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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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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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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491g | 128*188*30mm
ISBN13 9788935654819
ISBN10 893565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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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 양윤선 yunseon@yes24.com
『로마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 에세이이다. 1964년 로마로 간 이후 어떤 공식 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고 공부하여 로마와 로마사에 대한 책을 숱하게 저술하고 있는 자신에게 지중해 문명에 눈을 뜨게 해준 것도 한 편의 영화라는 고백을 비롯하여, 영화에 대한 작가의 단상부터 경험담 그리고 비평까지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은 나를 책과 영화로 길러 주셨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지중해를 동경하게 된 계기도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였다. 그 정도로 영화와의 만남은 매우 결정적인 것이었다”고 쓰는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인생은 절반은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절반은 영화 <트로이의 헬렌>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듯이 시오노 나나미는 영화광이다. `내 인생의 영화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영화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대개는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명화'가 많다.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는 영화 매니아로서 개인적인 기호가 강하게 드러나 있어 다른 영화 에세이들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감성적이고 명쾌한 필치는 가벼운 마음으로 에세이들을 읽어볼 수 있게 한다.

어떤 주제나 정해진 형식에 따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미디, 멜로, 전쟁, 액션, 서부 영화 등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영화를 다루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랑에 관한 영화와 전쟁에 관한 영화에 대해 쓴 글들이다. 로마사와 영웅, 정치와 전쟁을 오랜 시간 공부하고 책을 써온 시오노 나나미로서는 <패튼 대전차군단> <지옥의 묵시록> 등 전쟁영화에 대해 좀더 풍부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글들은 사랑에 관한 영화에 대한 글들이다. 이를테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시시껍절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섹스 없는 남녀의 우정이 가능한가 하는 주제엔 관심 없다”며 “오히려 섹스가 있는 남녀의 우정이 가능한지에 관심 있다”라는 식인데, 시오노 나나미다운 살짝 비틀어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틀어보기는 확실하게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한 것들이다.

“이해받기를 바라기보다 사랑받기를 바라는 쪽이 훨씬 강심장이라는 사실을 알아두자” "불륜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여자는 남자를 독점할 생각을 버린 여자뿐일 것이다. 남자를 자기만의 소유로 삼으려는 순간 파국을 맞이하는 것이 불륜의 숙명" 등등 저자 특유의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영화배우와 영화 속 주인공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남자품평회' 또한 상당한 흥미를 더해준다. 이미 『남자들에게』를 통해 보여주었던 탁월한 남자론을 이 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에게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비교될 정도로 최고의 남자로 뽑힌 배우는 과연 누구일까. 바로 <하이 눈>과 <우정어린 설복>에서 품격, 유머정신, 균형감각 그리고 위대한 평범성을 완벽히 보여준 게리 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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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원자폭탄은 물론이고 전쟁 시대의 일본과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식들하고도 그 문제를 통해 교류하지 않는다. 하와이에 사는 친척의 성공담 정도가 고작이다. 종형제이지만, 그들은 미국인이라 자신들의 아버지가 원자폭탄으로 죽었다는 엄연한 사실에서 도망쳐버린다.
그것을 알고 노란 미국인 사촌이 나가사키 공항에 내리자마자 뱉어내는 말은 너무도 상징적이다.
"왜 큰아버지가 원자폭탄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지 않은거야?"

이 말은 40대와 50대 일본인을 향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 세대 묘사가 유형적인 것은 시나리오를 쓴 구로사와의 역량이 쇠퇴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세대 자체가 너무 유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 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늘 도망만 쳐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 중략

반성이란 말의 의미는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말고도 자기 행위 또는 의식에 대해 판단을 내릴 필요성을 가지고 세심하게 관찰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후자의 반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로 정리하여 세계에 던져야 한다. 독일인이 했고 이탈리아인이 했던 일을 일본이라고 못 하란 법은 없다. 20세기의 마지막을 장식할 일로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이다.
pp.13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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