상이 조금도 신비롭지 않았다. 하긴 그 글을 쓴 작가는 피터를 만난 적이 없으니까.
--- p.25

나는 아무리 그럴듯하게 들린다 해도 신화를 믿지 않는다. 신들이 측은한 마음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는 내용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내가 보기엔 마저도 신들이 재미로 그래보는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를 사랑하는 건 마음의 선택 가운데 가장 위험한 선택에 속하는 것 같다. 들판과 정원은 그의 연인들로 가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무수히 불어난다. 나는 피터를 생각한다. 또 다른 내가 있다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이 피터를 사랑할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내가 있다면, 수많은 내가 흩어져 있다면.
--- p.52

우리의 순진무구함은 이렇게 음악으로 표현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특히나 열정을 안다는 것은 우리를 전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잠시나마 앞으로 나가기 위해 짧고도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며 신 앞에 자신의 열정을 증명하는 걸 보면. 심지어 상실의 고통에도 열정이, 그리고 사랑이 있으며, 이런 고통은 죽음에 비하면 차라리 축제이기도 해서 고통을 새겨 넣을 칼날이 필요할 지경이다. 그녀가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걸 바라보고 있노라니 정말 그런 것 같다.
--- p.92

피터의 모습을 보면 피터와 영원히 함께 있는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왠지 그럴 것 같다. 피터에게 묻고 싶다. 불을 지를 때, 그가 태우려는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그리고 그것이 불에 탔느냐, 그래서 지금 완전히 사라졌느냐고. 사진 속 피터는 하얗게 눈이 부시다. 사진 속 피터의 얼굴은 주먹만 하고 황금빛 머리카락이 얼굴의 윤곽을 드러낸다. 파란 눈은 한껏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환하게 빛난다. 정작 불에 탄 건 너잖아. 나는 속으로 말한다. 피터가 증오했던 건 그대로 남아있다.
--- p.125

장례식을 마친 후 오후 늦은 시간, 나는 피터의 방에 와 있다. 바닥에 깔린 카펫에 햇살이 환한 조각을 만들어, 그 조각이 바닥 위를 천천히 움직이는 모양을 가만히 바라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에 있은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나는 피터의 침대 위에 잠시 몸을 던져 이불 밑에서 나는 담뱃재 냄새, 담배 냄새, 오래된 맥주 냄새, 짭짤한 카네이션 냄새 같은 피터의 냄새를 맡는다.
--- p.126

마음(Heart)이 미움(Hate)되려면, 연민(Rue)(마녀가 끓이는 후회의 차(茶))의 R을 빼고, 한때는 함께(Together)의 T였지만 지금은 공포(Terror) 또는 시간(Time)의 T로, 에로스(Eros)의 E와 예술(Art)의 A를 분리한다. 그러나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에 놓인 천국(Heaven)의 H를.
--- p.95

나의 옛 목소리에 대한 기억, 그러니까 소년시절 소프라노 목소리에 대한 기억은 간절한 소망에 대한 기억이다. 목소리에 힘을 빼고 싶은 소망, 먹이를 잡은 가마우지가 바다를 떠나듯 성대를 풀어내고 육체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존재가 되고, 소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 자체가 되고 싶은 소망.
--- p.118

피터는 제 몸에 불을 질렀다. 잭은 스스로 제 몸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나는 나 자신이 총알이 되고, 불길이 되고, 내 손으로 잭의 머리에 구멍을 낸 것 같다. 내가 불을 지른 것 같다. 때로는 그들의 죽음에 관한 산만한 생각들이 내 안에 불을 질러 흉측하고 붉은 흉터를 남기고, 번개에 맞은 나무처럼 나를 완전히 태워버린다. 빗발치는 번개에 겉모습 전체가, 내면이, 까맣게 숯덩이가 된다. 어느 땐 텅 비어 투명한 느낌, 바람의 아이가 된 느낌이다.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아무것도 나를 건드릴 수 없는. 나는 언제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바뀔지 아무런 예고도 받지 못한 채, 두 가지 상태를 번갈아 오간다.
--- p.15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21세기 최고의 미국소설” _『보스턴글로브』
지금, 소수자 문학이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성취


아직 한국에서 알렉산더 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성소수자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알렉산더 지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그의 데뷔작 『에든버러』는 [제임스 미치너상], [아시안 아메리칸 문학상]을 수상했고, 가장 권위 있는 퀴어 문학상인 [람다 문학재단 편집자 선정상]을 받았다. 그리고 출간 당시 록산 게이 등 유수의 작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2002년 『퍼블리셔스위클리』가 선정한 그 해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평단은 물론 대중까지 한꺼번에 사로잡은 『에든버러』는 『보스턴글로브』로부터 “21세기 최고의 미국소설”이라 찬사를 받았다. 그 뒤 그의 소설들 역시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금 한국은 디아스포라와 자전소설, LGBT 문학 등 소수자 문학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세 영역을 아우르며 소수자 문학이 다다를 수 있는 성취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소설 『에든버러』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모던 클래식이라 할 만하다. 소설 장르의 위기라는 지루한 수사가 어울리지 않는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강렬한 독서경험

『에든버러』의 매력은 이 소설의 매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힘들다는 데에서 온다. 작가 본인이 반영된 피의 감정선이 유려한 문체로 화음이 쌓이듯 중첩되다가 끝내 교향곡의 클라이맥스처럼 휘몰아친다. 이 소설의 주인공 피는 언뜻 불행의 화신처럼 보인다. 첫사랑 피터의 자살, 합창단에서 겪은 차별과 성폭력, 그 성폭력 가해자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등 하나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찬 사건들에 휘말린다.

그러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려 투쟁하는 다른 성장소설과 달리 『에든버러』는 “우연히 닥쳐온 불행을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안간힘”을, “불행을 단지 불행으로 두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양팔로 삶을 껴안고 마는 숭고한 태도”(박상영)를 그린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들이 책 밖으로 흘러넘치는 듯 생생히 드러나도록 시적이면서도 과감한 문체로 적어 내리며, 기어이 독자를 피의 심연을 뛰어들게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무기력감과 증오, 사랑이 한데 뒤엉킨 피의 심리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유다. 『에든버러』는 다른 장르로 대체될 수 없는 강렬한 독서경험을 선사한다.

흑백사진처럼 써내려간 비극

『에든버러』에는 사랑과 정체성의 혼란, 차별과 억압이 뒤엉켜 있다. 그리고 이를 『오이디푸스 왕』을 연상시키는 비극의 틀에 담아낸다. 어긋난 사랑은 인물들을 죄의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게 하고, 피는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그것들을 끌어안고 끝까지 감내하려 한다. 자살한 피터와 똑같이 생긴 고등학생 워든이 자신에게 찾아왔을 때도 말이다. 작가는 이 비극적이고, 강렬한 사건을 흑백사진을 찍듯 차분히 써내려간다. 비극적인 사건과 이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건조한 톤의 기묘한 어긋남은 이 소설의 미학이기도 하다.
수많은 맥락이 얽히고설켜 독자로 하여금 이 소설을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 『에든버러』는 범죄소설이자 멜로드라마로도, 한국의 구미호 설화 등 환상이 뒤섞인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아름답고, 무어라 부를 수 없는 이 소설을 이 이상의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무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은 이 세계에 몸을 던져보라 권하고 싶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알렉산더 지의 『에든버러』는 빼어난 소수자 문학이다. 한국계 이민자이며, 퀴어인 주인공 '피'가 겪는 차별이 피부에 닿을 듯 생생히 펼쳐진다. 또한 『에든버러』는 참혹한 범죄소설이다. 손쓸 도리 없이 덮쳐오는 폭력에 의해 고통받는 10대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에든버러』는 훌륭한 성장소설이다. 시적이면서도 건조하게 기술된 문장 속에 우연히 닥쳐온 불행을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안간힘이, 불행을 단지 불행으로 두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양팔로 삶을 껴안고 마는 숭고한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상영 (소설가)

“용기, 지혜, 생명력으로 가득하며 오래도록 마음에 여운이 남는 ……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설”
주노 디아스 (2003년 퓰리처상 수상자)

“근래에 읽은 가장 참신한 소설가. 『에든버러』는 감수성을 깊이 자극하고, 드라마틱하며 - 맑다.”
에드먼드 화이트

지의 글쓰기, 사랑, 사회적 실천에 대한 통찰은 힘겹게 쟁취한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현명하다.
커티스 시튼펠드

알렉산더 지는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우리는 그가 강조하는 모든 멋진 말들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자미 아텐버그

“격정이 고조되고, 큐피드가 프시케에게 접근하며, 사랑과 죽음이 한 무대에서 춤을 추는 웅장한 낭만주의 전통 안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 ……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진통을 겪는 창조적인 영혼에 대한 매력적이고 은유적이며 결코 예측할 수 없는 묘사”
워싱턴포스트

“[지는 단 몇 마디의 불같은 단어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미국소설, 아프지만 …… 매우 아름답다.
보스턴글로브

“인상적이고 …… 심오하며 시적이다 …… 지의 목소리는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회원리뷰 (7건) 리뷰 총점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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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지 [에든버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크***스 | 2020.08.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한국계 미국인 피(아피아스)는 열두 살 때 성가대에 들어간다. 맑은 목소리를 가진 소년들을 통솔하는 사람은 큰 에릭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그곳에서 피는 또래의 피터, 잭을 만나 가까워진다. 성가대 여름 캠핑 첫날, 파트별 반장들과 큰 에릭이 먼저 캠핑을 시작하면서 텐트를 치고 벌거벗은 채로 연못에서 수영을 한다. 남자들끼리라 어색하진 않았지만, 큰 에릭이 알몸으로 수;
리뷰제목

한국계 미국인 피(아피아스)는 열두 살 때 성가대에 들어간다. 맑은 목소리를 가진 소년들을 통솔하는 사람은 큰 에릭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그곳에서 피는 또래의 피터, 잭을 만나 가까워진다.

 

성가대 여름 캠핑 첫날, 파트별 반장들과 큰 에릭이 먼저 캠핑을 시작하면서 텐트를 치고 벌거벗은 채로 연못에서 수영을 한다. 남자들끼리라 어색하진 않았지만, 큰 에릭이 알몸으로 수영하는 그들을 카메라로 찍고 밤에 텐트에서도 다 같이 알몸으로 자는 건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후 성가대 소년들 모두가 모여 캠핑을 하게 되면서 피는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건물 두 군데에 소년들을 나눠 묵게 한 큰 에릭은 밤마다 1호 숙소 아이들과 벌거벗은 채로 뭔가를 하는 것 같다. 2호 숙소의 반장이 된 피는 1호 숙소에 피터가 있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 캠핑 이후 피터는 몇 번의 자살 시도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고, 피와 비밀스러운 관계였던 잭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피터를 사랑했던 피 또한 언제부턴가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

 

 

 

피터에게는 카네이션 향기가 나고, 아주 희미하게 담배연기 냄새도 난다. 누군가 바에 두고 간 코르사주처럼. 널 사랑하고 있어. 그때 나는 생각한다. 그래 맞아, 널 사랑하고 있어. p.24

 

 

 

어쩌면 피는 피터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랬기 때문에 캠핑을 갔을 때 신경이 온통 그쪽에만 쏠려 있었다. 무슨 일을 당했을지 알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는 피였기에 상처 입은 피터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저 친구 사이인 잭과 남몰래 관계를 이어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피터에게 있다는 건 굉장히 잔인한 행동이었다. 피에게는 가벼운 관계였을지 몰라도 잭에게는 다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큰 에릭의 범죄는 의외로 빨리 밝혀져 바로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상처받은 소년들은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다. 피터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는지 자살 시도를 몇 번이나 하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를 사랑하는 피에겐 또 다른 상처가 되어 성인이 된 후에도 가슴에 남아 잊혀지지 않았다. 더불어 피의 말에 충격을 받은 잭 역시 둘만의 비밀 장소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게 피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피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흔이었다.

 

 

 

누군가 내 인생에 들어와 그날 밤 내 피부에 들러붙은 모든 신경을 끊어내 주었더라면 내 인생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감각이 없다면, 그럼 얼마나 좋을까. p.179

 

나는 그들의 이름을 알고 싶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고, 그들 하나하나를 찾고 싶다. 한 명 한 명에게 그의 몸을 떼어주고 싶다. p.281

 

 

 

피의 성장을 보면서 다른 소설이 떠오르곤 했다. 몇 달 전에 읽었던 소설과 비슷하게 어릴 때의 경험으로 성인이 된 후에도 죽고 싶어 하는 남자의 일생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점이 피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서 소설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어떤 소년이 학교에 수영 코치로 새로 온 피에게 반하게 되면서 소설이 전환점을 맞이하는데, 소년의 정체가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소년과 관련된 어떤 인물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피는 그 소년이 오랫동안 사랑했던 피터와 닮은 존재였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고, 소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에게 빠져들어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닌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이들의 관계는 부정해야만 하는 애정으로 엮인 게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인물의 비밀을 소년이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소년의 손에 당한 이의 입장에서는 잔인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행동에 대한 처벌로는 너무나 가벼운 것이었다. 진작에 그랬어야 마땅한데 너무 늦었고 당한 사람들에 비해 큰 고통 없이 평온한 죽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 죽음이 남달랐던 건 피터를 닮은 소년이 피터가 현혹됐었던 불로 끝낸 것이라는 점이다. 소년은 몰랐겠지만 그 사실을 아는 피에게는 그 사건이 마침내 과거를 떨쳐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소설의 특징은 한국계 미국인이 쓴 성장형 퀴어 소설이라는 점이다. 시작부터 위안부로 끌려간 할아버지의 누이들에 대한 언급과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사람으로 변신한 붉은 여우에 관한 부분이 등장했다. "레이디 타마모"라는 붉은 여우가 제 몸을 불태운 것이 후손인 피와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피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 섬에 갔을 때 무당에게 굿을 받는 장면도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다.

 

지울 수 없는 끔찍한 기억에 대해 말하지만 불편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었다. 절제된 문장으로 내면의 상처를 표현한 부분이 여운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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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r*****1 | 2020.04.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동성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에 대한 이 책의 묘사가 이해보다 공감으로 다가온다.주인공들의 절망과 슬픔이 가슴아프다.소설이라기보다 시라 표현해야할 듯.낱말 하나하나, 묘사들이 아름답고 은유적이다.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삶에 대한 욕구가 절실히 느껴지고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갈구가 안타깝기만 하다.p75집 바깥으로 빛이 후드득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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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에 대한
이 책의 묘사가 이해보다 공감으로 다가온다.
주인공들의 절망과 슬픔이 가슴아프다.

소설이라기보다 시라 표현해야할 듯.
낱말 하나하나, 묘사들이 아름답고 은유적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삶에 대한 욕구가 절실히 느껴지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갈구가 안타깝기만 하다.

p75
집 바깥으로 빛이 후드득 떨어지는지 그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다. 문 밑 틈에 들어오는 복도 불빛을 바라본다. 빛은 힘이고, 파도이며, 입자다. 빛은 나에게 닿을 수 있고, 실제로 닿아야 한다. 누구든지 나를 볼 수 있도록.

p92
우리 소년들의 목소리는 검으로 찌르듯 곧장 앞으로 향해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우리의 순진무구함은 이렇게 음악으로 표현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특히나 열정을 안다는 것은 우리를 전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잠시나마 앞으로 나가기 위해, 짧고도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며 신 앞에 자신의 열정을 증명하는 걸 보면. 심지어 상실의 고통에도 열정이, 그리고 사랑이 있으며, 이런 고통은 죽음에 비하면 차라리 축제이기도 해서 고통을 새겨 넣을 칼날이 필요할 지경이다.

p142
이런 곳에서도 나에게 내 목숨은 소중하며, 이 어둠 속에 살아 있는 것이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비록 정신을 잃기 전에 어둠에 촛불을 빼앗길까봐 벌써부터 두렵긴 하지만.

피터의 죽음 후 주인공 아피아스 제가 아르바이트하던 집 천장의 프레스코화에 묘사된 도시,
에든버러.
그곳 마지막 생존자의 편지에 쓰여진 삶에 대한 갈망.
이 책의 제목이 에든버러인 이유일까?

한국적인 이야기가 스며들어 더욱 매혹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묘사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
슬프고도 아름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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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 알렉산더 지 作, 에든버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설*어 | 2020.04.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고통 속에서도 여우는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사랑을 잃어도, 자신조차 불타올라도, 그 불길에 다른 무언가가 태워진대도 사랑으로 다시 살아진다.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이 《에든버러》 읽는 내내 생각났다(아피아스 제에게서 닉 게스트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 정식 출간도서 중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직은 퀴어, 동성애 하면 불편한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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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도 여우는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사랑을 잃어도, 자신조차 불타올라도, 그 불길에 다른 무언가가 태워진대도 사랑으로 다시 살아진다.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이 《에든버러》 읽는 내내 생각났다(아피아스 제에게서 닉 게스트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 정식 출간도서 중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직은 퀴어, 동성애 하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더 많은 세상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재작년 퀴어 작품 읽었을 때도, 올해 읽었을 때도 역시 입안에 남는 쓴맛이 강하다. 다독여 주고 싶은 마음으로 읽었다. 안아 주고 싶은 영혼이 많았다.

특히 ‘아피아스 제(피)’의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다. 어릴 때부터 그 삶에 파랑이 끊이지 않는다. 사랑하는데도 도망가야 했다. 감추고 숨기고 무섭고 두려워 울었다.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그저 사랑했던 건데 감당해야 될 슬픔과 절망이 파도처럼 거셌다.

사랑은 우리 안의 모든 가혹한 감정을 진정시킨다.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만큼 더욱더. 사랑은 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피터, 오직 너만이 그럴 수 있었지. -88쪽

빛조차도 감히 널 사랑할 수 없어. -93쪽

피터. 끝까지 피에게 전부였던 존재. 불꽃이 되어 피의 가슴에 새겨진 유일한 사람. ‘피’라는 이름을 새겨 준 사람. 한 번의 인생에서 이런 사랑을 만났으니 피는 행복했을까. 마지막까지 도망가야 했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사랑은 우리를 살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243쪽

사랑은 우리를 살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어떠한 선택을 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어렵다. 절대 쉽게 읽히지도, 쉽게 이해되지도 않는다. 가독성의 문제가 아니라 가슴의 문제다. 얼마만큼 품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다. 계속 들여다보고 곱씹고 받아들이려 할수록 어려워진다. 앞으로 나가기 힘들어도 계속 내딛다 보면 끝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 아직은 아니다. 피의 인생은 ‘안녕’에서 다시 시작될 테니까. 그 시작에 함께 있을 수 있어 특별한 시간이었다.

묵직한 여운을 감당할 수 있다면 손대주길. 자칫하면 불꽃이 당신 손끝으로 번질 수 있으니.

이 이야기는 여우에 관한 이야기다. 여우가 어떻게 소년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그리고 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9쪽




필로소픽에서 도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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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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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어요. 책을 덮으면 마음이 아련하게 아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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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d*******1 | 2022.02.02
평점4점
절제에서 느껴지는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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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스 | 2020.08.17
평점5점
문장 하나하나가 숨을 쉬고 빛을 발하다가 남몰래 꼭 꽃을 피울것만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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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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