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4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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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04g | 140*200*20mm |
ISBN13 | 9791160074703 |
ISBN10 | 1160074704 |
일러스트 자석 책갈피 증정(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20년 04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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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04g | 140*200*20mm |
ISBN13 | 9791160074703 |
ISBN10 | 1160074704 |
『십각관의 살인』 이전에 『살인의 쌍곡선』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도전하는 클래식 미스터리의 정수 데뷔 이후 6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누적 판매부수 2억 부를 돌파한 일본의 국민 추리소설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대표작 『살인의 쌍곡선』이 발간된다. 작가는 고립된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루며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정면으로 도전해 전혀 새로운 느낌의 결말을 만들어낸다. 초반에 ‘쌍둥이 트릭’을 쓰겠다고 선언하는데도 이중 삼중의 트릭과 수수께끼가 계속 등장해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주며, 독자를 마지막 장까지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클로즈드 서클, 쌍둥이, 미싱 링크, 알리바이 공작을 비롯해 본격 요소가 듬뿍 들어 있으며 논리적 정합성이 뛰어나 본격 미스터리의 고전이자 교과서라고 불리는 작품으로, 도쿄와 도호쿠를 배경으로 숨 가쁘게 진행되던 두 사건이 마지막에 깔끔하게 하나로 이어지며 해결되는 결말은 본격 미스터리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을 선사한다.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주자 아야츠지 유키토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적극 추천한, 클래식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만족할 수준 높은 작품이다. |
독자 여러분께 007 사건의 시작 009 첫 번째 단계 012 두 번째 단계 021 세 번째 단계 045 네 번째 단계 071 다섯 번째 단계 110 여섯 번째 단계 146 일곱 번째 단계 176 여덟 번째 단계 218 아홉 번째 단계 236 열 번째 단계 248 열한 번째 단계 260 열두 번째 단계 279 열세 번째 단계 293 열네 번째 단계 303 열다섯 번째 단계 318 열여섯 번째 단계 338 열일곱 번째 단계 344 열여덟 번째 단계 349 사건의 결말 359 옮긴이의 말 371 |
이름이 낯선 작가의 소설이지만 장르가 추리소설이었다. "쌍둥이"를 소재로 쓴 트릭이라 그 내용도 궁금했고. 첫 장부터 메인 트릭을 다 밝히고 시작하는 작가의 호기로움에 매료되어 <<살인의 쌍곡선>>을 읽기 시작했다. 40년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왔다는데 왜 이름이 낯선것일까. 이조차 의문이지만 누적판매 2억 부를 기록한 소설이라니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도쿄에서 일어난 쌍둥이 강도사건
고시바 도시오와 고시바 가쓰오는 일란성 쌍둥이다. 도쿄에서 연달아 발생 중인 강도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정작 형인지 아우인지 경찰은 특정해내지 못했다. 사건 발생 당일, 외모와 옷차림이 항상 같았기 때문이다. 의도한듯. 증인은 많지만 쌍둥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었다. 결국 둘 다에게 미행이 붙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경찰이 범인에게 놀아나고 있던 그때, 수사본부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고시바 형제의 강도행각과 일치하는 '범행계획'이 적혀 있는 편지가. 변두리 작은 구멍가게-슈퍼마켓-영화관/볼링장-번화가/호텔-은행 순으로 적힌 편지가 두 번 나뉘어 도착했다. 계획한 사람 따로 훔치는 사람이 따로인 '도쿄 연속 강도 사건'은 쌍둥이 형제의 자백을 받아낸 뒤에도 종결되지 않았다. 바로 다른 지역인 도호쿠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과의 연계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호텔 관설장에서 온 초대장
산골짜기에 위치한 호텔 관설장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모였다. 누군가의 초대장을 받고 도착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나이, 직업, 사는 동네, 현재의 상황까지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폭설에 외부와의 연락까지 끊긴 상황. 뒤이어 탈출 경로까지 차단당한 채 한 명, 한 명 죽은 채 발견되기 시작한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초대했으면 또 어떤 사연으로 살해하고 있는 것일까. 또 도쿄에서 벌어진 쌍둥이 형제의 강도사건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일까. 읽다보면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살인을 계획한 이유가 더 궁금해져버린다. 그리고 애초에 밝힌 쌍둥이 트릭이 도쿄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거리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한 지금, 이대로의 계획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완전범죄로 묻힐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1971년에 출간된 소설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트릭이었을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정말 잘 쓰여진 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의 상황에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거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살해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너무한 일이 맞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어야한다면 세상 모든 사건 사고 현장의 주변인들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얄미운 캐릭터도 있다. 승차거부와 같은 직간접적인 잘못을 행한 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어머니가 유언을 남길 수 있었다면 '복수 보다는 더 나은 삶 OR 이 같은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돕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걸까. 형제는.
늘어지는 구간 없이 제법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자꾸만 1970년대가 아닌 현재의 시점으로 상상이 된다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트릭을 다 알고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전혀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두 세권 찾아 읽어봐야겠다. 같은 느낌일지.
출발하는 한 쌍의 열차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작가의 도전장이 뇌리에 도장을 찍는다. 이 작품의 주요 트릭은 쌍둥이 트릭이라고 선언한다.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추리소설에서 시작부터 핵심 트릭을 미리 드러내고 맞혀 보란다. 마치 카드 게임에서 자신의 패를 남들보다 몇 장 더 보여주는 격이 아닌가.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과 결과를 주된 매력으로 삼는 장르에서, 시작부터 주요 단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야기의 물살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ㅡ결에 이르기 전에 도전장을 던지며 이제 모든 단서는 제시됐으니 범인이 누군지 추론해 보아라, 는 퍼즐식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을 반대로 뒤집은 것만 같다.
그래서, 당연히, 소설은 한 쌍둥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간략한 인적 사항과 쌍둥이가 '어떤 일'을 행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오리진 스토리다. 이 기원을 신호탄 삼아 <살인의 쌍곡선> 열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두 장소에서 진행된다. 쌍둥이가 활동하는 도쿄, 여러 인물들이 관설장에 모이는 도호쿠. 이처럼 다른 선로 위에서 달리는 두 열차를 보여주기에 위화감이 느껴질 법도 하건만 오히려 재밌기만 하다. 사건 자체가 흥미를 붙들어 매고(쌍둥이 강도, 관설장 비사) 진행이 빠르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품에 많은 감명을 받았는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서술되는 대목에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아, 그런데, 여기서도 추리소설에서 다른 작품이 언급되면 스포일러를 주의해야 한다는 철칙을 유념해야 한다. 작중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과정과 결말이 언급되는 까닭이다. 이 작품의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피해갈 수도 없다. <그리고>가 이 분야의 전설인 만큼 마음 속 리딩 리스트에 <그리고>를 적어뒀다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다.
인과로 빚어진 교차점
이야기를 실은 두 열차는 계속 번갈아 소설의 전면에 나선다. 각각 강도와 관설장이라 명명할 수 있을 텐데, 할애된 분량의 차이도 크지 않다. 강도->관설장->강도->관설장, 하는 식으로 챕터가 끊임없어 보일 만큼 이어진다. 왜 이런 구성을 택했는지 의문이 들지만 의문은 의문대로 내버려둔 채 열차는 점차 가속하며 나아간다.
연말 연시에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당당하게 강도 행각을 벌이는 형제,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점점 대담해지는 수법, 대응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싸매는 도쿄의 경찰.
초대장으로 둔갑해 나타난 행운, 도호쿠의 설경을 두른 호텔 관설장, 연말 연시를 보내기 위해 부푼 마음을 안고 관설장을 찾은 사람들. 그리고, 연이어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
초반에서 중반으로, 중반에서 종반으로 열차가 나아갈수록 챕터를 읽을 때 느껴지는 시간은 짧아진다. 분명 얼마 읽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장면이 전환되고, 실제 시간은 훌쩍 지나 있는 것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 소화하기에 어렵지 않고 개인의 감정선을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며 사건의 배치도 계단식 배치로 깔끔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몰입감이 높은 이유는. 그러면서도 두 선로는 저 앞에 교차로를 그리기 시작한다. 동떨어진 이야기를 병치한 이유를 향해. 겹치는 인과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쳤을까. 얼마나 끼치게 될까. 쭉 뻗은 선로는 독자의 호기심으로 칠해져 빛난다.
끝으로 이 작품이 선사하는 것은 추리와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의 재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떠한 사회적 함의 또한 숨어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만큼 메세지를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을 뿐. 모든 시간이 지난 후 독자가 읽게 될 문장은, 물고 물리는 좁은 세상이 건네는 상념은, 떫은 맛으로 남아 입 안을 멤돌게 된다.